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8월, 우리 부부의 생일 주간을 보내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0. 8. 15. 06:29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그간 일을 하느라 자유 시간이 정말 없었어요. 일을 하지 않아도 자유 시간이 없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더더욱 없어졌어요. 시간이 없어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내서 일을 하니 몸이 힘들고, 몸이 힘드니 예민해지고, 예민해지니 싸우게 되더군요. 그렇게 남편과 싸움을 또 한번 했습니다.

바로 제 생일 전날 밤에 말이죠. 

8월은 제 생일, 그리고 제 생일로부터 딱 열흘 후 남편 생일이 있는 저희 부부 생일의 달이에요. 올해는 저의 자그마치 40번째 생일, 그리고 남편의 43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만으로 해도 마흔이에요. 불혹. 그래서 생일 아침에는 울기까지 했습니다. 나 불혹 같은 거 할 경지에 이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마흔이라고, 어떡하냐구요.  틴틴이 40세에 불혹이라는 말은 100세 시대에 맞지 않는 말 같다며, 무시하라고 하더군요. ㅋ 그것도 다 바뀌어야 한다고.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아서 저도 그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렇게 생일 이브를 싸움으로 시작하고 생일 당일은 눈물로 시작했던 저의 생일. 케잌도 없고 미역국도 없고 선물도 없던 마흔번째 생일. 

그러나 제일 친한 친구로부터 마음 가득한 생일 선물을 미리 받았고, 남편으로부터는 생일 당일에 대형 (A4사이즈) 생일 카드를 받았습니다.  남편이 생일 카드를 직접 보고 사지 못하고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주문했어요. 그런데 주문하면서 사이즈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나머지, 배송 받고 나서야 이게 초대형 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심지어 글을 쓸 페이지가 여러장이나 되어서, 내년에도, 후 내년에도 그 카드에 적어주겠다며, 저에게 준 카드를 다시 회수해갔어요. ㅋ 

뭘 준비할 겨를 없이 생일을 맞이했는데, 막상 아무 것도 없으니 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주말이면 늘상 하던 공원 피크닉을 이 날은 새로운 곳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20분이면 가는 Newbury에 있는 ridgeway 로 말이죠. 

그곳은 둘째 낳기 전 남편과 잭과 셋이 갔다가,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제대로 산책하지 못하고 황급히 돌아온 적이 있는 곳이에요. 꼭 다시 오고싶다고 생각했던 곳인지라 먹을 것 바리바리 싸들고 뉴버리로 갔습니다.  

아무데나 적당히 자리 깔고 앉으면 그 곳이 최고의 피크닉 장소입니다. 

탁 트인 공간에 오니 아이도 좋은지 잭은 연신 "와..." 하고 소리를 냈어요.  아이도 숨통이 트인 모양입니다.  잭은 신이 나서 저 너른 벌판을 한참을 뛰어다녔어요. 

그리고 열흘 후 남편의 생일. 막상 제 생일을 아무 것도 없이 보내니 좀 아쉬었던 터라 남편 생일은 그렇게 보내면 안 되겠다 싶어 황급히 생일 데코할 만한 것들을 주문했습니다. 풍선도 있었으나 큰 아이가 풍선을 무서워하는 관계로 풍선은 붙이지 못하고 케잌과 벽 장식만 했어요. 아이가 이것도 얼마나 좋아하든지.  요즘 말이 트인 아이가 연신 "이쁘다!" 를 연발했어요. 당연히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줬구요!

잠옷차림으로 근무 중이었던 남편에게 상의만이라도 갈아입으라고 제대로 된 티셔츠 하나 걸쳐입히고 가족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작 저는 거울 한번 못 보고 사진을 찍은지라 너무 엉망이라 사진은 이 곳에 차마 올릴 수가 없습니다. 그날은 날이 너무 더웠던 관계로 사진 속 뚱이는 심지어 기저귀만 차고 있답니다. 

그렇게 저와 틴틴은 2020년의 생일을 보냈습니다. 별 것 없었지만 나름 특별한 생일이었어요.  제 생일은 새로운 곳에서의 소풍을 했다는 데에서, 또 틴틴의 생일에는 말문 트인 잭이 생일 축하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줬다는 것에서 말이죠. 그리고 나름의 첫 생일 파티, 그러니까 잭이 생일을 좀 알게 된 이후로 하는 우리 가족의 첫 생일파티였기도 하구요. 

우리 부부, 어느새 둘 다 40대가 되었지만 앞으로도 살아갈 날이 많으니 그 많은 날들 서로 의지하며 잘 살아갈 수 있기를.. 틴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