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임신 38주 6일] 나를 엄습해오는 출산의 불안감

옥포동 몽실언니 2020. 1. 6. 22:18
어젯밤 내내 잠을 어떻게 잔 건지.. 

아이가 밤새 온방을 뒹굴며 낑낑 소리를 지르고 기침을 해대는 통에, 아이 쫒아다니며 아이 이불을 덮어주고, 아이 손을 잡아주고, 아이 배를 쓰다듬어주고, 아이에게 물병을 건네며, 그렇게 잠 같지도 않은 잠을 다섯시간쯤 잔 거 같다.  그 중 절반쯤은 이불을 덮고 잔 것 같고, 나머지 절반은 이불도 제대로 덮지 못한채 썰렁함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아침.. 아이의 울음소리에 남편이 옆방에서 건너왔고, 아이는 엄마가 침실에서 함께 나가지 않는다고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울어댔다. 

나는 딱 30분만 더 자고 내려가겠다고 했으나, 아랫층에서 계속 들려오는 아이 울음소리에 잠에 쉬이 들지 않았고, 오늘부터 다시 아이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압박에, 또 아침부터 병원 약속까지 잡혀있다는 사실에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지난 두어달간 엄마와 통화한 게 몇번이었을까.  이제 엄마가 오실 날이 다가오니 할 말도 있고 하여 아침부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많이 힘들지?”
“응.. 선우가 밤새 기침을 해서 잠을 어떻게 잤나 모르겠어요.”

내가 작은언니 집으로 한국 수유복을 어제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보내놓은데다, 작은 언니에게 부탁한 선우 물품들도 많이 있으니 서울 언니네 가서 짐이 많이 늘어날테니 다른 짐은 많이 준비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꼭 필요한 용무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엄마가 말씀을 이어가셨다. 

“그래, 알았다.  그리고, 애기 낳으러 가게 되면.. “
“응? 무슨 소리야, 엄마 오기 전까지는 애 낳으러 안 갈거야.  그런 얘기 하지 마, 엄마~”
“아니, 혹시라도 애기 낳으러 가게 되면..”
“안 간다니까~~ 엄마 오면 갈거야~~ 엄마도 오기 전에 애 낳오면 선우하고 우리 다 어쩌라고~ “
“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나는 엄마의 말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틴틴에게 내려와 이 이야기를 전했다.  

“틴틴, 엄마가 자꾸 애기 낳으러 가면 어째라고 얘기하려고 해서 내가 엄마한테 엄마 오면 낳으러 간다고, 그런 이야기 하시지 말라고 했어.”
“그래? 그래도 무슨 얘기 하시려고 하시는지 물어나 보지~”
“싫어~ 무서워~~ 얘기 들으면 진짜 그런 상황이 생겨버릴까봐!!”

그러고 보니.. 틴틴 말이 맞긴 하다.  엄마가 무슨 당부, 무슨 팁을 주시려고 했는지 물어나 볼껄 그랬나.  듣고 나면.. 정말로 애기가 오늘 밤에라도 나와버릴까봐.. 그래서 혹시라도 잠 자는 아이를 깨워 안고 병원까지 가야 하게 될까봐 겁이 나서 엄마의 당부를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ㅠ

엄마.. 얼른 오세요.  둘째야, 할머니 오실 날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자.  엄마 오신 다음날, 아니 그날 밤에 나와도 좋으니 며칠 더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