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아이들 잠의 신비

옥포동 몽실언니 2020. 5. 20. 22:46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미스터리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 중 오늘은 아이들 잠의 신비.   

미스터리 1. 아기들, 아주 어린 아기들은 밤잠을 길게 자지 않는다. 

아이를 낳기 전에 남편도 나도 잘 몰랐던 사실.  나는 조카가 셋이나 있었는데도 나 살기에 바빠서 아이들이 어떠한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아기들이 두시간, 세시간마다 깬다는 사실에 틴틴은 심지어 이렇게 말했다.

"안 깨게 할 수 없어?  방법을 몰라서 안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사람이 최소한 8시간은 자야지.  아무래도 어딘가에 방법이 있을거야."

너무 확신에 차서 말을 하길래 어느날 전화로 큰언니에게 물었다.  틴틴이 어딘가에 아이를 길게 재울 방법이 있을거라고 한다고.  그랬더니 우리 언니는 "푸앗!"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수면제를 먹이면 그렇게 자겠지."라고 답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방법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소리. 

미스터리 2. 어린 아기들은 잠이 아주 예민하다.  조그만 소리에도 깨고, 조금만 건드려도 깬다. 

잠이 아주 예민하다.  엄마 뱃속에서만 살다가 갑자기 밖에 나와서, 입어본 적도 없는 옷을 몸에 걸치고, 엄마의 따뜻한 양수가 아닌 차가운 공기를 살에 맞대어서 그런가.  조그만 소리와 미동에도 잠이 깨는 아기들.  그렇다 보니 아이가 잠들면 엄마들은 아이가 깰까봐 조심 조심, 또 조심한다.  

사진: 눕히면 깨는 아이 때문에 틴틴과 번갈아가며 아이를 안고.. 넷플릭스로 킹덤 시청 중. ^^

미스터리 3.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을 자는 아이

재미있는 건, 이렇게나 잠이 예민하던 아이들이 시간이 좀 지나 한살, 한살반, 두살로 넘어가면 잠 자는 중에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이 푹 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소위 '떡실신'이라 말할 정도로 곤히 잠든다.  어떻게 저렇게 자나, 저렇게 자면 나도 에너지가 넘치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

미스터리 4. 졸리면 자면 되는데, 졸린데도 자지 않는다. 

이건.. 참 많은 양육자를 힘들게 하는 사실이다.  아기들은 아기들대로, 좀 더 큰 애들은 좀 더 큰 애들대로.. 졸리면 자면 되는데 자지 않고 울고 보챈다. ㅠㅠ 아기들은 안고서 둥가둥가 해줘야 하고, 좀 더 큰 애들은 업거나 차로 태우거나 어루고 달래어 자장자장 해줘야 겨우 잠을 잔다.  자는 게 그렇게 싫은가.  나는 자는 게 너무 좋은데.  하루, 이틀, 아니 사흘 정도 아무 생각없이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싶구만.  오늘도 우리 큰 아기, 형아 아기 잭은 15.8kg의 육중한 몸무게로 엄마 등에 업혀서 포대기로 꽁꽁 묶여서야 잠을 잤다. 

미스터리 5. 칼 같은 생체시계

생체시계가 참 무섭다.  커피도, 술도 마시지 않은, 인스턴트도 거의 먹지 않은 순수한 신체들이라 그런가.  잠 자던 시간에 칼같이 잠들고, 일어나던 시간에 칼같이 일어난다.  큰 아이인 잭은 잠을 이기는 힘이 강해서 잠 잘 시간인데도 재우지 않으면 안 자고 잘 버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한 편이다.  마치 몸 안에 알람시계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뜨고,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몸을 일으킨 후 나를 끌고 방에서 걸어나간다.  그리고 거실에 도착하자 마자 곧바로 그날의 놀이 시작.  잠시 멍 때리고 잠을 깨고 하는 시간이 없다.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