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둘째 생후 4개월] 코로나 상황에서 아이 예방접종 맞히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0. 5. 24. 06:51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한동안 코로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요.  영국은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많이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또 우울해하다가 이제는 하루 사망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아요.  하루에 몇백명씩 사망하고 있는데.. 특별한 뉴스가 없는 한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 같거든요.  봉쇄령으로 학교, 식당, 카페, 헬쓰장 등등 왠만한 곳은 모두 다 닫았는데 어디서 그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것인지.. ㅠ 요양원에 계신 분들, 고령인 분들, 코로나 상황에서도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고 일터에 꼭 나가야 하는 분들.. 등 고위험에 처한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런 와중에 저희는 올 초에 태어난 둘째 아가의 세번째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을 다녀와야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출생 후 8주, 12주, 16주 이렇게 세번의 예방접종을 받아요.  그 후에는 12개월이 되면 예정접종을 하기 때문에 시간 차가 제법 있지요.  저희 뚱이는 첫 예방접종부터 세번째 예방접종까지 모두 코로나 상황에서 접종을 하면서 병원에 가는 저희의 마음이 평소보다 조금 더 불안했습니다. 

영국에서 예방접종은 가족이 등록되어 있는 동네 의원에서 받습니다.  전담 주치의를 GP 라고 하는데, 이 GP가 있는 병원을 영국에서는 GP Surgery라고 불러요.  저희가 등록된 곳은 동네 시내에 있는 곳인데, 주사는 의사가 놓지 않고 간호사가 놓습니다.  그래서, 예방접종이 있는 날은 의사선생님은 만나지 않고 간호사 선생님만 만나서 주사를 맞아요.  

병원 방문 전 사전체크

첫 접종 예약일 며칠전, 병원에서는 모든 일반 진료를 전화 진료로 전환한다고 연락이 왔고, 병원에 꼭 와야 하는 경우 병원에서 미리 전화를 준다고, 절대 병원으로 먼저 방문하지 말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 접종이 있는 날 당일, 간호사 선생님과의 직접 통화를 통해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는지, 열이 나거나 새롭게 기침을 시작한 사람이 있는지 등을 확인받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이 되면, 접종할 아이와 보호자 단 한 사람만 병원에 올 수 있다는 안내를 해 줍니다.  그리고, 병원에 가면, 입구 앞에서 리셉션 직원이 나와서 다시 한번 방문객 상태를 확인하고, 제한된 인원만 입장을 시킵니다. 

마스크 착용의 변화

첫 방문시에는 직원들은 물론 간호사 선생님도 마스크를 끼지 않고 있었는데, 코로나 환자가 계속 늘어난 후인 두번째 접종 (한달전) 시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세번째 방문인 그저께.. 이때는 모든 직원과 간호사 선생님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은 물론 병원을 방문한 모든 환자와 보호자도 마스크나 그에 상응하는 것을 착용해야만 입장이 허락되었습니다.  한정된 공간 내 개인보호장구 착용이 의무화 된 것으로, 영국에서는 여전히 일상생활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매우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굉장한 발전입니다.  

사실 첫 방문 시 간호사 선생님께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계셔서 간호사 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쭤봤어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계시네요?" 라구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병원에 온 너도 이미 괜찮은 것 확인받고 병원에 들어온 것이고, 자기도 건강한데 마스크를 왜 써야 하냐고, 괜찮다구요.  그 때 전 속으로 좀 많이 놀랐지만, 티를 내지는 못하고 그것도 말이 된다고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이 그렇던 두달전과 비교하면 정말 굉장한 발전이죠?  그건 그 만큼 지난 두 달간 엄청난 수의 사망자 (이미 한참 전에 4만명이 넘는 사망자.. ㅠㅠ 영국인구는 한국보다 2천만 정도가 더 많은 6천8백만 인구예요..) 에, 벌써 몇 주전 의료종사자 사망수만 150명이 넘었으니.. 병원 근무자들도 이제는 스스로를 지키는 데에 더욱 민감해진 것이겠지요. 

코로나 상황 속 세 번의 예방접종 후..

첫 방문은 제가 아이를 데리고 갔고, 코로나 상황이 보다 심각해지면서 두번째, 세번째 병원 방문은 남편 틴틴이 아이와 함께 했습니다.  제가 아이를 데리고 갔던 첫 날은 저도 마스크를 하지 않고 갔었는데, 그 날 병원 내에서는 직원 두세분과 다른 환자 딱 한분만 계셨고, 저도 아이 주사 맞힐 때만 제외하고는 주사를 맞히신 간호사 선생님과도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의 원칙을 지켰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접종을 간 틴틴은 '거리두기' 준수는 물론이고 마스크도 착용하고 갔고, 그 때는 다른 이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저희도 마음이 더 놓였어요. 

제법 걱정되었던 세 번의 예방접종이 그렇게 모두 무사히 진행되었고, 다행히 가족 중 아무도 기침이나 발열이 있지는 않아서 병원 방문으로 인한 감염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접종 당사자인 뚱이 또한 첫째 잭보다 접종을 잘 견뎌서, 접종 당일과 다음날 정도 끙끙 앓고 보채는 정도이고, 그 외에는 별다른 탈이 없어 다행이에요.  저희 잭은 매번 4-5일은 보채고, 열도 났다 하면 며칠씩 계속되고,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잘 내리지 않고, 주사 맞은 허벅지 부위로는 피부 발진도 일어나고, 주사 맞은 곳도 뭉쳐서 단단한 멍울이 몇주씩 없어지지 않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수월하게 기나간 거죠.  특히, 잭은 주사가 예정된 때마다 열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매번 예방접종 일정을 연기해야 해서 접종이 원래 일정보다 늘 늦춰졌는데, 뚱이는 그런 것 하나 없이 세 번의 접종을 모두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아이는 접종 당일과 그 다음 날.. 대부분의 시간을 아기띠에 어부바를 한 상태로 보냈습니다.  덕분에 아기띠로 재운 후 아이를 눕히는 기술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접종을 잘 견뎌준 아이에게 고맙고, 아이를 안전하게 잘 데리고 다녀온 틴틴에게도 고맙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병원에서 묵묵히 일을 해 주는 모든 분들에게도 고맙고, 주사 맞고 보채는 동생에게 신경쓰느라 평소만큼 관심을 주지 못해도 잘 견뎌준 큰 아이에게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