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오늘의 육아일상: 아이의 빨래널기, 그림, 놀이, 그리고 엄마의 고백

옥포동 몽실언니 2020. 8. 28. 08:06

아이가 한 집안일: "빨래걷기", 그리고 "다시 널기"

어릴 때부터 우리가 하는 집안일에 관심이 많고 늘 함께하고자 했던 잭. 

매일 아침, 최대한 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자 빨래건조대에 있는 빨래가 다 말랐나 확인한 후 적당히 다 말랐으면 빨래를 걷고 건조대를 치워둔다.  오늘은 빨래를 걷는데, 애가 옆에 와서 또 거든다. 

잭, 다 말랐나 확인하고 걷어야 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는 대답했다.

"(덜 말랐으면) 라디에이터(에 널면 되지)."

라고 하며 마른 빨래, 덜 마른 빨래 할 것 없이 죄다 걷어 거실로 들고 튀었다.  말 그대로 뭘 훔쳐서 도망이라고 가는 사람처럼 내 손에 있는 빨래까지 모두 뺏어서 들고 날랐다.  

그리고, 거실 라디에이터에 있는 빨래걸이에 죄다 걸었다.  원래 용도는 너무 건조한 날 수건 걸어주는 는 용도였다가, 요즘은 덜 마른 빨래 한 두개 마저 말릴 때 쓰곤 했더니, 아이가 그 새 그걸 알고 모든 빨래를 모두 다 저 작은 빨래걸이에 널었다.  실은 쑤셔넣었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시대가 바꾼 아이들의 놀이

가히 코로나 시대이다. 

이케아에 이것 저것 주문하면서 아이 장난감이 저렴하고 괜찮아 보여 마트 계산기를 구입했다.  12파운드.  2만원도 안 되는 돈이니, 저렴하게 잘 산 것 같다.  지금은 장난감으로 마트 놀이 하는데 쓰고, 나중에는 숫자 배우고 셈 하기 배울 때도 유용할 듯하다. 

그런데, 아이에게 카드를 주니 (남편의 옛날 gym 멤버쉽 카드) 아이가 카드를 카드 긁는 곳에 긁지 않고 컨택리스 (비접촉) 로 숫자판 위에 갖대대며 

삐이

하고 소리를 낸다. 

영국에서는 직불카드, 신용카드 모두 35파운드 미만은 컨택리스로 결제가 되고, 요즘은 코로나로 그 금액 한도가 45파운드로 인상되었다.  즉, 7만원 정도 미만의 금액은 카드 비밀번호 없이 비접촉으로 지불이 가능한 것이다. 

어쨌든, 아이가 우릴 따라다니면서 많이 본 장면이 저렇게 카드를 대고 삐 소리만으로 결제하는 것이었다 보니 아이도 그걸 흉내낸다. 

그래, 시대가 바뀌었으니 아이들이 그걸 흉내내는 모습도 그에 맞춰 바뀌었구나.  또 우리의 그 모습을 잊지 않고 그대로 흉내내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모든 것을 "보고 배운다"는 사실에 놀란다.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낌으로만 배우는데 언어도 배우고, 규칙도 배우고, 매너도 배우고, 모든 것을 배운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인간이란 정말 놀라운 존재!

아이의 그림: 32개월-33개월. 

거실에 책장 위치를 바꿨더니 몇달간 책을 손에도 안 대던 아이가 책을 다시 들고 왔다.  읽어달라며.  땡큐 노트를 써서 나무에 걸어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이야기 책이었는데, 그걸 보더니 우리도 하자고 한다. 

엄마, 우리도 하자~ 

그래서 난 어디에다 하면 좋을까 하고 물었더니 아이가 곧바로

종이. 종이. 

하며 종이를 찾는다.

그래서 아껴두었던 학종이를 꺼내주었다.  

오랫만에 보는 학종이에 아이가 신이 났다.  그리고 아이가 신난 틈을 타서 나는 아이에게,

땡큐 노트 쓰고 있어봐.  엄마는 잠깐 저녁 준비 좀 해 볼게.

하고 부엌으로 도망갔다.  아이가 혼자 놀 때, 그 때가 내가 밥 준비를 해야 할 때! 

그리고 잠시 후 아이가 내게 왔다. 

양파! 

소리만 듣고 내가 양파를 썬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가끔 아이들의 능력에 놀란다.

어떻게 알았어? 우리 잭 대단하네~

하자, 아이가 내게 그림을 내밀었다.

고모 맞아.

고모를 그렸다는 것인가.. 고모를 위해 그렸다는 것인가.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림이 많이 좋아졌다.  작은 종이에 작게 그린 것도 대단하고, 원을 그린 선이 과거에 비해 더 부드러워졌다. 

언뜻 보면 사람 얼굴 같기도 해서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귀엽다.

우리집 귀여움을 담당, 둘째 아이

첫째가 이렇게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하며 놀고 있을 때, 우리 집 둘째 뚱이는 거의 대부분 혼자 논다. 혼자서도 잘 논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 하기로 하고... 우리 아이의 귀여운 한 컷을 이곳에 남긴다. 

엄마의 고백 1: 탈모 후 발모 진행 중

난 이제 새 머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나게 머리가 빠졌었는데, 이제 다시 올라온다.  둘째 뚱이 머리도, 내 머리도, 새로 심은 잔디씨에서 잔디가 올라오듯, 그렇게 삐죽삐죽 올라오고 있다.  임신과 출산에서 회복되는 중.  정상의 몸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

엄마의 고백 2: 원찐자.  그리고 생애 첫 호피무늬 옷

다들 코로나로 확찐자 이야기를 할 때, 나는 확찐자 이야기에 동승할 수 없었다.

나는 원찐자이기 때문에. 원래 찐 사람. 

50-52킬로에서 첫째를 가졌고 병원에 아기 낳으러 간 날 64킬로였다.  그리고, 아이 돌이 지나 53-54킬로가 되었을 때 둘째를 가졌고, 아이를 낳으러 병원 간 날 병원에서 잰 무게가 66킬로. 늘 12킬로 가량 체중이 늘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돌아와서 며칠 후 58킬로였던 내 체중. 

출산 후 7개월이 넘은 지금도 난 여전히 58-59킬로이다.  

체중을 줄이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당히 건강한 식단으로 살고 있는데도 체중이 줄지 않는 것은 나의 근육부족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살이라는 게 그리 쉽게 빠지는 게 아니라서일까.

첫째 때는 수유 중이라 5-6개월까지도 58킬로였던 것이 그래도 견딜만 했는데, 지금은 수유를 안 해서 체중이 좀 줄어들 줄 알았더니 둘째 6개월 될 때 단유를 하면서 오히려 체중이 더 늘었다.  56킬로까지 내려갔던 체중이 다시 늘어난 것.  그렇게 내 몸은 항상성을 유지 중이다.

잭 때는 유모차로 산책이라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그러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몸은 고되지만 활동량도 적다. 

아무리 그래도, 우린 배달 치킨도 없고, 족발도 없고, 닭발 (먹어보지도 않았으면서 ㅋㅋ)도 없는 영국 외진 곳에 살고 있는데, 도대체 왜 내 몸에 체중은 이리도 안 빠지는 것인지..

밤마다 먹는 감자칩 때문인가? 그래도 밤마다 씨리얼 먹다가 그건 끊었는데..  그럼에도 체중에는 변화가 없다 (적을수록 체중이 줄지 않는 이유가 나오는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예전 옷들이 하나도 안 맞다.  수유도 안 하니 수유복이 아닌 일상복을 그냥 입으면 되는데, 옷이 안 맞다. 

안 맞는 옷에 불어난 몸을 끼워넣으려고 애를 쓰다가 이젠 포기하고 현재 내 몸에 맞는 옷을 사서 입기로 했다.  그리고 구입한 것이 내 생애 첫 호피무늬 블라우스!

여름이 다 갔지만, 그 덕에 여름 옷이 세일이라 세일 중인 블라우스를 하나 들였다.

왜 어른들이 호피무늬를 그렇게 입나 했는데, 나도 나이가 드니 호피무늬가 이뻐 보이고 나도 입고 싶어졌다.  

헐렁헐렁~ 하니 입어서 편하고 몸매도 감춰져서 좋고, 목에 칼라도 올라와서 목주름도 감춰주니 마음에 든다. 세일 중에 저렴히 사서 그건 더 마음에 들고!

날 좋을 때 가디건 하나 걸치고 남편과 데이트 하고 싶다.  요원한 일이다.  그런 날은 코로나가 종식되고, 우리 아이들을 맡길 곳이 있을 때에나 올텐데, 언제 그런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오늘 하루도 지났다.

일 해야 하는데, 일 하려고 앉아서는 블로그부터 먼저 썼다. 난 이제 어떡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