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단상] 오늘도 나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0. 8. 26. 09:14
하고 싶은 것은 참 많은데, 시간이 허락하지를 않는다.  

모든 전업 엄마 아빠들이 비슷한 상황이리라.

엊그제만 해도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글을 적었는데, 며칠 지났다고 내 마음에 실은 욕심이 아직도 그득함을 자백하는 나는 명실상부 모순주의자. 모순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내 안의 이 모순도 고백하고 받아들이기가 편해진다.

마음이 바쁘고, 시간이 없는 것은 요즘 영국의 장애 아동 복지에 대해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장애운동 역사가 깊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장애 아동에 대한 복지들을 찾다보니 찾으면 찾을수록 무궁무진한 세상이 나와서 놀라고 있다. 우리가 사는 작은 동네에만 특수학교가 두 곳이 있는데, 잉글랜드 전역에는 1300여개가 있다고 한다.  한국은 특수학교가 170여곳이 있다고 하는데, 두 국가간의 인구밀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이건 엄청난 차이이다.  잉글랜드 지역의 인구가 한국과 유사한 수준이고, 인구밀도는 영국이 제곱킬로미터당 100여명 정도가 더 적다.  그런데 특수학교 수의 차이는 저렇게나 나다니.  영국에서 특수학교에 재학하는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에 비해 짧은 통학 거리로 편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영국에서 전체 학생 중에 특별교육욕구 즉, SEN (Special Education Needs)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SEN 지원을 받는 학생들은 전체 학생의 14.9%. 매우 높은 비중이다. SEN 지원을 받는 경우, 가장 많이 받는 지원이 언어치료이고, 가장 높은 비중의 학생들이 자폐스펙트럼 학생들이라고... 영국은 모두 공공의료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런 아이들은 의료비도 들지 않고, 장애에 대한 보조기구 비용도 들지 않는다. 세금 많이 내는 것은 부담이지만, 그 세금을 이렇게 쓴다는 건 마음에 든다.

코로나 대처는 정말.. '할많하않'이지만 그렇다고 이 사회 전체가 시궁창인 것은 절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주일간의 아빠육아&엄마재택을 끝내고 내일부터 다시 본격 육아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나는 내일의 지는 싸움을 위해 잠을 청해야한다. 그래도 그냥 자기 아쉬워서 블로그에 끄적끄적.

제목에 적은대로 나는 매일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 그 싸움을 한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 그것이 나의 육아, 늦깎이 엄마의 현실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20년을 유유자적 내 공부만 하며 살았는데, 갑분싸.. 이 육아현실은 무엇?

전쟁. 매일이 전쟁이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  

아이를 절대 이길 수 없다.

한 두번 이긴 적이 있지만, 남편이 정확한 지적을 했다.

몽실, 너무 기뻐하지 마.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거든.

과히 '밀덕' 다운 이야기였다 (밀리터리 덕후의 준말이 존재한다는 것을 남편 만나고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의 정체를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다. 난 '밀떡'이라 해서 밀로 만든 떡인줄 알고, 그건 무슨 떡이냐고 물었다는.. ㅋ)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난 너무나 이기고 싶은데 이길 재간이 없다.  

내 나이 만으로 어느새 40에, 그간 나 한 사람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다가 한 순간에 에너지 덩어리 두 사내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으니.

나이도 나이지만, 아이들은 밤잠을 10시간, 12시간 자는데, 나는 많이 자야 그 잠의 절반을 좀 더 잔다. 그러니 내가 어찌 이 아이들을 이기랴!


(사진: 만세하고 낮잠자는 두 아이들. 어제 큰애가 몇주만에 낮잠을 잤다.)


하루 종일 에너지가 넘쳐나는 아이들.  큰 애는 올 겨울이면 만3세이니 낮잠을 끊을 만해서 끊었다 쳐도, 이제 겨우 7개월인 아이가 하루 온 종일 자는 낮잠이 얼마전까지 형아가 자던 낮잠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말 트이기 무섭게 하루종일 종알거리며 내 몸과 의지를 온전히 자기 소유인 것처럼 사용하려 드는 첫째.  형이 이러거나 저러거나 상관않고 자기 놀고 싶은대로 놀다가 이따금씩 형의 예고없는 횡포에 휘둘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둘째.

아이의 큰형 노릇을 톡톡히 하며 아이와 유치한 싸움을 이어가는 남편 (요며칠 평화롭다 싶었는데 오늘 또 사건이 터졌다. 소위 '남편의 팔뚝' 사건. 이 이야기는 다음에.)

이길 재간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 싸움에서 빠질 수도 없다.

싸움은 계속된다. 우리의 전투는 계속된다.

도대체 내 육아현실은 언제쯤 전쟁이 아닌 공존으로 바뀔 수 있을까.

오늘도 허망한 꿈만 꾸며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다. 버틴 것만으로도 잘 한 일이다. 스스로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