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33개월] 아이 말이 트이면서 생긴 놀라운 변화!

옥포동 몽실언니 2020. 9. 7. 08:11

네, 제목 그대로입니다!! 

아이 말이 트인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 트이기 시작하자 무섭게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더니 놀라운 일들이 생겼습니다. 

그 첫번째는 혼자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고, 두번째는 혼자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 세번째는 꾀병이 생겼다는 것이죠. 


1. 혼자서 책을 읽다


처음은 아래 책을 보면서 일어난 일이에요.  이 책을 사고 사은품으로 딸려온 작은 공책이 있었는데, 그 공책에서 책 제목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우측에서 좌측으로 ㅋㅋ 아랍어 읽듯이)

"호랑이가 다 먹어치워버렸어!" 라고 하는 거예요. 

이 이야기책은 영국에서 나름 유명한 책인가봐요. 50주년이 되었다고 하고, 도서관이든 병원이든 어딜가나 비치되어 있어서 저도 한번 주문해봤어요. 그림이 이쁘고, 아이가 호랑이랑 식탁에 앉아있는 게 흥미롭기도 했거든요.

내용은, 아이가 엄마랑 집에서 tea를 먹으려 하고 있는데 (티는 가벼운 점심 같아요), 누가 딩동 벨을 눌러 문을 열어봤더니 호랑이가 와서 너무 배고프다며, 너희 tea에 조인해도 되겠냐고. 

그리곤 집에 와서 테이블에 음식은 물론, 냉장고 음식, 찬장에 있는 통조림을 다 먹어치우고, 우유, 아빠 맥주, 쥬스, 수돗물까지 죄다 마셔버린 이야기지요. ㅋ 그래서 아이는 목욕도 하지 못하고, 음식이 없어서 아빠 퇴근 후 다같이 외식을 했다는 훈훈한 이야기. ㅋ 그리고 다음날 엄마와 마트에 가서 다음에 호랑이가 오면 대접하려고 음식을 잔뜩 샀는데, 호랑이는 다시는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모든 것을 이야기해버렸나요? 재밌는 이야기예요. 

전 특히, 호랑이가 수돗물을 다 마셔버려서 목욕을 못 하는 대목이 좋았습니다. 아이가 물을 아끼지 않을 때, 물 아끼도록 가르치지 좋았거든요. 

소피네 집에 호랑이가 왔을 때 호랑이가 물 다 마셔버렸더니 나중에 목욕할 물이 없어서 곤란했지? 그러니 우리도 물 아껴야지 이따 마실 물도 있고 목욕도 할 수 있어! 

어느 책에서든 교훈은 찾기 나름이지요. ㅋ

아이가 손가락으로 책 제목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하며 "호랑이가 다 먹어 치워 버렸어."라고 읽는데, 어찌나 놀랍고 귀엽던지!  그래서 그날 메모를 해 뒀습니다. 

2020년 8월 31일 우리 아이, 책을 읽다!

라고 말이죠. 

그 호랑이 공책의 소피와 호랑이는 아래와 같이 오려져서,

로켓을 타고 떠났습니다. ^^

2. 이야기를 만들어내다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은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이는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 저를 깜짝 놀래켰습니다. 

이야기라는 것도 수준은 한두 문장 수준입니다. 

이 이야기는 위의 호랑이 이야기와 아래의 똑똑똑 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We are going on a bear hunt 이 세 권의 이야기를 묘하게 섞은 이야기였어요. 


딩동~ 누구지? 누구지 하고 문을 열었더니 호랑이였어. 

무서워라. 도망가자!


"딩동, 누구지?" 는 호랑이 이야기책, 

"누구지 하고 문을 열었더니" 는 똑똑똑 책에서 계속 반복되는 구절,

"무서워라, 도망가자!" 는 마지막 책, 곰 사냥을 떠나요 책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이에요.  

마지막 곰이야기 책은 곰을 잡으러 간다고 들판을 지나, 산을 넘고, 강물을 건너 동굴에 다다랐는데, 진짜 곰이 있어서 깜짝 놀라 곰에게서 도망쳐 집에 돌아와서 이불 덮고 자는 이야기거든요.  

똑똑똑 책은 영국을 떠나시는 한국분께 물려받은 책이고, 첫번째 세번째 책은 여기서 저희가 산 책인데, 아마 워낙 유명한 책들이라 한국에도 번역된 책들일 거예요. 

어쨌든, 그 세 권의 이야기를 섞은 아이의 이야기에 어찌나 웃음이 나고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던지!

그러나 저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안아줄 수도 없었어요.  왜냐고요?  아이와 현재 냉전 중이거든요.  저희 냉전의 뒷 이야기, 그리고 진행 사항은 다음에 다른 글로 말씀드릴게요.  미리보기로 말씀드리자면, 아이의 못된 행동 (물건 던지기, 다른 사람 - 현재는 오직 가족 ㅠㅠ- 때리는 행동, 음식 안 먹고 장난치는 행동, 딱 이 세가지)을 고쳐보겠다고 아이와 힘겨운 기싸움 중입니다.  아직 세 살도 안 된 이 쪼끄만 녀석이 저와 남편을 들었다 놨다 하니 이번에 단단히 버릇을 고쳐보려구요. 

다시 아이의 언어발달로 돌아와서, 아마 아이는 이미 혼자서 이야기를 만들며 놀고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이야기가 저희에게 이해가능한 수준이었던 것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는 나름 기록적인 날이었지요. 


3. 꾀병이 시작되다


인간은 정말 위대하고, 아이들은 매우 영리한 것 같아요. 굉장한 생존본능을 타고 나는 것 같거든요. 

아이들이 태어날 때 타고나는 생존본능은 귀여움! 

그 다음으로는 영리함을 타고 나는 것 같아요. 

말이 트이기 무섭게 꾀병을 부리다니.  정말 황당하면서도 귀여우면서도 기가 차면서도 영특하면서도 화가 나기도 합니다. 오만가지 감정이 오가는 거죠.  혼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오냐오냐 할 수도 없어요. 부모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당황시키고 시험에 들게 합니다.

아이가 뭔가 잘못하거나 (예: 동생 밀치기) 자기 하기 싫은 것을 저희가 하게 하면 (예: 양치질) 아이의 꾀병이 시작됩니다.

"엄마, 배 아파."

참 흔한 꾀병이죠?

별 반응을 안 하면 아이가 계속 합니다. 

"엄마, 심장 아파."

그래도 별 호응이 없으면 좀 더 나아갑니다.

"엄마, 콩팥 아파."

아이에게 배변훈련을 시키고, 식습관 교육을 시키는 과정에서 짠 것만 먹으면 양쪽 옆구리에 있는 콩팥이 아프다, 잠을 안 자거나 너무 늦게 자면 심장이 쿵쿵 쿵쿵 뛰어서 안 된다 하며 가르쳤더니 그걸 이용해서 이렇게 각종 꾀병을 부립니다. 

이 꾀병은 오늘도 여러번 나왔어요. 기싸움의 전쟁에서 이겨보려고 수를 쓰는 것 같은데, 어림도 없습니다. 이번에는 엄마 아빠도 마음 단단히 먹은 상태거든요.  아이가 루비콘의 강을 넘은 관계로 저희도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에 결심을 했어요. 

어이가 없지만 귀엽기도 귀엽습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 기록을 남기는 제 모습을 보니 그 귀여움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가 봅니다. 

내일은 어느새 또 월요일에요. 앞으로 4.5일 제가 육아당번입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와 주말 동안 저는 9월 13일이 데드라인인 제 올해 마지막 프로젝트를 마감해야 하지요. 

그리고 나면 자유!!! 데드라인으로부터의 자유! 7월 중순부터 두달간 힘겹게 지내왔는데, 이제는 원하는 일만 원하는 스케줄에 따라 하면 됩니다.

고로, 9월 13일 이후에는 블로그에 글을 좀 더 자주 업데이트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기록할 시간이 없어 많이 아쉬운 요즘입니다.

이런 제 이야기 늘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피드백 남겨주시는 많은 분들께 오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저는 이만 저희 꾀병이 이야기꾼 옆에 자러 갈게요.

모두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