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30개월, 말문 트인 우리 아이가 잠들기 직전까지 하는 말

옥포동 몽실언니 2020. 6. 24. 07:15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한동안 참 뜸했죠?  아이가 둘이 되고 나니 여간해서는 잠시 블로그 쓸 시간조차 나지 않네요.  제 유일한 즐거움의 활동인데, 아이 둘다 워낙 잠이 없는 아이들이다 보니 저에게 잠시의 틈도 주지 않아요.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쓰냐구요?  그건 오늘 저희 큰 아이 잭이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평소 적어도 한시간 반은 자던 낮잠을 오늘은 1시간도 자지 않고 일어났거든요.  게다가 요즘 매일 밤 11시에서 12시까지 놀다가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다 보니 잭도 피로가 제법 쌓였나봐요.  아무렴요.  아직 아이인데, 아무리 잠이 없고 놀기를 좋아한다기로서니 계속된 잠부족을 어찌 견디겠어요. 

잠자기 싫어하는 잭이 그렇게 낮잠을 자지 않는 동안 둘째 뚱이 또한 아침 기상 후 오후 4시반이 되도록 낮잠을 30분도 채 자지 않고 하루 종일 버티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2시간 반을 잤습니다.  5개월짜리 아이도 이렇게 낮잠이 없다니..  그 형에 그 아우.  저희는 낮잠도 없지만 밤잠도 정말 적었던 잭을 키운 덕에, 낮잠 없는 뚱이 키우는 일이 그리 대단하게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뚱이는 적어도 밤잠은 잘 자는 편이거든요.  벌써 자기 형보다 밤잠을 더 잘 자요.  잭은 아직도 자다가 많이 울고 깨는 편이거든요. 

이런 저희 잭이 요즘 말문이 트이면서 저녁부터 자기 직전까지 계속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녁부터 자기 전까지 계속하는 정도가 아니라, 잠든 후에도 잠꼬대로도 같은 말을 합니다.  그건 바로...

"이따 자자"

엄마, 이따 자자. 

엄마, 이따 자자. 

엄마, 이따 자자. 

수없이 반복되는 말. 

그 말을 듣다 듣다 못해, 며칠 전부터 저도 "그래, 이따 자자.  아니, 자지 말자.  너 자려고?  엄마는 안 잘 건데?  자지 말자.  이따 자자." 이렇게 응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나 "이따 자자"고 하니, 그래 너 하고 싶은대로 한번 해보자 하고 그러게 뒀더니, 잠자리에 누워서 한시간 반이 넘도록 뒹굴며 "이따 자자"는 말만 반복하며 잠을 자지 않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바람에 저와 잭의 취침시간은 졸지에 11시, 11시반, 12시가 되어버렸답니다. 

말도 잘 못하던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니, 좋은 점도 많은데 애로사항도 이렇게 많습니다.  아이 말대로 해 줄 수도 없고, 또 아이가 말을 하는데 그 말을 그대로 무시할 수도 없지요. 

늦게 자고, 잠을 적게 자면 키도 자라지 않고, 머리도 쉬지 못하고, 힘도 세어지지 않고, 등등을 아무리 이야기해줘도 저희 아이에게는 소용이 없습니다. ㅠ 

오늘도 아이는 잠들기 직전까지, 눈을 뜰 힘조차 없는 상태에서도 "엄마, 이따 자자.. 엄마? (엄마 잠들었나 체크 ㅋㅋ) 이따 자자.." 

제가 대답을 하지 않는 순간 아이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좀 울면 어때.  울더라도 울게 두면 결국은 제 풀에 꺾여 자기는 합니다.  그런데 애가 둘이 되고 보니 혹시라도 잭 울음소리에 옆방에서 자는 뚱이가 깨기라도 할까봐 잭을 마냥 울게 둘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이따 자자"를 반복하다 아이는 결국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거실로 내려와 틴틴과 3년 반만에 처음으로 맥주 한잔 하자며, 틴틴이 맥주를 냉동실에 넣는 순간.. 바로 그 때 "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윗층에서 난 둔탁한 소리, 그건 바로 잭이 침대에서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저와 틴틴은 서로 마주본 후, "잭?" 하고는 둘이 함께 계단을 후다닥 뛰어올라갔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이따 자자.. 엄마, 이따 자자..."

아이는 침대에서 떨어진 후, 침대로 다시 기어 올라가려고 애를 쓰는 중이었습니다.  몸이 반쯤 침대에 걸쳐진 상태였지요. 

저와 틴틴이 그 방에 도착한 후에도 아이는 계속해서 "엄마, 이따 자자.. 이따 자자..." 

저랑 틴틴은 어둠 속에서도 어이가 없어 소리 죽여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니.. 이렇게나 자기 싫다니..  잠 자는 중에도 이따 자자고 말하는 아이라니. 

그 아이가 바로 저희 아이입니다.  죽어라도 자지 않으려는 아이.  자는 게 세상에서 가장 싫은 아이. 

이 아이는 요즘 한참 배변훈련 중입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내일 수요일까지 한 주간 틴틴 휴가 기간이라, 이 기간을 이용해 배변훈련을 하기로 했지요.  다음에는 이 배변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할게요.  스포일러를 남기자면, 배변훈련 Day 6 인 바로 오늘, 아이는 유아변기에 앉아 대변을 보는 데 성공하였고, 저녁에는 잠자기 전 자기 스스로 소변통을 잡고 소변을 보기까지 했답니다.  (그러나, 어젯밤에는 잠 자면서 쉬야를 했다는 건 안비밀!)

그럼, 저희 가족의 첫 배변훈련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모두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