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5개월, 30개월 두 아이 육아가 나에게 남긴 것, 그리고 짧은 근황 기록

옥포동 몽실언니 2020. 6. 28. 08:29

아주 적은 자유시간. 

정신 없는 하루 일과. 

하루에도 몇개나 쓰고 싶어지는 블로그. (글로 쓰고 싶은 것들이 계속해서 생각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블로그 쓸 시간이 없다.  그리고, 그 쓸감들은 기억에서 사라진다. 

밥을 제대로 씹어 먹으며 먹어본 게 도대체 언제인지..

1 일, 1 샤워는 꿈만 같은 일.

최대 1 일 3 카톡.  아침먹고 카톡, 점심먹고 카톡, 저녁먹고 카톡.  식후 잠시 화장실을 들를 때나 잠시 핸드폰을 체크할 수 있다.  그마저도 답장할 시간이 제대로 없다.  저녁 메세지는 다음날에나 보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 

원래 없던 인간관계는 더더욱 단절.  

코로나로 인해 외출도 못 하는 상황. 

***

잭의 배변훈련 이야기

원래는 우리 아이 배변훈련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이, 또 정신이 없다.  이미 나는 너무 피곤하고 졸려 생각의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잊지 않기 위해 대변 기록을 남기자면 (소변 가리기는 순항 중) 기특하게도 오늘도 이쁜 똥을 잘 쌌다.  배변훈련 10일차, 지금까지 유아변기에 대변을 본 것은 두세번 정도인데, 그 중 제대로 된 대변을 본 것은 딱 한번이다.  그 외에는 기저귀 매트에 앉아서 세번 정도 제대로 된 대변을 봤다.  그 외에는.. 팬티에 싼 적이 몇 번..  그 대변 잘 보던 우리 잭이 대변훈련을 시작하니 대변을 건너뛴 날도 하루이틀 있었다.  첫 유아변기 대변 성공은, 내가 대변 보는 모습과 그 결과물 (내 대변 --;;;;;;) 을 아이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 날에 있었다.  부모나 또래 친구가 대변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더니 민망하긴 했지만 진짜 효과적이었다.  

아래 사진은 배변훈련 스티커 모음.  대소변 가리기를 성공할 때마다 스티커를 줬고, 하루치 스티커 모으기를 성공하면 그날의 선물을 줬다.  물질적 보상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냥 쉬운 길로 가기로 했다.  장난감을 많이 사 준 편이 아니다 보니 이 참에 그간 사주고 싶었던 장난감을 사주기로 한 것.  매일 줄 선물을 주문할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는 그냥 건너띄기도 하고, 한번에 몰아주기도 했지만 첫 사나흘은 아이가 선물에 대한 기대로 아주 기뻐하며 열심히 배변훈련에 임했다.  당시 아이가 탱크에 꽂혀 있어서 탱크를 사달라고 해서 탱크 그림이 세 개나 되지만 실제로는 한대만 사줬다.  스티커로 아이를 동기화하는 것은 그럭저럭 성공적이었다.  그 때 재미붙인 스티커 붙이기를 지금도 본인이 원해서 계속하고 있는데, 이제는 아무리 스티커를 붙여도 선물이 없다. ㅋ 본인도 요구하지도 않고.  

헤이 피버 (꽃가루 알러지) 이야기

작년 여름부터 갑자기 나타난 헤이 피버가 올해는 봄부터 찾아왔다.  오메.. 어떻게 이렇게 사나 싶을 정도로 끊이지 않는 재채기, 입천장과 후두 부움, 코 점막 따갑고, 콧물 줄줄나며 코가 꽉 막히고, 온 몸에는 두드러기 발진.  모유수유로 약도 못 쓰다가 공기청정기가 도움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기청정기를 당장 구입하고, 알러지 관리는 청소가 기본이라는 이야기에 3층 집을 아침 저녁으로 청소하기 시작했다.  샤워, 특히 머리 감기가 도움된다 하여 증상이 좀 심하다 싶으면 샤워를 했더니 그 덕에 지난 3일간은 1월 출산 후 처음으로 매일 샤워를 하고 있다.  알러지 덕에 내가 그렇게나 소원하던 1 일 1 샤워를 하게 되다니, 인생 살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젠 1 일 1 샤워가 다른 의미로 꿈이 되었다.  알러지 때문에 하루에 두 번, 세 번 샤워를 해야 하기 때문.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하고 나면 목이 부은 것이 눈에 띄게 나아지므로. 

헤이 피버 덕에 현재 사는 동네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다.  이 곳에 그냥 정착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더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로든, 알러지가 덜 심할 곳으로 가고 싶다.  그런데 과연 어디로? 

또 한번의 부부싸움 (= 칼로 물 베기)

일주일간의 남편 휴가가 끝나고 난 바로 다음 날.  우리는 또 싸웠다.  아니, 내가 화가 났고, 내가 화가 난 것에 남편도 서운하고 화가 났다.  잘 이야기를 했고, 남편은 사과했다.  나도 조금은 사과했다.  애들 키우며 싸울 때는 늘 비슷한 레퍼토리이다.  같은 레퍼토리로 이렇게나 계속 싸움을 할 수 있다니.  우리 얘기지만 어이가 없다.  같은 이유로 늘 싸우지만, 그래도 사과하는 남편, 내가 제안한 변화들을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남편이라 고맙다.  사실, 그 약발이 길어야 일주일이라는 것이 함정인데, 그래서 같은 이유로 싸우고 또 싸우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일주일이라도 가는 게 어딘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인데, 너무 기대치가 낮은 것인가?  내 생각은 그렇다. 사과도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받아들이겠다 하고도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므로, 틴틴은 대단한 거라고.  바로 그 점 때문에 내가 그와의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의 언어발달

이젠 잭이 말을 제법 잘 한다.  표현하고 싶은 것을 70%는 표현하는 것 같다.  언어의 리듬을 좋아하는 것 같다.  리드미컬한 표현들을 재미있어 하고 곧잘 따라한다.  말똥말똥 (동생이 잠을 안 자고 눈이 말똥말똥할 때), 왔다 갔다 (맨발로 가든을 나갔다 온 후 문 앞 수건에 발을 왔다 갔다 하며 잘 닦으라 했더니 곧바로 따라했다), 됐다 안 됐다 (요즘 다이슨 무선청소기가 고장이 나서 됐다 안 됐다 한다고 틴틴이 말했더니 그걸 계속 따라한다), 말랑 말랑 (플레이 도가 말랑말랑할 때 통에 넣어둬야 딱딱해지지 않는다고 알려줬더니 말랑 말랑을 따라했다.  자기 살도 말랑말랑, 동생 볼도 말랑말랑, 엄마 뱃살도 말랑말랑 ㅋ).  그 외, 노래를 부를 때 가사를 비슷하게라도 따라 부르는 구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잭이 보여준 우리집의 서열 

엄마-잭-아빠-뚱이 순인 것이 오늘 확인되었다. 

졸리고 피곤하자 이유없이 아빠를 때려서 엄마에게 혼났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깊어진 나의 진로/취업 고민

코로나로 아이 어린이집은 아예 문을 닫기로 결정했고, 우리는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느니 그냥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뚱이도 집에 있으니 뚱이 하나 보는 거나, 잭과 함께 보는 거나 큰 차이가 없을 거라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년 쯤이면 뚱이도, 형아와 함께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나도 내 일을 좀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내년 가을까지는 되도록 내가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에 대한 생각이 없다면 맘 편히 그 시간을 즐기면 되는데, 내년부터는 내 일을 시작한다고 생각했다가 이런 상황에 닥치니 마음이 그리 좋지 않다.  지금 이 시간에 전적으로 몰입되지가 않는다.  언제까지 계속해서 이 생활을 해야 하나.. 육아의 고됨 보다는 길어지는 경력단절로 인한 걱정이 더 크다.  너무 오래 손놓고 있다가 내가 가진 기술이 모두 동나버릴까 불안하고 (모두 다 동나지는 않겠지만 상당부분 녹슬 것이다 ㅠ), 그로 인해 장기적으로 생기게 될 경제적 부담이 걱정된다.  휴우.. 세상 참 쉬운 게 없다. 

그런데 현실은 이런 걱정, 불안, 고민을 제대로 할 시간도 없다는 점. 

난 지금 당장 아이 곁에 가서 잠을 자야 한다.  그래야 내일을 버틸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블로그 포스팅을 올릴 수 있게 될 그 날을 고대하며.. 오늘은 이만~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