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30개월] 배변훈련 준비하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0. 7. 5. 06:55

안녕하세요.  

매번 오랫만에 인사드리죠?  아이들 때문에 시간이 없다 보니 블로그를 쓸 시간이 없습니다.  블로그만 쓸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그 어떤 일도 할 시간이 없어요.  어느 정도냐 하면, 지난 주에 집에서 쓰던 다이슨 무선청소기가 고장났는데도, 다이슨에 전화해 볼 시간이 없었을 정도입니다.  전화는 커녕, 저희 청소기의 무상보증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해 볼 시간도 없었어요.  그걸 어저께에야 겨우 해서 상담받고, 교체 부품을 다음주에 받기로 했습니다.  

첫째 잭이 락다운으로 어린이집을 가지 않게 되면서 늘 이렇게 바빴지만, 요즘 더 바빴던 것은 바로 그 잭의 배변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짧게 말하자면 애 쫓아다니며 똥오줌 받아대느라 더 정신없이 바빴다는 말씀.. ^^;;

오늘로 저희 아이 배변훈련 2주 하고 3일이 되었는데, 현재까지 배변훈련은 순항 중입니다.  아주 감사하고 기특한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희 아이 배변훈련 이야기를 자세히 해 볼까 합니다. 

배변훈련을 하기로 결정하다

저희가 2주 반 전에 아이 배변훈련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딱 두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아이가 드디어 "똥"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배변훈련의 적절한 시기는? 아이가 하고자 할 때!

사실 배변훈련은 더 일찍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조금 뜻밖이실텐데, 저희 잭은 워낙 대변을 자주 보는 아이라서 다 큰 아이 대변을 몇번씩 기저귀로 받아내는 게 부모인 저희로서도 참.. 비위가 상하는 일이었거든요. ^^;; 게다가 저희 잭은 기저귀 갈기를 너무 싫어하면서 (놀다가 중단해야 하므로), 동시에 기저귀 차는 것도 너무 싫어하던 아이였어요.  그래서 기저귀를 갈 때마다 한바탕 씨름을 해야 하다 보니 저희는 이럴 거, 배변훈련을 빨리 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참 전부터 아이가 변기에 친숙함을 느끼도록 유아변기를 집안 곳곳에 두고 생활해오다가 그 변기들을 몇달 전 모두 다 치워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싫어했거든요.  배변훈련을 하기 싫대요.  변기에 하기 싫다는 거죠.  그리고, 아이가 소변은 스스로 인지하는 것 같은데, 대변을 보기 전에 스스로 변의를 느끼는 것은 표현할 줄을 몰라서 아직 때가 아니구나 생각하고 변기에 먼지만 앉게 두드니 모두 창고에 집어넣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놓고 지내던 중 아이가 언제가부터 기저귀에 대변을 하고 나면 "똥"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저희가 몇주간 아이 똥기저귀를 갈 때마다 이제 응가를 했으면 "똥"이라고 바로 말 해 달라고, 그럼 기저귀 갈기가 훨씬 편하다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죠.  "똥"이라고 말하면, 엄마 아빠가 바로 기저귀를 갈고, 그럼 응가 닦아내기도 편하고 기저귀 가는 시간도 짧아지니 잭도 편하고 저희도 편하고.  서로 서로 좋은 것이니 "똥"이라고 말만 하면 된다고, "똥"이라 말 해 보라고.  그렇게 매번 반복하다 보니 언젠가 갑자기 대변을 본 후 저희에게 달려와 "똥"이라 말하기 시작했어요.  그리하여 저희는 이제 배변훈련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왔다고 느꼈습니다.

아이 스스로 배변훈련을 결심하다

그렇게 저희 아이가 몇번 "똥"을 말한 후, 어느 날 갑자기 잭의 똥기저귀를 갈고 돌아온 틴틴이 저에게 다가와,

"몽실, 잭이 이제 배변훈련 하고 싶대요." 

라고 하질 않겠어요. 

"네? 정말이요? 갑자기 어떻게 그렇게 생각을 바꿨대요?  (잭에게) 잭,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엄마 아빠가 억지로 시키지는 않을거야."

라고 했더니 틴틴이,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잭이 하고 싶다고 했어요."

"우와, 정말?"

"네, 제가 설명을 했어요.  잭이 배변훈련을 해서 기저귀 말고 포티 (아기 변기) 에 쉬하고 응가를 하게 되면 우리가 기저귀를 안 사도 되니까, 기저귀 살 돈으로 잭 장난감을 살 수 있다고요.  그랬더니 잭이 배변훈련 하고 싶대요."

배변훈련을 하면 기저귀를 살 필요가 없고, 그 돈 아껴서 아이 장난감을 살 수 있다고 했더니 아이가 바로 설득을 당했습니다.  아이가 30개월쯤 되다 보니 이런 논리를 모두 이해하고 스스로 배변훈련을 하기로 결심까지 하네요.  틴틴의 기발함에 저도 감탄! 

틴틴이 장난감으로 아이를 설득하였으니, 저는 아이의 결심을 더욱 굳히기 위해 아이를 불러 놓고 기저귀 살 돈으로 어떤 장난감을 사고 싶은지 물으며 배변훈련 달력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아래의 달력이지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어요.  사실 돈 주고 살 수 있는데, 뭣하러 그런 데에 돈을 쓰나 싶어서 형편 없는 그림실력으로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 그림을 그려 주었습니다.  아이가 원한 장난감은 첫날은 기차, 다음날은 똥 (???), 그 다음날은 찻잔 소꼽놀이 세트, 그 다음날은 자동차, 그 다음날은 매일 탱크.  이 때 저희 아이가 탱크에 꽂혀있던 때였거든요.   아이가 글씨를 읽을 줄 알면 글씨로 적어줄텐데 아직 글을 모르니 그림을 그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아이는 장난감 그림을 보며 기대 만발!

배변훈련 준비물

1. 유아용 변기와 속옷

배변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배변훈련용 변기가 필요하겠죠.  저희는 지인들이 유아변기를 많이들 물려줬어요.  남편 회사 동료 여럿이 줬는데, 아이가 어떤 변기를 좋아할지 몰라 주는대로 받아둔 변기가 네다섯개 되었어요.  그 중 하나는 저희도 다른 집에게 물려주고, 나머지는 부엌, 거실, 침실, 욕실에 각각 배치해뒀습니다.  실은 아이가 좋아할 캐릭터 변기를 새로 구입할까 싶어 아이와 의논을 해봤는데, 아이가 어떤 변기도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배변훈련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아주 마음이 편치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괜히 변기에 돈 더 쓰지 말고 그 돈으로 아이 장난감 사주자 생각하고 변기는 더 구입하지 않고 물려받은 변기들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아이 속옷은 그 전부터 배변훈련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던지라 집에 사둔 속옷이 넉넉히 있어 그걸로 활용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고 나니 하루에도 몇번을 속옷을 갈아입으니 아이 속옷은 다다익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  배변 칭찬용 스티커 구입

배변훈련 달력은 직접 그렸으니 스티커가 필요하지요.  아이가 좋아할만한 알록달록한 동물 그림 스티커를 아마존에서 구입했습니다. 

3. 칭찬용 선물 구입

이 부분은 사실 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배변훈련을 하기고 하기는 했는데, 막상 하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물질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렇지요.  아이에게 물질로 보상하다 보면 아이는 점점 더 큰 것을 상을 바라게 되기 때문에 물질적 보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그냥 물질적 보상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평소에 장난감을 많이 사주지 않은 편이라 장난감을 좀 사주고 싶었고, 둘째는 저희가 모두 피곤하다 보니 그냥 쉽게 쉽게 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지요.  한번쯤 이렇게 한다고 큰 일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러면서도 사실 속 마음은 좀 불편하긴 했습니다.  약발이 별로 안 통하거나, 아니면 아이가 정말 계속 더 큰 것을 바라고, 배변훈련 후에도 늘 물질적 보상을 바라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했구요. 

어쨌든 저희는 평소 좀 사주고 싶었던 장난감을 몇개 주문해서 첫 2-3일치 선물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3일은 아이가 모두 탱크를 갖고 싶다 했는데, 탱크를 3개나 사 줄 일은 아닌 것 같아 탱크는 소리도 나고 불도 나오는 장난감으로 딱 한대 구입. 

4. 준비하지 못했지만 준비했더라면 좋았을 것들

배변훈련용 팬티:  저희는 배변훈련용 기저귀를 지인에게 물려받았는데 (대소변을 볼 경우 완전히 흡수되지 않도록 해서 기저귀가 젖은 것을 아이가 더 잘 인식하게끔 도와주는 기저귀라고 해요.) 그건 아이가 싫어해서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배변훈련용 팬티는 여성용 면생리대처럼 좀 두꺼운 면패드가 깔려있는 속옷이라 아이들이 실수해도 흡수도 제법 해주면서도 아이들이 본인들이 대소변을 봤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게끔 (시판 기저귀는 흡수율이 좋아서 대소변을 보더라도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네요) 해 준다고 하네요.  나중에라도 사려고 하면 살 수 있었는데, 저희는 잭의 성향을 생각할 때 배변훈련용 팬티는 입지 않으려 할 것 같아서 그건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방수 매트리스 커버: 2주 반의 시간 동안 저희 잭이 밤중 쉬야를 세번 정도 했어요. 밤에라도 기저귀를 채우면 그럴 일은 없었을텐데, 아이가 기가 막히게 잠 자는 중에도 기저귀를 채우려 들면 발버둥을 치며 저항을 해요.  그래서 기저귀 채우는 일은 포기했고, 방수 매트리스 커버를 쓰려고 주문을 해뒀는데 요즘 코로나로 인해 배송이 너무 오래 걸려서 다음주나 되어야 배송이 된다네요. ㅠ 미리 알았으면 다른 곳에서 주문했을텐데, 배송 취소하고 다른 곳에 다시 주문하기 귀찮아서 그냥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자던 침대에는 일회용 방수매트를 매트리스 커버 밑에 깔아두었는데, 아이가 귀신같이 그 위에서는 자기 싫다고, 그 매트를 빼라고 하는 통에 (약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거든요), 요즘은 그냥 바닥에 요를 깔고 둘이 부둥켜안고 자고 있어요.  얼른 다음주가 되어 방수 커버가 오기만을 바라는 중입니다. 

배변훈련 준비 이야기가 참 길었죠?  

그렇게 준비한 배변훈련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도록 할게요! 

모두 좋은 주말 되세요!

(사진: 자기가 모은 배변훈련 스티커를 바라보는 아이~ 아주 잘 하고 있어요!  훌륭해, 우리 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