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30개월] 배변훈련은 순항 중: 진행 과정 기록

옥포동 몽실언니 2020. 7. 5. 08:21

안녕하세요.  

글을 몰아쓰는 중인 몽실언니입니다.

할많할없.  다들 할많하않이라 할 때 저는 할많할없. 할 말은 많지만 할 시간이 없습니다. ㅠㅠ 

예전에는 자주 글을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쓸 수 있을 때 무조건 막 쓰는 걸로 목표를 변경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글을 "막" 쓰는 중입니다.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 할 것 같아서요. 

배변훈련 이야기, 이번에는 현재까지의 진행과정편입니다.

첫 1주일 중 첫 3일: 소변 실수의 연발, 그리고 생애 첫 변비

저희는 저희 아이가 소변 실수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왜냐하면 1월에 저희 엄마가 오셨을 때 엄마가 갑자기 아이 소변가리기를 시작하셨고, 아이가 곧잘 소변을 가렸거든요.  엄마 말씀에, 저희 어릴 때는 돌만 지나도 대소변 가리기를 시켰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때 엄마가 잭의 소변을 가리게 하신 이유는 당시 저희 아이가 죽어라고 기저귀를 차지 않겠다고 하던 때라 엄마는 이 참에 대소변 가리게 해 버리면 된다며 소변통을 하나 만들어 아이를 쫓아다니며 쉬를 몇 번 받으시고 나니 아이가 소변을 곧잘 가리더라구요.  남자 아이들의 경우 소변 나오는 게 자기 눈으로 보여서 여자 아이들에 비해 좀 더 쉽게 가리는 편이라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았어요. 

그렇게 소변을 잘 가리던 아이가, 나중에는 그게 귀찮았는지 그냥 기저귀를 차겠다고 하더니 소변가리기를 하지 않던 몇달 사이 그 감각을 모두 잊은 모양이었습니다.  첫날은 두세번 빼고는 모두 다 옷 입은 채로 그냥 싼 것 같아요. 

둘째날도 비슷했습니다.  서너번 빼고는 모두 실수. 

셋쨋날도 비슷.  응가마저 팬티에. 

3일 가량이 이렇게 지나가니 배변훈련, 이거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막막해지는 순간도 있었어요.  그러나.. 어찌하리오.  시작을 했으니 끝은 봐야 하는 것.  아이가 잘 할 때마다 스티커를 주며 매일 그날 그날의 선물공세를 하며 계속해서 이어나갔습니다. 

스티커와 선물 증여 방법 

저희가 아이에게 스티커와 선물을 준 방식을 설명하자면, 원칙은 포티 (유아변기) 에 쉬나 응가를 성공할 때 스티커를 하나 주는 것이었는데, 며칠 하다 보니 응가가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응가를 하면 스티커를 두개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첫날은 아이가 긴장하고 불편했던지 하루에도 두세번씩 똥을 누던 아이가 똥을 한번도 누지 못했어요. 그러나 아이가 응가를 하고자 포티에 앉는 시도를 했고, 그 시도만으로도 너무 기특해서 "노력상"으로 스티커를 두개 줬습니다.  그렇게 원칙을 준수하되,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맞춰 스티커를 활용하여 아이를 격려해나갔습니다.   

선물의 경우, 그날의 스티커를 모두 채우면 선물을 주는 것이었는데, 첫 이틀만 그렇게 하고 나머지는 그 때 그 때 내키는대로 줬어요. ㅋㅋ 육아에 지쳐 선물로 분위기 전환하고 싶을 때 그냥 줘버렸어요.  일관성 있고 원칙 지키는 부모 되기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날은 선물을 건너뛰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선물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아이도 매일 새장난감을 받다 보니 며칠 지나자 선물에 좀 시들해지더라구요. 

첫 일주일 중 나머지 3-5일: 소변 안정화, 대변 시도도 성공

고되었던 첫 3일이 지나자 아이가 소변은 제법 가리기 시작했어요.  

대변은 첫 며칠 팬티에 싸다가, 일단 변기까지 가기 전에 징검다리가 필요할 것 같아 기저귀 매트를 깔고 바닥에 하는 것으로 시도했습니다.  이건 저희 친정엄마가 가르쳐주신 팁이었는데, 예전에는 아이 다리를 들어앉고 변기에 앉은 듯한 자세를 취해 준 후 "응~~가"라고 힘 주는 소리를 내주면서 응가를 시켰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변기에 앉는 자세보다는 그 자세가 대변 보기 좀 더 편하다고.  

저희는 아이가 대변을 두번 정도 연속으로 팬티에 싸는 것을 보고, 변기까지 가기 전에 대변을 팬티가 아닌 곳에 일단 싸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비닐 커버가 되어 있는 기저귀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쭈구리고 앉아 대변을 보게 했습니다.  이 시도는 성공적!  아이가 매트 위에서 대변 보는 것에 성공했어요.  이게 며칠째였더라.. 기억이 나질 않네요.  ㅠ 어쨌든 매트에 자기가 눈 똥을 본 후, 아주 기뻐한 저희 세 사람.  아이는 그 후로도 응가가 마려우면 "똥!!!" 이라고 소리치며 저희에게 달려왔고, 그럼 저희는 얼른 매트를 깔아줬습니다.  그럼 아이는 매트 위에 쭈구리고 앉아 응~~가~~ 하면서 응가 성공. 

그렇게 응가를 성공하기도 했지만, 실수도 계속 되었어요.  어느 날은 다락방에 있는 미끄럼틀에 올라가다가 갑자기 끄응 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달려가보니 팬티 안에 내려오고 있는 아이의 똥....... 어느 날은 아이가 "똥...!" 하며 똥을 팬티에 쌌다고 아이가 팬티를 벗고 도망가는데 아이 엉덩이 사이에 똥이 그대로 달려 있어서 저도 모르게 맨손으로 아이 엉덩이에 낀 똥을 빼기도 했구요.  

대변은 소변보다 어렵더라구요.  아이가 "똥"이라 말하고 똥을 누는 때보다는 "똥"이라 말하는 순간 이미 똥이 나오고 있는 때가 더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번이나 매트에 성공했다는 것에 저희는 의의를 뒀고, 아이가 똥이 나올 때를 점점 더 잘 인지해가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했습니다. 

배변훈련 둘째주: 변기에 앉아 대변보기  

둘째주가 되자 아이는 소변은 제법 마스터해서 어떤 때는 제 손으로 소변통을 들고 소변을 받아 저희에게 건네주기도 했어요.  "소변통"이 뭐냐구요?  저희는 아이 소변을 유아변기에 받지 않고 못쓰는 작은 플라스틱 통을 이용해서 받아왔거든요.  이것도 저희 엄마의 팁이었는데, 남자 아이들의 경우 작은 병에 소변을 받는 게 유아변기에 누게 하는 것보다 편하다고, 일단은 작은 통에 누게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적당한 크기의 못쓰는 플라스틱통을 소변통으로 지정해서 쓰고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아이도 자기 소변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고, 어떤 때는 자기 혼자 그 통을 들고 자기 소변을 받는 경지에 이르른 것입니다.  이건 목욕할 때 처음 있었던 일인데요.   아이 목욕을 시키다가 아이에게 물을 갖다 주려고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니 아이가 플라스틱 통에 자기 소변을 받아뒀지 뭐예요.  배변훈련 전이었다면 목욕물에 소변을 봐버리는 바람에 그 물을 다 버리고 다시 목욕물을 받았을텐데, 이젠 그럴 일이 없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어쨌든 그 일 이후에도 혼자서 소변을 받는 일이 몇번 더 있었고, 저희는 그 때마다 아주 신기해하며 칭찬해줬습니다. 

배변훈련 둘째주, 저희 목표는 아이 대변을 매트가 아닌 변기에 앉아서 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갑자기 변기에 앉는 게 어색한지, 아님 변기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매트에서는 성공해서 그런지 대변을 계속해서 매트에 앉아서 보려고 했어요.  그런 잭에게 틴틴이 또 한번 설득을 했습니다.  변기에 앉아서 대변을 보게끔 말이죠. 

이번에는 어떻게 설득을 했을까요?  저희 잭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이 RC 헬리콥터예요.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헬리콥터.  잭 보다 나이 많은 아들이 둘이 있는 후배가 있는데, 작년에 그 집에 놀러가서 그 집 거실을 날아다니는 헬리콥터를 보고 완전히 정신이 팔렸거든요.  틴틴이 잭에게 포티에 앉아서 대변 보는 것을 마스터 하게 되면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헬리콥터를 사주겠다고 초강수를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저희 잭, 없는 똥도 짜낼 기세로 포티에 앉아서 힘을 주기 시작했어요. ㅋㅋ  

그런데 잘 안 되던 일이 갑자기 될리 없지요.  몇번 시도했으나 첫 한두번은 실패.  그러나 그 뒤로는 계속해서 변기에 앉아서 대변보는 일에 계속 성공하고 있습니다.  

배변훈련 셋째주

이제 3주차에 접어들자 아이가 유아변기에 편하게 앉기 시작했어요.  자기가 스스로 가서 앉아서 볼일을 보기도 합니다.  보통 쉬는 소변통에 했는데, 이제는 쉬도 변기에 앉아서 하기도 하네요.  아주 기특합니다. 

오늘은 변기에 앉아 똥을 두번이나 눴어요.  낮에 한번, 저녁에 한번.  적당한 굵기의 미끈한 똥을 얼마나 이쁘게 쌌던지.  

아이가 점점 잘 할 때마다 저희는 말 합니다.  

"잭, 이렇게 계속 하면 헬리콥터 갖게 되는 거 아니야?  어떡하지, 헬리콥터를 생각보다 더 빨리 사주게 될 것 같은데~~"

그럼 잭은 씨익 웃으며 좋아해요. 

잭은 변기에 앉아서 쉬와 응가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변기통을 스스로 분리해서 대소변이 담긴 변기통을 직접 화장실로 갖고 가기도 합니다. ㅋㅋ 애가 워낙 장난감 분해를 좋아하다 보니 변기에 좌석시트를 들고 그 아래 대소변통을 꺼내는 게 재미있나 봐요.  다행입니다.  이런 취미가 좋게 쓰일 때가 있어서요.  

저희 잭이 쓰는 변기는 아래처럼 생긴 Fisher Price에서 나온 유아변기인데, 토마스 그림이고 뭐고 아무 그림 없는 변기예요.  저 변기에서 볼일을 본 후 아이가 변기 시트를 열고 아래 대소변이 담긴 통을 알아서 꺼내는 거죠. 

이렇게 무난하게 대소변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난하게... 라고는 하지만 사실 하루종일 아이를 관찰하며 아이가 혹시 쉬가 마려운지, 응가가 마려운지 살펴보고, 아이가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아이 쫗아다니느라 한숨 돌릴 틈도 없어요.  

또 빨래는 얼마나 나오는지.. 벌써 세번이나 밤에 실수를 했고, 낮잠 자다가 실수 한 적도 두번이나 있는데, 그 때마다 빨래가 빨래가....  ㅠ 한밤중에 싸게 되면 큰 수건을 꺼내 대충 닦고 정리한 후 새 수건을 꺼내 대충 덮고 자서 다음날 빨래가 이중으로 더 많아져요.  평소에도 매일 빨래가 제법 나왔는데, 지금은 매일 빨래가 엄청나게 나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배변훈련 탓인지, 아님 그것과는 별개로 아이가 급성장하는 시기를 거치고 있어서인지 아이가 떼쓰는 수준이 아주 심각해져서 그것 때문에도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어요.  게다가 이 아이는 자는 중에도 왜 그리 엄마를 자주 찾는지.. "엄마.. 엄마..." 하며 저를 더듬어 찾습니다. ㅠ 

글을 쓰는 지금도 혹시라도 아이가 자다가 저를 찾을까봐 가슴이 두근두근..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제 낮잠까지 없어지려 하는지, 낮잠을 잤다 하면 취침시간이 밤 11시.  낮잠을 안 자면 10시.  어떻게든 애를 구슬려서 차에 태우지 않으면 절대 낮잠을 자지 않으려 하며 버티기를 계속 하길래 이젠 낮잠 그냥 끊는 걸로 생각하고 오늘도 낮잠을 재우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최근 몇달 중 가장 이른 시간에 취침했어요.  저녁 9시 반.  ㅠㅠ 영국 아이들은 보통 7시에서 늦어도 8시반에는 자는 편인데, 저희 아이는 이 연령대의 아이 중에는 가장 늦게 자는 아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잠이 적어도 너무 적어요.  자기 싫으면 안 자고 잘 놀면 말을 안 할 텐데, 졸린데 안 자려고 버티니 몸은 피곤하고.. 그러다 보니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부리며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 모릅니다. 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일들은 배변훈련과 관계없이 저희에게는 늘 있던 일상이었으므로.. 배변훈련 만큼은 3주차인 지금까지 제법 순항 중인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저는 이제 자러 가야겠어요.  

오늘 하루도 참 길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오는 카톡에 답은 커녕 제때 메세지를 읽을 시간도 없었는데, 이렇게 아이가 잠든 후 블로그 글 쓸 시간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아주 감사한 밤입니다. 

배변훈련은 힘들어요.  아이도 부모도 힘든 일인데, 이걸 우리 부모님께서 저에게도 해주셨다 생각하면 이 일이 내가 응당 해야 할 일로 느껴지고, 우리 부모님에 대한 존경도 더더욱 우러나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아이 배변훈련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  모두 힘내세요.  결국은 하게 됩니다.  시간이 걸릴 뿐.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더라, 더 빨리 하더라, 잘 하더라.. 그런 이야기는 귀담아 듣지마세요.  모든 아이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결국 다 하게 될테니까요~  

오늘의 육아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