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2017-20

[놀이일기] 3세 아이와 함께 하는 5가지 촉감놀이

옥포동 몽실언니 2020. 7. 7. 08:32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제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낸 날입니다.  저희 큰 아이가 지난 주말부터 낮잠을 끊으면서 오늘이 아이 낮잠 없이 보내야 하는 첫 평일이었거든요.  남편 도움 없이 낮잠 안 자는 아이 둘을 돌보려니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아이에게 해 보일 만한 것은 다 해 보기로 했습니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큰 아이는 아침 7시 20분에 기상하여 낮잠 없이 놀다가 저녁 9시 30분에 잠들었고, 둘째 5.5개월 아이는 아침 7시에 기상하여 오전 낮잠 15분, 오후 낮잠 15분, 늦은 오후 낮잠 20분이 낮잠 전부였습니다.  잠 없는 것도 유전인가봐요. ㅠㅠ 어쩜 두 아이 모두 잠이 이리 없나요. 

오늘의 놀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오늘 제가 꺼낸 카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메시 플레이 (Messy Play) 라 하는데, 한국에서는 촉감놀이라고 하는 놀이일 것 같습니다.  

저희는 주말에 이런 messy play 아이디어를 얻을 만한 책을 샀는데, 그 책에 있는 놀이 중 저희가 가진 재료로 아이 연령에서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해 보았습니다.  

[놀이 목록]

  • 베이킹소다 넣은 컨테이너에 색소 넣은 식초 주사위로 쏘기. 
  • 가든 놀이 잠깐 - 가라지에 있던 새장 갖고 놀고, 유모차 갖고 놀고. 
  • 쉐이빙 폼/밀가루/색소 조합으로 놀기. 
  • 색소 넣은 물 얼려서 얼음 놀이 (아침에 얼려서 오후에 사용)  --> 색소 푼 물에 계란 풀어서 거품 만들기.  그 반죽에 밀가루 계속 추가하며 반죽 만들기. 
  • 색소 들고 가서 목욕. 

하루에 저렇게 많은 놀이를?!! 네.. 그랬습니다.  아이가 하나를 시작하더니 자연스럽게 그 다음 놀이로 스스로 확장해가더라구요.  

1.  베이킹 소다 + 식초 + 식용색소 + 주사기 놀이

베이킹 소다와 식초 (산) 이 만나면 부글부글 거품이 일어난다지요.  이걸 이용한 화산폭발 놀이는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많이들 하는 놀이더군요.  시작은 참 깨끗하죠?  아이들 해열제를 사면 들어있는 주사위를 이용해서 식용색소를 섞은 식초를 베이킹 소다를 깔아둔 통에 마구마구 쏘아줍니다. 

이 색깔, 저 색깔.. 

주어진대로만 할 리가 없지요.  이내 숟가락을 들고 와서 유리 그릇에 담겨 있던 베이킹 소다를 식초가 담겨있던 컵에 마구 마구 넣으니 컵에서도 부글부글~


2. 가든 놀이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나서 (베이킹 소다는 모두 컵과 검정색 트레이에 투입) 큰 애가 가든으로 나가자는 바람에 작은 애도 데리고 나가 유모차에 앉혔습니다.  동생이 앉은 유모차 브레이크를 눌렀다 풀었다 하는 잭.  뚱이는 캐임브릿지 J가 선물해 준 별모양 외투를 입고 있습니다. ^^


3. 쉐이빙 폼 (면도용 거품)을 활용한 아트

그리고 나서 집으로 들어왔는데, 아마존에서 어제 주문한 shaving form이 도착했습니다.  이 쉐이빙 폼이 메시 플레이 재료로 많이 쓰이더라구요.  감자전분과 섞어주면 재미난 플레이도가 되고, 쉐이빙 폼에 아래와 같이 색소를 넣어주면 재미난 놀거리가 됩니다.  저희 아이는 거기에 밀가루까지 붓고, 젓가락 총 동원해서 자기만의 놀이를 창출하네요. 

저희가 사용한 식용색소예요.  모든 색깔을 다 사용해봤는데, 빨간색 색소와 초록색 색소는 몸에 스며들어 잘 지워지지가 않네요.  색소의 무서운 힘을 확인한 하루였습니다. 

제가 해 보려고 했던 아트는 아래 책 사진에 있는 것이었는데, 

같은 재료 같은 세팅으로 저희집에서는 이렇게 되더군요.

쉐이빙 폼 놀이를 끝내고 모두 정리한 후 얼음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쉐이빙 폼은 냄새가 너무 강해서 앞으로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냄새에 취약한 저는 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거든요.  제가 얼마나 예민하냐면.. 친한 언니가 제 손톱에 발라준 매니큐어 때문에 일주일간 영문모를 두통을 앓다가 혹시나 해서 매니큐어를 지웠더니 그 두통이 말끔히 사라지던.. 그 정도로 화학약품에 취약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런 엄마 때문에 잭은 앞으로 두번 다시 쉐이빙 폼 놀이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쏘뤼, 잭!

4. 얼음놀이: 강아지와 자동차를 구하라!

자, 모든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하고 얼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놀이.  얼음은 물에 색소를 푼 후 컵에 작은 장난감을 넣고 얼려줬어요.  이것도 이곳에서 아주 흔하게 하는 얼음놀이 중 하나입니다.  작은 장난감이 레고 강아지와 작은 자동차 장난감 밖에 없어서 그것들을 이용해봤습니다.  그 외에 색소 넣은 물풍선을 얼린 후 풍선을 제거하면 동그란 모양의 색깔 얼음이 나와요.  이때 저희는 색소 넣은 물풍선들은 얼음이 다 얼지 않아 색깔 넣지 않은 얼음만 하나 꺼내왔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절대 놀이가 계획대로 진행될 리가 없습니다.  아이는 갑자기 밀가루를 달라고 하네요.  집에 있는 밀가루라고는 락다운 초기에 겨우 구해둔 유기농 밀가루 뿐인데, 결국 그 밀가루를 한 포 내어눴습니다.  밀가루에 이어 아이가 요구한 것은 채.  채에 밀가루를 넣고 검정색 놀이 쟁반에 열심히 뿌린 잭. 

그러더니 잭이 볼을 가져와서 거기에 물을 넣고 레몬색 색소를 넣더니, 여기에 계란도 넣어달랍니다.  집에 있던 귀한 유기농 계란 출동. ㅠ 아까운 계란.. ㅠㅠ 계란을 거품 내 달라고 하여 열심히 거품을 내어 줬더니 아주 좋아했어요.  그리고.. 이 물에는 밀가루를 투입하고, 또 투입하여...

이렇게 밀가루 반죽을 만들더군요. 

부엌이 엉망진창이 되었고, 아이 몸도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자기 발바닥에 붙은 밀가루들을 보여주길래 이 참에 놀이를 정리하자 싶어 목욕하러 가자고 유인하며 메시 플레이 종료..... 인 줄 알았으나..

5. 알록달록 목욕놀이 

그렇게 끝날 리가 없지요.  아이는 색소 뿌린 컵을 목욕탕으로 들고 오더니 욕조 물에 헹구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물이 이렇게 이쁜 색으로 점점 번지네요.  그걸 본 잭은 저에게 색소 하나 더, 하나 더를 요구하여 결국 목욕물은....

온갖 색이 잡탕이 되어 이런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깨끗하게 시작했던 오늘의 놀이는 위 사진과 같이 시커먼 물 속에서 끝이 났고, 저희는 그 뒷 정리를 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는 이야기가.. 

결국 다 정리하지 못하고 하루를 쫑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열심히 블로그를, 틴틴은 어제 못 다 본 영화 (올해의 첫 영화예요!!! 축하축하!!) 를 보기로 했지요.

내일은 또 어떻게 아이를 즐겁게 해 줘야 할까요?  오늘 하루로 저는 일주일, 아니 한달치 놀이력은 다 쓴 것 같습니다.  

참, 저희 아이의 놀이 모습을 보시고 눈치 채신 분 계실까요? 저희 아이는 손에 끈적끈적한 것이나 물감 같은 색깔들이 묻는 걸 아주 싫어해요.  그래서 부엌에서 젓가락이며 온갖 도구를 가져다가 손 대신 활용하지요.  손에 뭐가 묻는 걸 그렇게나 싫어하면서도 이런 놀이는 좋아하니 다행입니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떼울 수 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뭘 해야 할지 고민하시는 부모님들, 뭔가 새로운 놀이 없나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모님들, 모두 힘내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