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22개월 우리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와 책

옥포동 몽실언니 2019. 11. 7. 19:07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저희 아이의 근황을 올려봅니다.

이제 이틀뒤면 저희 아이도 생후 23개월에 접어들어요.  오늘은 지난 한달간 (생후 22개월) 저희 아이가 가장 즐겨하던 놀이를 소개할까 합니다.

그건 바로 쌀놀이인데요. 저희 아이는 더 어릴 때부터 저희가 밥을 할 때마다 쌀을 갖고 놀고 싶어서 안달이 나곤 했어요.  첫 생일 (돌) 을 맞아 한국에 갔을 때 결국 저희 어머니의 부엌 쌀포대 앞에 앉아 쌀을 부엌바닥에 쏟아내기까지 했구요.  그러나 집에서는 쌀만큼은 노노, 절대 안 된다고 주지 않았는데, 늘상 “안돼”라고 하는 게 미안한 나머지, 그리고 저도 좀 편하게 육아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에게 쌀을 “허”하였습니다.

그 결과.. 아이는 정말 정말 즐거워하며 너무 재밌게 놀아요. 

처음에는 아이에게 쌀, 보리 (보리차용 보리), 조개모양 파스타를 꺼내주었습니다.  아이가 요즘 Digger (한국에서 ‘포크레인’이라 부르는 굴삭기)에 푹 빠져있는데, 당장 그 굴삭기 장난감을 들고 와서 각종 곡물을 펐다 쏟으며 놀기 시작했어요.  

윗 사진에서 아이가 가지고 놀고 있는 커다란 Digger는 영국와서 보니 “Backhoe Loader”라 부르는 중장비더라구요.  한쪽에는 굴삭기가, 다른 한쪽에는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는 loader가 장착된 그런 굴삭기예요.  이렇게 아이를 키우며 영어공부에 중장비 공부까지 하게 됩니다. 허허.

이렇게 재료를 준 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이런 식의 촉감놀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아이가 손에 뭔가를 묻히는 건 질색팔색을 해서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 손발을 이용한 바디프린팅을 하며 노는 날에도 저희 아이만 싫다고 해서 결국 못 하고 오는 날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쌀이나 파스타를 이용한 놀이는 즐겁게 잘 한다고 되어 있어서 저도 집에서 그렇게 해 준 거거든요.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어린이집에서는 절대 그 영역 외의 곳으로는 쌀/파스타 등을 흩뿌리지 않는데, 집에서는 공간에 제약없이 제 멋대로 논다는 점.  그리고, 어린이집에서는 그 물건들을 갖고 놀기만 하는데 집에서는 그걸 집어 먹는다는 점이 차이입니다. ㅠㅠ  굳이 소파 밑에 낱말카드 위에 쌀을 얹어 그 쌀을 소파 밑에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자꾸만 파스타를 입에 넣고 아그작 아그작 씹으려 해서, 이제 파스타는 빼 버리고 쌀과 보리만으로 놀잇감을 제한했습니다. 

대신 계량스푼 등 그 전에 갖고 논 적 없는 새로운 도구들을 제공했더니 또 아주 재밌게 잘 놀더군요.  그러나..!! 결국 보리도 입에 넣어 먹어보더니 씹을수록 보리 특유의 고소한 맛 (즉, 보리차맛!) 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자꾸만 보리도 씹어먹으려 해서, 보리도 퇴장. 

그 결과 현재 아이 놀잇감은 쌀, 밤, 각종 견과류로 제한되었습니다.  견과류는 껍질째 있는 견과로, 아이와 좀 갖고 놀기도 하고 까서 먹기도 할 생각으로 구입한 건데, 절반 이상 아이와 까먹고, 잘 까기 힘든 견과만 남겨 아이의 놀잇감으로 사용 중이에요.  사실, 견과류 껍질 깨는 기계가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집에서 까기 힘들어지기도 해서 더 이상 식용 목적이 아닌 놀이 목적의 견과가 되었습니다.   

어제는 음식담는 컨테이너에 자꾸만 담고 싶어하는데, 유리 컨테이너만 끄집어내려 해서 그건 못 하게 자제시키고 집에 있는 플라스틱 도시락통을 아이에게 건네줬습니다.  그랬더니 여러 통에 쌀과 견과류들을 삽으로 나눠담으며 한참을 재밌게 놀더라구요. 

한참을 재밌게 논다 하더라고 아이 옆에는 제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아이는 10초에서 길어야 30초쯤 자기 혼자 놀다가 이내 제 품으로 옮겨와 놀이를 한다든지, 저를 끌고 가서 저를 그곳에 앉힌 후 제 다리에 앉아 놀이를 하는 식입니다.  ㅠ 요즘 들어 아이가 완전 제 단짝.. 좀 심한 단짝처럼 붙어있기를 바래서 아주 행복한 곤욕을 치르는 중이죠. 

그리고, 이렇게 노는 아이 옆에는 각종 중장비 그림이 나오는 책이 종류별로 다 나와있습니다.  아래 우측 상단에 있는 책이 저희가 가장 먼저 사줬던 책이에요.  간단하게 일러스트가 되어 있고 각 장비에 대한 아주 짧은 설명이 나오는 어린이용 책이죠. 딱 저희 아이 연령에 맞는 책.  그런데 아이가 이 책을 너무 재밌어 하고, 처음으로 한 권의 책을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길래, 아이에게 굴삭기가 나오는 또 다른 책을 사줘야겠다 싶어서 위 사진의 우측 하단의 책, Trucks and Diggers를 사주었습니다.  

Trucks and Diggers라는 제목의 이 책은 책 안에 각종 장비가 실제 사진으로 나오는 책으로, 아마존에서 리뷰가 좋길래 한번 구입해봤어요.  결과는 대만족.  아니..책을 산지 보름 좀 넘은 거 같은데 책이 어느새 너덜너덜해질 지경이에요.  아침부터 밤까지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해요.  계속해서 책을 들고 와서 그림을 가르키며 읽어달라고 한답니다.  읽어줄 거리라고는 이 차가 무엇인지 그 이름 정도밖에 없어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읽어줘야 해요. 이 차가 어떤 기능을 하는 차고, 어디서 무얼하는데 쓰이는 차인지 아이에게 알려주면 아이가 자동차가 내는 소리와 모습을 흉내내며 좋아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좌측 상단에 있는 가장 큰 책은 며칠전 구입한 책인데요.  저희가 중장비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각 차량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좀 자세히 나와있는 책을 찾던 중 그나마 아이들용 ‘탈것’ 대백과 같은 양식의 책이 있길래 구매해봤어요.  집근처에 큰 서점이 없다 보니 온라인으로 구매해야 해서 책을 살펴보는데 한계가 있다보니 적당히 큰 그림이 나오고 그나마 설명이 좀 있는 책으로 겨우 찾아 얼마전 구입한 것입니다.  아이가 관심있는 페이지는 바로 위의 Construction and mining 용 중장비 페이지와, 농장 기구가 나오는 페이지, 그리고 쓰레기수거, 청소차량 등이 나오는 기능성 차량용 페이지, 딱 세 페이지 뿐이에요. ㅋㅋㅋ 엄청 두꺼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설명이 아주 많지는 않고, 오히려 차량 모델과 한두가지 특색 정도만 나와 있는 책이라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큰 그림이 있고, 집에 있는 다른 책에 나오지 않는 차량 뒷모습이나 앞모습 등이 나오는 그림들이 있어서 거기에 만족 중입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바로 위에 펼쳐져 있는 페이지는 그 며칠새 벌써 두번이나 찢어져서 저 페이지는 어느새 테이프로 너덜너덜한 상태죠. 

이렇게 중장비, 그 중에서도 굴삭기에 푹 빠진 저희 아이는 어린이집에서도 하루 종일 굴삭기 갖고 놀다가 굴삭기 책 보며 노나봐요.  어린이집에서 가져오는 아이 기록노트에 남겨진 말들이 “선우는 오자 마자 굴삭기 책으로 달려가서 굴삭기 책을 보았다. 유모차로 외출했을 때 소방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주 좋아했다.  돌아와서 굴삭기 장난감을 갖고 놀았다.”  이런 식입니다. ㅋ 아이는 집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손 동작은 언제나 굴삭기 모양을 흉내내고 다닐 정도예요. 

이런 아이를 위해 아이의 첫 생일에는 근사한 굴삭기 장난감을 한대 사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틴틴과 나누고 있답니다.  현재 가진 굴삭기는 작은 녀석은 잘 굴러가는데, 아이가 더 좋아하는 큰 굴삭기는 지인에게 얻은 자동차에 아이가 분해/재조립을 반복하며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굴삭기거든요. 

이렇게 저희 아이는 하루종일 중장비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저는.. 정말.. 지겹습니다. ㅠ 참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구요.  그러던 중 틴틴이 한마디 하더라구요.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맨날 저러고 놀았어.”

그나마 남편이 아이의 이런 모습을 잘 이해하고 아이의 놀이를 많이 함께 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전 어릴 때 이런 놀이에는 정말 흥미조차 없었거든요.  혼자.. 책이나 보고 온갖 상상이나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나 한 것 같은 기억 뿐.. ^^;;

아무튼, 그렇게 저희 아이는 요즘 쌀로 굴삭기 굴리며 재밌게 놀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밖에 나가서 모래사장에서 굴삭기를 굴리고 놀텐데.. 집 근처에 모래놀이 할 곳도 없는데다 날이 춥고 아이 감기는 떨어지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집에서 놀아야지 어쩌겠나 생각하며 포기한 상태입니다.  안전한 모래놀이 공간에 데려가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이렇게 쌀로 대신하면서요. 

앞으로 글을 좀 더 열심히 올려볼게요.  

오랫만에 글을 적으니, 또 글을 적을 기분도 나고 힘도 나고 재미도 나네요! ^^ 출산 전까지 7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시간이 나는대로 열심히 글을 올려보도록 할게요!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간만에 영국에도 해가 나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