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고민] 영국의 Nursery (기관어린이집) vs Childminder (소규모 가정어린이집) 장단점 비교

옥포동 몽실언니 2019. 9. 13. 20:37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아이 어린이집을 널서리 (nursery) 에서 차일드마인더 (childminder) 로 옮기면서 제가 느끼는 널서리 (기관 어린이집)의 장단점, 그리고 차일드마인더 (소규모 가정형 어린이집) 의 장단점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저희 아이는 지난 5월, 아이가 17개월이 되었을 때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당시 어린이집의 분위기 (애들이 너무 많이 울고 있는 것, 선생님이 언성을 좀 높이는 것, 사고 리포트가 너무 잦은 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오는 9월부터 집 근처 차일드마인더에 자리가 생기면서 아이 21개월차에 차일드마인더로 옮기게 되었어요.  차일드마인더는 영국에서 자격이 있는 보육교사가 본인의 집에서 5세 미만 아동을 최대 4명까지 돌보는 소규모 가정형 어린이집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고민이 또 많았는데요..  이제 어린이집에 막 적응하는 것 같은 애를 또 새로운 곳으로 옮긴다는 부담, 또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할지, 그곳이 아이와 잘 맞을지 불확실한 것에 대한 고민 등이 있었죠.  결과적으로 아직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저희는 새로운 차일드마인더로 아이를 옮긴 것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상태예요.

그래서 저희처럼 영국에서 만2세 미만의 아이를 널서리나 차일드마인더 보내는 것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면 도움이 될까 싶어 제가 느낀 널서리와 차일드마인더에 대한 경험담을 적어볼까 합니다.  영국에 계신 것이 아니더라도, 대형 어린이집 (우리 아이 어린이집의 경우 1.5세-3세 반이 정원 30명 규모) 에서 소규모 어린이집 중 고민이신 분들께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경험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제가 느낀 기관형 어린이집인 널서리의 장단점을 간략히 적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널서리의 장점:  
  • 여타 준비물이 필요없다.  가든에서 놀 때 얼굴에 썬크림까지 어린이집에서 갖고 있는 것으로 다 발라준다.  도시락 걱정도 없고, 아이 알러지에 맞게 음식 제공.
  • Flexible하게 스케줄 조정 가능하고 등원 시간이 빠르다.  아침 7시이후 언제든 등원 가능.  일찍 일어난 날은 좀 일찍 보내고, 늦게 일어난 날은 좀 늦게 보내는 게 가능.  파트타임으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고, 자리만 있다면 주 2회 보내다가, 주 3회로 늘린다든지 하는 게 가능.
  • 아이의 놀이환경이 넓고 다양하다.  기관이 크고 공간이 넓은 만큼 집과는 다른 환경에서 탁 트인 곳에서 놀이가 이루어진다.
  • 규모가 큰 기관인 만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놀이 프로그램이라든지, 아이 사고시 대처메뉴얼이라든지, 정기적인 부모 미팅이 가능하다. 

널서리의 단점:
  • 선생님 상황에 변동이 많다. 키 케어러, 버디 케어러 (부담임 같은 역할) 등이 있지만, 아이들의 스케줄이 flexible한 만큼 선생님들도 그날 그날 등원하는 인원수에 따라 들쭉날쭉 하고 변동이 많다.  가끔 에이전시에서 파견된 선생님들도 있고.  그러다 보니 아이가 한 사람의 양육자와 안정된 관계를 갖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적응에도 시간이 좀 걸리는 편.
  • 내 아이가 flexible하게 갈 수 있는 만큼 다른 아이들도 들고 나는 상황이 자주 있어서 아이들 상황에도 변동이 많다.  늘 세틀링 중인 아이가 있어서 우는 아이들이 두어명 있는 게 일상적.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 같은 경우 toddler 반이 정원 30명이었는데, 적은 날은 20명 정도 많은 날은 30명 꽉 채워 있다 보니 아이가 다수의 랜덤한 아이와의 접촉이 많아서 감기가 잠잠해질 틈이 없다.  
  • 우리 아이가 가던 어린이집의 경우, 교통이 많이 불편.  남편 직장과도 반대 방향이고, 아이들 등하교시간 혹은 직장인 출퇴근시간에 맞물려 아이 등하원을 시켜야 하다보니 차 안 막히면 6분 거리인 곳이 20분씩 걸리기 쉽상.  복잡한 도로에서 항상 운전해야 한다는 긴장.  둘째 태어날 경우 어린 아기 데리고 둘째 등하원 시키기도 힘들고, 남편이 직장에서 잠시 나와 등하원 시키기도 힘든 상태.
  • 비용이 비싸다.  어린이집 2일 보낼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차일드마인더 4일 가능.
  • 사고 리포트가 잦다.  우리 아이에 한정된 경험일 수 있지만, toddler반 리더 선생님이 없는 날 유독 사고리포트가 잦았음.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를 밀치거나, 꼬집거나 해서 아이 얼굴에 상처가 나거나 머리를 땅에 부딪히거나 하는 일이 많았음.  아이도 많고 선생님들도 많다 보니 일일이 감독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제가 겪은 장단점은 이 정도였어요.

당시 널서리로 보내야했던 것은 제가 일을 시작하기로 해서 일은 해야 하는데 차일드마인더는 자리가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고, 자리가 있는 곳은 저희 지역 전체에 이 어린이집 한 곳 뿐이었기 때문이죠.  또 옆집 여자가 우리 아이보다 2주빠른 아들을 그곳에 보내는데, 만족한다며 highly recommend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믿고 맡겨보자 했는데, 저희에게는 맞지 않는 곳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동네 차일드마인더들에게 자리가 나면 연락을 달라고 하던 중, 앞집 여자가 본인의 아들을 차일드마인더에서 학교 널서리로 옮기게 되면서 (차일드마인더에 다른 아이들과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누나가 다니는 학교 널서리라) 그 곳에 바로 연락해서 9월부터 아이를 그 차일드마인더로 옮기기로 했어요.  

그 차일드마인더에 보낸지 이제 2주가 되었구요.

차일드마인더에 보내면서, 아이는 더 빠르게 잘 적응하고 있고, 아이도 차일드마인더와 본드를 더 잘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있어요.  겨우 2주간의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느낀 차일드마인더의 장단점을 적어보자면,

차일드마인더 장점:
  • 아이 4명만 보육하므로 아이들과의 관계가 친밀하고 아이들에게 안정감이 있다.  항상 보는 아이 (가끔 변동은 있지만)를 보고, 항상 보는 선생님을 보다 보니 아이가 더 빠르게 적응.
  • 차일드마인더가 사는 집, 본인의 자녀를 키우는 집 환경이다 보니 널서리 보다 좀 더 우리가 사는 집과 유사한 환경으로, 깨끗하게 잘 관리되는 느낌.
  • 접촉하는 사람의 수가 적다 보니 감기나 바이러스에도 덜 감염되는 듯한 느낌.  여전히 콧물을 흘리고, 밤에 기침을 하기는 하지만, 널서리를 나갈 때는 감기에 걸려도 심하게 걸리고, 그 짧은 기간 중에 수족구에도 걸리고, 널서리 선생님에게 결막염도 옮아 오고 했는데, 차일드마인더에서는 좀 더 덜 심한 감기에 걸려오는 듯.  
  • 차일드마인더와 개인적 연락이 가능하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 담당 선생님과 연락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차일드마인더에게는 필요하다면 메세지를 보내서라도 필요한 메세지를 남길 수 있다는 장점.
  • 차일드마인더 따라 가격이 다르겠지만 가격이 널서리보다는 저렴하다. (현재 보내는 곳은 시간당 5파운드)

차일드마인더 단점: 
  • 매일 도시락을 싸야 한다.  밥 하나, 간식 두개를 싸서 보내야 해서 매일 메뉴 고민에, 메뉴 고민하며 장을 봐야 해서 장보기도 고민.
  • 아이의 활동이 제한적인 점.  어린이집처럼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  우리 차일드마인더의 경우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아이들을 유모차에 싣고 자기 엄마 (차일드마인더) 집에 가서 함께 놀거나, 친구인 차일드마인더 집에 가거나, 인근에 사는 본인의 조부모집을 방문하면서 아이들을 다른 환경에 노출시키는 정도.  그러나, 이것도 그리 큰 단점은 아닌 것이, 내가 못 해주는 활동 (친구집 방문 등)을 차일드마인더가 해주는 것이며, 외부의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도 아이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듯. 
  • 보육시간이 제한적인 점.  우리 차일드마인더의 경우 본인의 자녀를 키우는 사람이라 학기 중에만 운영되고 학교 방학 기간 중에는 차일드마인더도 운영을 하지 않음.  따라서 학생들 방학 기간에는 아이를 온전히 내가 봐야 하는 부담.  또한, 아이 하원 시간도 4시반으로 어린이집에 비해서는 빠른 편.  그러나, 본인의 자녀들의 하교 후 우리 아이가 그 집 아이들 (형과 누나)과 노는 것을 좋아해서 그건 또 장점. 

아직은 만족감이 높아서인가, 단점은 이 정도 외에는 찾기가 힘듭니다.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단점이 갖는 장점도 있어서 단점도 무조건 단점이라고 하기도 힘들어요. 

이렇게, 현재까지 저희는 차일드마인더에 보내면서 불만족스러운 것보다는 만족스러운 점이 더 많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과 선호에 따라 장단점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고, 선호하는 기관도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의 현재 상황에서는 이전의 어린이집보다는 현재의 차일드마인더에 보내는 것이 도시락 싸기의 번거로움을 제외하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상황입니다. 

생각보다 소규모 시설로 옮기고 나니 걱정했던 점들은 큰 우려점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생각지 못하게 소규모 시설이 아이에게 주는 안정감이 상당히 큰 데서 오는 만족감이 큰 것 같아요.  정서적인 부분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하고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 * * 

이제 아이가 새로운 곳에 간지 딱 2주가 되는 날인데, 오늘은 이번주들어 처음으로 제가 데려다준 날었지요.  제가 아이를 베키 (차일드마인더 이름) 집 안에 넣어주고 바이바이 인사를 하며 그 집을 떠나는데도 아이가 울지 않더라구요.  어린이집은 4개월을 다니도록 제가 떠날 때마다 아이가 울지 않은 날이 딱 하루 정도밖에 없었는데, 이곳 차일드마인더에서는 2주차가 되면서 바로 울지 않고 들어갔고, 심지어 엄마가 데려다주고 바이바이 한 날조차 울지 않고 들어간, 아주 놀라운 날이었죠. 

비록.. 아이가 자기를 두고 떠나는 저와 눈은 마주치지 않고 바닥만 응시하고 있었던 게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ㅠㅠ 그래도.. 아이가 매일 잘 놀고 돌아오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또 내년 초에 둘째가 태어나도 아이 등하원을 시키기가 편하니, 그것도 저희에게는 정말 중요한 점이구요. 

아.. 또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저는 다시 일을 하러, 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모두들 남은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주말도 잘 보내시기 바래요!

<아래 사진은 차일드마인더가 만들어 보내준 우리 아이의 다음단계 목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