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일기] 21개월 아이 어린이집 변경 후기 (2): 첫 1주일간의 생활

옥포동 몽실언니 2019. 9. 6. 22:59
이번 글에서는 이번 한 주간의 저희 잭과 저희 부부의 새 어린이집 적응기를 소개합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대로 저희 잭은 9월부터 12월까지 주 4회 어린이집을 가기로 했어요.  이번주에 시작한 만큼 이번주는 적응주간이었지요.  오늘 금요일로 4일째 등원을 한 날. 

차일드마인더는 가격은 기관어린이집보다 저렴하지만, 단점이라면 아이 개인 물품을 모두 직접 챙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 기저귀, 물티슈부터 오전 간식, 점심, 오후간식까지 모두 집에서 싸서 보내줘야 하거든요.  그런 만큼 아이가 차일드마인더로 가기 시작하면서 저는 아이 도시락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ㅋ

적응주간 스케줄: 

아이의 점진적 적응을 돕기 위해 먼저, 체크인 세션이라 하는 점검세션을 가졌어요.  그건 8월 22일, 아이와 베키 단둘이 1시간 반을 보내보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정식 등원 기간 중의 적응과정으로 월요일은 오전 2시간 (9시30분 - 11시 30분), 화요일은 4시간 반 (9시 30분- 오후 2시)을 보냈고, 아이가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보여 어제 목요일과 오늘 금요일은 원래 일정대로 오전 9시반에서 오후 4시반까지 정식 일정대로 모두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의 초기 적응기간 

8월 22일 목요일 오전, 아이의 본격적인 신규 등원을 앞두고 베키는 저희 잭을 위해 8월 22일 오전 1시간 반의 적응세션을 제공해주었어요.  아이만 맡기고 1시간 반 동안 다른 아이 없이 저희 잭만 돌봐주기로 했는데, 낯선 집에 처음 가는 거라 그런지 아이가 울고 불며 그 집 앞까지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제가 함께 들어가서 1시간 반 내내 베키와 베키아들, 저와 잭 이렇게 넷이서 놀다가 나왔습니다. 

아이가 초반에는 울면서 들어가지 않으려고 떼를 썼다가 결국은 그 집에 들어가서 같이 이야기하며 놀다 보니 1시간 반이 지나서 돌아갈 시간쯤이 되자 아이가 그 집 환경에 조금 익숙해진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현관에서 인사하며 헤어질 때 베키가 하이파이브를 요청하자 수줍어하며 손을 내밀지 않았는데, 5살 아들인 로미오가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손을 내밀자 아이가 부끄러워하면서도 로미오의 손에 자기 손을 갖다대며 약한 하이파이브를 하고 나왔어요.  그 모습을 보니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을 좋아하는구나 싶더라구요.  베키의 막내아들 로미도 덕분에 잭도 좀 더 편하게 그 집에 있다 나온 듯해보였습니다.

드디어 본격 등원!

9월 2일 월요일: 첫 2시간 보육

이날 오전간식만 싸서 아이를 베키네 들여보냈습니다.  가지 않으려고 초반에는 울더니 집안에서 로미오도 뛰어 나오고 베키도 2주전에 한번 만났다고 그래도 기억을 했는지 울면서도 결국은 그 집으로 들어갔어요. 

베키 말에 따르면 저희가 돌아가자 아이가 울어서 아이를 안아주고 아이를 자기 무릎에 앉혀 제가 아이와 함께 들여보낸 아이에 대한 서류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아이인지에 대한 베키 질문지에 대한 대답을 쓴 종이들)를 함께 읽고, 이 전 어린이집에서 작성해준 아이 발달기록서도 함께 읽었다고 해요.  그러면서 아이가 이내 진정되었고, 장난감을 갖고 잘 놀았다고 합니다.  오전 간식도 잘 먹었구요. 
 
9월 3일 화요일: 4시간 반 보육

이날 4시간 반으로 일정을 잡은 것은 오전에 가서 오전 간식 먹고,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은 후 낮잠까지 자는 스케줄을 소화해보기로 하고 계획한 것이었습니다.

아이 낮잠은 아이마다 자는 방식이 다른데, 저희 잭은 어린이집에서 아기침대 매트 위에서 스스로 뒹굴다 자는 편이라서 집에서 쓰지 않는 아기침대용 매트를 베키네에 두고 그 위에서 낮잠을 잘 수 있는지 시도해보는 날이었지요.  

이날은 베키가 저희 잭 포함 4명의 아이 (돌보는 아이가 딱 4명입니다)를 4인용 유모차에 태워 본인의 엄마 (엄마도 차일드마인더예요) 집까지 시운전을 해봤다고 해요.  그날 찍은 사진을 보내줬는데, 갈 때는 뒷좌석, 올때는 앞좌석에 앉아있었습니다.  

뒷좌석에 앉아 어떻게든 앞을 내다보려고 애 쓰는 잭.  


돌아올 때는 당당히 앞좌석을 차지하고 편안하게 전방을 주시 중인 잭. 


이렇게 잭의 사진을 보니 아이들 각각에게 앞좌석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한번씩 준 베키의 배려가 엿보여 좋았습니다. 

이날의 시운전은 성공적이었고, 앞으로 학기 중에 베키는 본인의 5살 아들 등하교 시간마다 아이들을 4인승 유모차에 태우고 아들 등하교를 시킬 예정이에요.  32살의 호리호리한 여자가 유모차에 4명의 아이들을 싣고 20분 거리의 학교를 왕복하는 거죠.  그것도 매일.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제 체력에는 혼자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지칠 거리에, 아들까지 데리고 왔다 갔다 하면 더 힘들텐데, 베키는 아무리 그게 직업이라 하더라도 4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의 아이들까지 유모차에 실어서 그걸 끌고 왔다 갔다 한다니!!

저희 잭은 오전 오후 그렇게 유모차를 타고 이동하는 건 무리가 될 거 같아 (겨울이면 아침에 너무 춥기도 하고) 오전 9시 등원으로 해서 베키가 아들 로미오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온 후에 베키네 보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이날 베키에 따르면, 아이가 본인 엄마 집의 가든에 가서 그 집 개를 보며 재밌게 놀았고, 밥도 간식도 모두 잘 먹으며 좋은 하루를 보냈다고 해요.  

9월 4일 수요일:  집에서 쉬는 날

아이는 새 어린이집에 적응하면서 긴장하고 마음이 불편했는지, 쾌변남인 저희 잭이 변비가 걸렸어요.  월요일, 화요일, 이틀간 평소에 비해 똥(!) 기저귀가 적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요일 아침부터 초신성급 똥을 싸기 시작해서 자그마치 하루종일 7번인가, 8번의 똥을 쌌습니다.  똥이 단단하고 커서 변기에 내려 ‘응가 안녕~ 잘가!’ 하고 손 흔들어주기만 서너번을 한 거 같아요.  나머지는 묽은 똥이라 기저귀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졌지요. 

아이가 다행히 새 어린이집을 간 후로 심하게 떼를 쓰거나 보채는 게 없어서 베키네 환경이 나쁘지 않은가보다 싶어 새로운 차일드마인더로 아이를 옮긴 것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월 5일 목요일: 첫 온종일 보육

이날은 처음으로 아이를 9시반에 맡겨서 오후 4시반에 찾은 날이에요.  사실 등원은 더 일찍해도 되는데, 아직 아이가 처음이라 다른 아이들이 모두 들어와서 자리 잡고 놀고 있을 때 아이가 들어가면 베키가 아이를 챙기기도 수월하고, 아이도 적응하기 편할 거 같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등원을 시켰습니다. 

아이가 잘 적응을 할지 긴강은 되었지만 첫 이틀간 아이가 잘 보냈다는 이야기에 (둘쨋날에는 심지어 웃기도 하고) 큰 걱정하지 않고 아이를 보냈습니다.

이날은 틴틴이 몸이 너무 아파 집에서 쉬고, 저는 처음으로 아이 도시락을 세통이나 싸야 하는 날이라 저는 저대로 긴장을 했는지 저도 몸이 그리 좋지 않아 이날 아이가 어린이집 간 틈을 타서 한 숨 돌릴 수 있었지요. 

그리고, 매년 한번씩 해야 하는 차량 정기점검도 맡기고, 저는 아이의 월동준비로 지난 겨울보다 키가 10센티는 넘게 자라버린 잭의 새 옷을 사기 위해 옥스퍼드 시내에 잠시 들렀다 왔어요. 

오후 4시반, 자동차 점검이 끝나지 않아 틴틴과 저는 유모차를 끌고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이 어린이집으로 옮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유모차를 이용해 도보로도 등하원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어요.  걸어서 21분 걸리는 거리.  적지 않은 거리이지만 그래도 걸어다닐 수 있으니 갑자기 차에 문제가 생기거나 했을 때도 아이를 데리고 가고 올수 있으니까요. 

이날 저희가 4시 31분에 도착했는데,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고 잭이 마지막이었는지 잭은 어느새 신발까지 신고 있었어요.  저희가 들어오자 웃으며 뛰어나온 잭.  그 집 마당에는 길다란 뱀 모형 인형이 두개가 널부러져 있는데 (그집 가든에서 키우는 고양이의 장난감이라고 해요), 잭은 베키집에서 나오자마다 앞마당의 뱀 인형을 만지작 거렸어요.  

“잭, 베키에게 인사해야지.  바이바이 해~”

했더니 뱀에 정신이 팔려서 듣는둥 마는둥 해보였던 잭이 고개를 뒤로 젖혀 베키를 향해 손을 흔들며 웃었어요. 

“와, 잭이 웃었어요!  베키, 고마워요!  내일 봐요!”

저희는 기분 좋게 인사하며 돌아나왔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니 잭의 일일 수첩에 잭의 일과가 빼곡히 적혀있었습니다.

우리 차일드마인더인 베키는 자동차 없이 유모차로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다양한 곳을 방문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차일드마인더들 중 차량 이동을 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공원이나 동물원, 놀이터 등 다양한 야외공간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하기도 하거든요.

대신 바로 지척에 사는 본인의 엄마인 차일드마인더와, 본인과 친한 친구 트레이시라는 또 다른 차일드마인더와 정기적 모임을 갖는다고 해요.  세 집을 돌아가면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커피 모닝’이라 부르는 모임을 한다고 하지요.  재밌는 것은 세 집 모두 아무도 커피를 마시지는 않는다는 점. ^^  그래도 이름은 커피모닝이라 합니다. 

그리고, 월요일에도 다른 차일드마인더와 함께 만나서 아이들이 ‘촉감놀이 (messy play)’를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혼자 준비하고 혼자 치우기보다는 두 팀이 모여서 함께 하면 재미도 좋고, 준비하고 정리하기도 편하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월요일에는 메시플레이 (촉감놀이),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동료 차일드마인더들과의 오전 모임이 베키의 주요 일정.  그리고, 오후 2시반이면 아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아이들 모두 유모차를 타고 바깥 동네 구경하는 일정.  그 정도가 주된 일정입니다.

어제 목요일에는 그 중 커피모닝이 베키네 집에서 있었던 날인데, 집에 낯선 이들이 들어오니 잭이 좀 놀라는 눈치였다고 해요.  그러나 이내 장난감을 함께 갖고 놀며 아이가 금방 진정되었고, 즐겁게 놀이를 하며 잘 놀았다고 해요.  

제가 싸 준 간식과 점심도 점심에 싸간 파스타 딱 조각만 남기고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고 합니다. 

오후에 유모차를 타고 로미오 (베키 아들)를 데리러 가는 길에는 digger를 보고 아이가 좋아했다고 해요 (한국에서 말하는 ‘포크레인’).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 도착해서는 저희 앞집에 사는 윌리엄을 봤다고 하는데, 아마 윌리엄이 선우를 알아보고 선우를 부르며 인사를 했을 거 같아요.  

그렇게 하루를 잘 보내고 돌아와서인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할 때 베키를 보며 웃었던 잭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네달이나 다니도록 거기서는 돌아나올 때 선생님을 보며 웃은 날이 한번쯤 있었으려나.. 거의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았거든요.

아이의 웃음을 보고 나와서인가 저도 틴틴도 모두 마음이 놓였어요. 

집에 돌아와서 아이의 노트에 빼곡히 적힌 아이의 일과를 보니, 고마운 마음에 저도 이날 짧은 메모를 남겼습니다.

“잭이 어린이집을 다니는동안 웃으며 나온 적이 한번도 없는데, 오늘 오후 베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잘 돌봐줘서 고마워요.  
오늘 오후에는 아이가 아빠를 도와 서랍장 조립을 했어요.  잭은 각종 도구를 사용하여 가구를 조립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라고 글을 남겼지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아이가 저녁에 부모와 함께 한 놀이 (?) 활동을 적어보냈어요.  그럼 그 글을 보고 나면 베키가 오늘 아이와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그와 관련된 장난감이나 책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또 잭이 뭘 좋아하는지 더 잘 알게 될 거구요. 

9월 6일 금요일: 드디어 이번주의 마지막 등원일.

아이는 어쩐 일인지 11시간 숙면을 취하고 아침 8시에야 일어났어요.  늦게 일어난 탓에 바나나를 조금 먹다 만 게 아침 식사 전부입니다.

그래도 아이 간식과 점심, 오후 간식을 든든히 챙겨서 아이가 배 고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편합니다.  차일드마인더에 음식을 매번 싸보내야 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 대신 아이가 잘 먹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싸줄 수 있으니 그건 좋은 거 같아요. 

오늘도 역시나 아이는 옷 갈아입기도 거부하며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어찌저찌 차를 타고 베키네까지 잘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차에서는 울지 않고 얌전히 잘 앉아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아이를 앉고 베키집 앞까지 가는 동안 골목을 이리 저리 살피며 둘러보기만 할 뿐, 아이가 울거나 제 몸에 매달리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베키 집 현관에 도착했어요. 

“잭, 벨 눌러봐. 꾸욱~ 누르면 돼.”

잭에게 벨을 누르게 했더니 손가락으로 벨을 꾸욱 누릅니다.

벨만 누르라고 했는데, 잭은 벨을 누르자마자 현관 손잡이를 잡고 손잡이를 돌리려고 했어요. 

“잭, 이제 베키가 ‘선우 왔어~?’ 하고 인사 하며 나올거야!” 

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키가 나와 문을 여는데, 현관 안에서 다른 어린 아이들이 베키를 따라 현관으로 뛰어나오는 게 유리를 통해 비쳐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아마 베키가 문을 열러 나가면서 아이들에게 선우가 왔다고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잭, 들어와~”

하며 베키가 팔을 주욱 내밀자, 왠일로 아이가 그대로 베키 품에 안겨 베키를 꽉 안아줍니다.

“꼭 안아줘서 고마워.”

베키가 잭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잭을 안은 베키에게 우리는 잭의 간식가방을 건네고, 외투는 잭의 이름표 아래 옷걸이에 걸어두었습니다. 

간식가방을 본 잭은 그 와중에 간식통에 뭐가 들었을까 간식가방 안을 훑어보는 눈길에 저희는 웃음이 났습니다.

“틴틴, 봤어?  잭이 그 와중에 도시락 가방 안에 뭐 들었나 살펴보는거?”
“아, 그랬어? 난 못봤어.  몽실이 잭이 좋아하는 걸 싸서 보내주니 그 음식들 먹는 게 나름 즐거움이 되나보다.”
“그러게 말이야.  귀찮긴 해도 애가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야.  어린이집 갈 때는 과일도 거의 못 먹으니 집에만 왔다 하면 과일을 그렇게 찾았는데, 이제는 내가 과일을 넉넉히 싸 줘서 낮에 과일을 잘 먹어서 그런가 저녁에 집에 와서 과일을 그렇게 찾지 않잖아.”

아이가 울지 않고 베키네로 들어간 덕분에 저희는 오늘, 바로 틴틴의 5일간의 여름 (?) 휴가 마지막날을 마음 편히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일과를 보내고 돌아오게 될지 기대됩니다.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에요.  

저희 가족의 좌충우돌 새 어린이집 적응주간은 이렇게 한주가 끝이 나네요.  

오늘은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는지, 아이가 돌아오면 다음 이야기에 공개하도록 할게요.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