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일상 이야기] 아들이 집에 있다는 건..

옥포동 몽실언니 2019. 9. 6. 18:20
이번주는 남편의 일주일간의 휴가 기간.  휴가를 대단하게 쓴 거 같지도 않은데, 내 병원과 아이 병원 등으로 월차를 하루 하루 쓰다 보니 휴가가 부족했던 우리는 긴 휴가 한번 갖지 못한채 여름의 끝자락을 맞이했고, 그래서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일주일 푹 쉬는 주간을 갖고자 과감하게 무급휴가를 일주일 냈다. 

하필이면 또 휴가 때 몸이 아픈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희안하게 회사 다니는 중에는 병가를 내는 일이 거의 없는 틴틴은 휴가 때만 되면 몸이 아파 드러누울 때가 있다.  이번에도 며칠전부터 열이 나고 몸살 감기처럼 앓더니 어제는 극에 달했다.  그 덕에 우리는 일주일간의 휴가에도 불구하고 단 둘이 오붓한 식사 한번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나마 오늘 오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둘이 식탁에 마주앉으니 이번 식사가 이번 휴가 중 우리 둘만의 첫 오붓한 식사였다.

지난 몇주간 밥그릇들이 하나 하나 이가 하나씩 나가버리면서 밥 그릇이 점점 사라진 우리는 이제 급기야 접시에 밥을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지난 며칠 둘 모두 체력이 바닥이 난 터라 (참 이상하다.  남편이 휴가를 일주일째 쓰고 있는데 왜 둘 다 이렇게 피곤한 건지 ㅠㅠ) 오늘은 간편식으로 먹자고 몇달전 시누이가 한국에서 보내준 간편 순대국을 데워 밥을 먹었다.  

반찬은 간단히 하자며 김과 김치 등을 깨냈는데, 김을 집는 내 젓가락이 헛돌았다.  

아니.. 어릴 때부터 젓가락으로 콩도 잘 집어먹던 나였는데, 김이 제대로 집어올리지 못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젓가락으로 김을 몇번이나 집어올리다 가만히 젓가락을 살펴보니.. 젓가락 끝이 말도 안 되게 휘어 있었다. 


엥?  이게 무슨일이야?  은수저가 휘어졌으면 그러려니 하련만, 이 강한 스테인리스 젓가락이 이렇게나 휘다니.. 


“틴틴, 이것 좀 봐.  김을 쥐었는데 자꾸 빠져서 젓가락을 보니.. 이렇게 휘어있어!”
“어, 그러게, 젓가락이 왜 그래? 새 거 갖다줄게.”
“와.. 정말, 이게 무슨 일이래?  흠.. 알 거 같아.  이건 분명히 잭의 짓이야.  맨날 이 자리에 앉아서 식탁 아래를 젓가락으로 쑤시더니... 젓가락을 식탁 아래 틈에 넣은 후에 손으로 꾹 눌러버린 거 같아.”
“하하하, 그렇겠구나!”

우리 식탁은 확장형 식탁이라 식탁 아래에 확장시 사용하는 식탁 상판이 들어있고, 그러다 보니 식탁 상판 아래에 작은 틈이 있다.  얼마전부터 잭이 식탁에 앉았다 하면 그 안으로 젓가락도 넣으려 하고, 작은 카드도 집어 넣고 그 안을 그렇게 뭔가로 쑤셔대고 집어넣곤 했다.  아마 젓가락도 그렇게 집어넣었다가 위에서 힘이 들어가며 이렇게 휘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게 우리의 추측이다. 

어이없이 휘어있는 젓가락을 보니, 이 21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들도 아들이구나 싶다.  집에 아들이 있다는 건.. 이렇게 휘어진 젓가락이 생기는 일이라는 생각.  딸만 셋에, 막내인 내가 여덞살이 되어서야 태어난 늦둥이 남동생이 있던 우리집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는데..  

우리 개구쟁이 잭.  21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온갖 연장 사랑이 너무 지나쳐서 걱정이다.  혹시라도 젓가락이든 뭐든 길쭉한 도구를 들고 설치다 다치기라도 할까봐.

둘째 아들까지 태어나면.. 휴우.. 나의 체력은 더더욱 힘에 부치겠지..?  힘들겠지만,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힘쓸 일이 있다면 아들들이 나서서 척척 도와줄테니.  그때까지 열심히 키울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