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21개월 아이 어린이집 변경을 앞두고..(2)

옥포동 몽실언니 2019. 8. 24. 08:00
이제 겨우 4달밖에 다니지 않은 아이 어린이집을 새로운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먼저 교통이 불편한 것과, 비용도 더 비싸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의 어린이집이 ‘대만족’의 수준이 아니었거니와, 시내 너머 있는 위치인지라 집에서 걸어가면 30분인데, 차로 가도 차가 막혔다 하면 20분씩 걸리는 거리 때문이었다.  복잡한 출퇴근 시간에 교통을 뚫고 편도 20분씩 걸려가며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자니 그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내년 1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올 겨울 만삭일 때부터 내가 운전을 하기 힘드니 틴틴이 아이를 데리고 와야 하는데,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게 너무 불편하고 오래 걸리다 보니 둘째 출산 전후로 틴틴이 회사를 오가며 아이 등원을 시키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몇달이야 어떻게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일찍 퇴근을 하거나 한다 쳐도, 둘째가 아직 많이 어릴 때 잭의 어린이집에서 사고가 있거나 비상 사태라도 발생해서 급하게 아이를 데리고 와야 하거나 할 경우 틴틴이 회사에서 1시간이나 시간을 빼서 아이를 데리러 가거나 데라고 오는 것도 힘들고, 내가 갓난쟁이 아기를 차에 태우고 그 운전을 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집 근처 차일드마인더 모두에게 연락하여 빈 자리가 없나 수시로 체크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앞집 제니퍼가 자기네 둘째 아들 윌리엄이 올 9월부터 학교에 딸린 어린이집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며, 베키에게 자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알려줬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 마자 베키에게 9월부터 아이를 보내고 싶다고 재차 연락을 했다.  제니퍼네 아들의 학교 널서리 변경이 확정되어야 빈 자리가 날지 안 날지 확실히 알게 되는데, 무슨 일인지 제니퍼네 아들의 학교 널서리 자리가 확정되는데만 한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린 후 결국 제니퍼네 아들은 다행히 집 근처 학교의 널서리 자리가 확정되었고, 그 빈자리를 우리 잭이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자리가 확정되고 얼마되지 않아 나는 베키네 집을 방문했다.  베키네 집에는 잭과 생일이 한달 상간으로밖에 차이 나지 않는 서너명의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모두들 얼굴이 편안해 보였고, 베키 또한 아주 편안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거실은 좁긴 했으나 잘 정리되어 있었고, 부엌 또한 매우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러가지 궁금한 사항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다음에 만나서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구두로 약속을 하고 돌아나왔다.  그게 지난 6월 말에 있었던 일이다.  

*** 

7월 15일, 베키를 두번째 만난 날.  베키가 보내준 어린이집 규정을 모두 읽은 후 베키네 집을 다시 찾았고, 그 자리에서 몇가지 보충 설명을 더 들은 후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베키네 집은 여전히 잘 정돈되어 있었고, 베키 또한 아주 친절했다. 

베키는 사실 우리 동네에서 유일하게 영국 교육청 평가 5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 ‘Outstanding (최우수)’을 받은 차일드마인더이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4등급 ‘Good’ 이상이면 별 차이가 없고 모두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이 여자가 유일하게 outstanding을 받았다고 하니 괜히 조금더 신뢰가 갔다.  그리고 그 곳에 우리 아이를 맡길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걱정이 아주 많았다.

먼저, 아이가 현재 다니는 어린이집에 꽤 적응을 한 상태인데, 그런 상태에서 새로운 환경으로 다시 변화를 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들어갈 때마다 울긴 하지만, 어린이집에 일단 들어갔다 하면 우는 일 없이 아주 잘 논다 (고 선생님들이 말한다).  또한 어린이집에는 놀이 시설도 다양하고, 적어도 어떤 체계가 잡혀있다 보니 여러가지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돌아간다.  어느날은 물감놀이, 어느날은 물놀이, 어느날은 감각놀이, 어느날은 요리 하기 (어린이용 과도로 선생님 지도 하에 과일을 직접 자르고 먹는 등) 등 여러 활동을 하며 아이에게 새로운 놀잇감을 제공한다. 

아이도 처음에는 담당 보육교사만 쫒아다니다가, 이제는 여러 선생님과 모두 친숙해져서 자기 기분에 따라, 또 그날 그날의 상황에 따라 어느 날은 이 선생님, 어느 날은 저 선생님을 쫒아다니며 선생님들에게 장난도 치고, 먼저 가서 안기기도 하고, 선생님의 옷깃이나 귀걸이를 만지작 거리며 놀기도 한다 (선생님들 귀걸이를 만지면 선생님들이 싫어할법도 한데, 아이가 잡아당기지 않고 만지작 거리기만 해서 그런가 선생님들이 아이 행동이 귀엽다며 만지작거리고 놀게 해주더라는.. ).  특히 한 선생님, 레이첼과는 강한 애착이 생겨서 레이첼도 아이를 아주 이뻐해주고 아이도 레이첼이라면 울지 않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갈 정도인데, 새로운 선생님인 베키와도 이런 애착관계를 잘 형성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둘째로는, 차일드만인더는 가까워서 좋지만, 이것저것 신경써줘야 할 것도 많아서 걱정이었다.  9월부터 가게 될 차일드마인더는 집에서 차로 4분 거리이다.  걸어가도 19분 (아직 걸어가본 적은 없지만 구글맵에 따르면 19분이 걸린다고 한다).  혹시라도 차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더라도 걸어가기에 충분한 거리이다.  현재 어린이집은 걸어서 30분이지만 걸어가야 하는 길이 시내에 버스와 차들이 끊이지 않는 도로를 여러번 건너야 하는터라 아이 유모차를 끌고 걸어갈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길인데, 베키네 집으로 가는 길은 한적한 주택가를 따라 걸어갈 수 있어서 충분히 걸어갈 만한 길이다. 

가까워서 좋은데, 도대체 뭘 신경써야 하는 것일까?  바로 점심과 간식이다!!!  

현재 보내고 있는 기관 어린이집은 아이 점심과 간식은 물론, 아침도 제공하고, 저녁 (? 오후 3시반에 먹는 오후 식사) 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기저귀와 물티슈, 아이 썬크림까지 모두 어린이집에서 비치하고 사용한다. 

그러나 다음달부터 보내게 될 차일드마인더는 점심도 싸서 보내야 하고, 오전 오후 간식도 직접 싸서 보내야 한다.  우리는 월,화,목,금 주 4일을 보내기로 한터라 수요일 빼고 매일 나는 도시락을 싸야 하는 것이다.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집에서야 밥에 반찬에 어떻게든 먹이면 되고, 어떨 때는 국에 말아 밥을 먹여도 되겠지만, 아이가 먹기 쉽도록 도시락통 하나에 영양 잘 맞춘 도시락을 싼다는 것은 이것보다 좀 더 어려운 일이다.  아니, 많이 더 어려운 일이다.  매일 같은 걸 싸서 보낼 수는 없으니 메뉴도 다양하게 해야 하니 말이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이게 더 힘들어질터라 그것도 미리부터 걱정이다. ㅠㅠ 아.. 정말 걱정..ㅠㅠ

셋째로는, 아이 어린이집 공간이 좁아서 걱정이다.  영국은 집들이 대부분 좁다 (아주 잘 사는 집이 아닌 이상은).  사실 집도 넓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경우 굳이 본인의 집에서 어린이집을 차려 일을 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니 대부분의 차일드마인더들의 거실은 좁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차일드마인더의 경우 가든에는 고양이를 키워서 집 뒷 가든으로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지 않고 거실에서만 주로 데리고 있는다고 했다.  우리 잭은 넓은 공간에서 활보하고 다니기를 좋아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탁 트인 공간에 나가면 그렇게 신이 나서 뛰어다닐 수가 없는데, 그런 아이를 다른 사람집의 좁은 집에 하루 종일 머물도록 한다는 것이 영 마음에 쓰였다.  게다가 그 좁은 거실에 소파는 얼마나 크고, 다이닝 케이블도 얼마나 큰지.. ㅠㅠ 우리는 거실이 좁아서 아이 공간을 위하여 거실에 있던 소파마저 처분해버렸는데.. ㅠㅠ 

그러나 어제 아이 어린이집에 첫 방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월요일에도 다른 차일드마인더와 함께 여러가지 messy play를 함께 한다고 하고,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자기 엄마 (엄마도 차일드마인더이다)와 인근에서 차일드마인더를 하고 있는 친구 트레이시와 함께 셋이서 집을 번갈아가며 모임을 가지며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다른 환경에 가보도록 해준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온종일 집에만 갇혀있는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잭을 데리고 잭과 함께 베키네를 처음으로 방문한 날이었는데, 가기 전날까지도 어린이집을 옮기는 게 잘 한 결정인지, 후회하지 않을지, 아이의 새 어린이집 적응기를 어떻게 견뎌낼지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지 모른다. 

그나마 고민이 덜 했던 것은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는 사실 (그러니, 번복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리고 1월에 태어날 둘째로 인하여 우리는 무조건 집 가까운 곳으로 아이를 보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데리고 1시간 반 동안 베키네에 머물고 오고 나니, 전날까지의 걱정은 다소 누구러들고, 어쩌면 아이가 이곳에서 편안하게 잘 정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새로운 차일드마인더 베키네에 다녀온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