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친정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신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부터 아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밤마다 울고 깨고를 반복하다 보니 부모님 가셨는지 어떤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최근 들어서는 아이가 어린이집 가기를 너무너무 싫어해서 아이를 보낼 때마다 곤욕이었다.
한번은 아이를 데려다 주는데 함께 가셨던 아버지께서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시더니,
“애를 보내고 돌아와 집에 이렇게 있으니 애한테 너무 미안하네. 이렇게 있어도 괜찮은 걸까?”
“그럼 어떻게 해요. 그래도 보내야죠. 저도 일을 해야 하는데.”
여기까지만 하면 될 건데, 나는 나도 마음이 아렸던지라 괜히 아버지께 뾰족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럼 애 보니지 말고 아버지께서 애 보실래요?”
라고. ㅠㅠ 유독 아버지께 이렇게 뾰족하게 반응하는 나. ㅠㅠ
아버지도 이런 경험을 처음 하시다 보니 자연스레 나온 말을 하셨을 뿐인데, 나도 참 못난 딸이다.
“이렇게 보내고 돌아오는 저도 정말 마음 불편해요. 사실 제 마음이 제일 불편하죠..”
하고 아버지께 이해를 구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6월에는 아이가 월화목금, 주 4회를 가니 어느때부터인가 그러려니 하고 잘 따라나섰는데, 7월에 부모님이 오시면서부터 주 2회, 주 3회로 어린이집 가는 날을 줄이고 나니 아이가 어린이집 가기를 더더욱 싫어했다.
오늘은 그렇게 가기 싫어하며 가는 어린이집을 가는 마지막 날이다.
선생님들 나눠 드시라고 작은 쿠키 한 박스와 잭의 담당선생님 코럴과 잭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레이첼에게는 감사카드와 소정의 기프프카드를 남기고 왔다.
오늘도 아이는 들어가면서 울었다. 사실 집에서 옷을 입으면서부터 싫어하며 울었다.
그래도 어느새 체념한 것일까, 차에서 내릴 때는 순순히 내렸다. 그리고 내 품에 안긴채 유아놀이방 앞까지 가니 오늘은 린다 선생님이 잭을 맞아주었다.
“아이들 모두 가든에 나가려고 썬크림 바르고 있어. 너도 얼른 들어와서 썬크림 바르고 가든 나가서 놀자~”
하며 린다선생님이 잭에게 건너오라고 팔을 내미시는데,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오늘 잭이 마지막 날이죠?”
선생님들이 어떻게 다들 알고 있는 것인지 잭이 오늘이 끝이라는 것을 린다 선생님도 알고 계셨다.
“네, 맞아요.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이건 쿠키인데, 선생님들 나눠드세요. 그리고 이 카드들은 코럴과 레이첼에게 좀 전해주세요.”
우는 아이를 선생님 품에 넘겨주면서 선물도 함께 전했다.
“코럴은 다음주 후반에 다시 나올건데, 반드시 전할게요. 레이첼에게도 전하구요. 고마워요.”
선생님이 아이와 아이가방, 아이 외투, 선물까지 모두 한손에 받으시고는 아이를 안은채 안으로 들어가셨다.
잭은 엄마를 향해 언제나처럼 원망의 눈빛을 쏘며 울음을 날렸다. ㅠㅠ
얼른 문을 닫고 돌아나오는데, 아이를 두고 나올 때면 언제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휴우....
그리고 집에 돌아왔다.
좀전의 그 무거운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혼자만의 이 정적이 너무나 반갑다.
'드디어 혼자다!'
영국에서의 삶의 고충의 1번은 외로움이다. 주변에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는 외로움. 이방인라는 외로움.
그런데 혼자만의 이 시간, 이 고독이 이렇게 반갑기도 참 오랫만이다.
방에서 랩탑을 가지고 내려왔고, 오랫만에 음악도 좀 들으려서 스피커도 식탁으로 갖고 내려왔다. 되도록이면 디카프라 하더라도 커피도 안 마시려 했는데 (치아에 색소침작이 일어나는 게 싫어서) 오늘은 커피를 마셔야만 할 것 같아 물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제 구입한 달코미 과자도 꺼내고, 잭이 아침에 먹지 않고 남긴 빵도 토스트기에 넣었다. 잭 밥 먹이면서 아침을 먹었는데, 잭이 손도 대지 않은 식빵 한장이 아까워 따뜻하게 구워 버터만 발라 먹었다.
그리고 에버노트를 켜서 블로그에 올릴 글을 적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이 글 저 글 적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도 나는 또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데, 이러도고 엄마인가.. 하는 죄책감이 올라왔기 때문에. 아이가 그렇게 가기 싫다고 울어대는데도 아이를 비싼 돈 내고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나는 집에서 해야 할 일은 뒷전으로 두고 혼자 차를 마시며 블로그 글을 쓰는 여유를 부려도 되는 것일까.
도대체 이런 딜레마에서는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결국 아이를 온종일 나혼자 돌보는 결단을 하지도 않을 거면서. 내 일을 하는 자유로움을 절대 양보할 수 없을 거면서.
어쩌면 일을 해도 부족할 시간에 일은 안 하고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어서 이런 죄책감이 더 큰 것일 수도.. 그렇지만 나도 휴식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엄마는 언제 쉬는가? 이렇게라도 안 쉬면 언제 쉬냐고요.. ㅠㅠ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일을 하면 일을 하는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대로, 각자 나름의 고충과 갈등과 고민이 있을텐데. 그리고 이런 고민과 고충은 왜 엄마만의 것인 것인지 ㅠㅠ 그것 또한 참 불공평하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사회는 마치 육아에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처럼 부모에게 어떤 사회적 압박을 가하는 것 같다. 부모 중에서도 ‘엄마’라는 자에게 가해지는 압박은 참 구체적이고 다양하고 많다.
그나마 나의 배우자 틴틴이 균형있는 시각으로 나를 지나친 죄책감에서 구해주는 경향이 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애 보내고 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좀 쉬어.”
“그럼 일은 언제해?”
그 말이 참 고마우면서도 마음 속에 일에 대한 부담을 지우지 못하고 물었다.
“너도 좀 회복해야지..”
그럼 일은 언제하냐고요~~ 그 대답은 본인이 갖고 있지 않으니 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집안일이든, 내 일이든, 그 어떤 일보다 내 건강의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주는 틴틴이 있어서 그나마 이런 여유라도 즐길 수가 있다. 이런 나만의 시간이 너무너무 소중함에도 나 스스로조차도 그 시간을 가짐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데, 적어도 단 한사람, 내 바로 옆에 있는 틴틴이 그 시간이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니.
고맙습니다. 틴틴. 덕분에 내가 숨을 쉬어요.
* * *
추가로, 이건 어제 처음 사 본 과자인데, 아주 맛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1.57파운드 (약 2,300원?) 인데 딱 8개의 과자만 들어있다는 것. 박스는 큰데 내용물은 적었다. 한국의 버터링쿠키 같은 쿠키를 viennese 라고 부르는데, 여러 종류의 쿠키를 시도해봤지만 한국의 버터링쿠키 같은 맛이 아니어서 실망했었다. 그러다 이번 과자는 쵸코가 묻어있긴 해도 왠지.. 한국의 버터링쿠키 같은 맛일 거 같아 구입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꽤나 흡사하다. 사실, 한국 버터링쿠키보다 더 낫다. ㅋ 뭔가, 더 고급스러운 맛. 쵸코가 좀 달긴 하지만 그래도 커피랑 먹기에는 딱이다.
아래는 지루한 천국 괴팅엔의 도리님이 옥스퍼드 시내에 있는 대학 수목원에 가서 기념컵으로 사주고 돌아간 요즘 내 최애컵. ^^
이제 글을 쓸 만큼 썼으니 내 할일의 세상으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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