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21개월 아이 어린이집 변경을 앞두고..(1)

옥포동 몽실언니 2019. 8. 23. 20:21
이제 약 보름 후면 아이가 21개월이 된다.

아이 혼자서 걷고 뛰고 쪼그리고 몸을 숙여 물건을 줍는 등 아이의 신체 발달을 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제발 목만이라도 스스로 가눠라' 하고 바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이는 엄청난 발달을 이루었다. 

그런 우리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닌지도 어느새 4개월째.

지난 5월부터 동네에 유일하게 자리가 있던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오는 9월부터는 집에서 더 가까운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인 ‘차일드마인더 (Childminder)’ 로 옮기게 된다.

어제는 새로 갈 차일드마인더 집을 처음으로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날이었다.  우리 아이 차일드마인더의 이름은 Beccie로, 본명은 레베카인데 이름을 줄여서 ‘베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친구였다. 

이 친구를 알게 된 것은 앞집 제니퍼의 소개 덕분이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부터 자기 둘째 아들이 가고 있는 차일드마인더에 조만간 ‘아기’ 자리가 난다며 들떠서 나와 옆집 아나 (Anna)에게 이야기했다.  옆집 아나에게도 우리 잭보다 2주 반 빠른 아들이 하나 있었고, 아나도 곧 복직을 앞두고 있었으며, 나 또한 슬슬 일을 시작할 시기를 엿보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아나는 어떤 연유에서였을까, 차일드 마인더가 아닌 현재 우리 잭이 다니고 있는 기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했고, 우리는 아이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를 겨울동안 한국도 다녀오고, 아이가 좀 더 나이가 든 후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제니퍼의 추천은 고마웠지만 아무도 그리로 아이를 보내지는 않았었다.

한국을 다녀오고 나도 여름부터 일을 받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알아보니, 기관 어린이집은 비용이 만만치 않고, 가정 어린이집은 집 근처에 자리가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옆집 아나네 아이가 다니고 있던 기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고, 우리 아이는 처음으로 그곳에서 ‘가정 외’에서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진: 아이 어린이집 홈페이지의 공식사진 중 하나. 아마 아기들용 방 사진인 듯.  날씨 좋은 날, 전문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라 그런가, 실제보다 아주 좋아보이게 찍혔다.)


현재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도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으로 첫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이었던 만큼 내 마음에 걱정과 갈등과 조바심과 죄책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아이는 당연히 매일같이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했고, 그렇게 울고 소리지르며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밀어넣고 나오는 나의 마음은 매일 아침 찢어질 듯 아팠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아이가 이렇게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넣고 오는가’

아이가 우는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올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다.

‘이러고도 내가 진짜 엄마인가?’

뒤이어 따라오는 생각.

이런 생각은 나를 좀먹는다. 

일을 안 할 게 아니라면, 내 젊음 (?)을 고스란히 육아에 받치겠노라 미련없이 충성맹세 할 게 아니라면 그런 생각은 안 하니만 못하건만, 내게 간절하고 원망의 눈빛을 쏘며 울어대는 아이를 보고 나면 저런 생각이 저절로 올라온다.

나를 좀먹는 그 괴로운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를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내내 생각한다.

‘내 일도 중요해.’
‘아이도 중요하지만, 아이 때문에 내 경력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내가 정말 행복할까?’
‘내가 돈을 벌지 않고도 중장기적으로 경제적인 부분이 감당 가능한가?’
‘기껏 힘들게 학위 받았는데,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세상 많은 곳에서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뭘 그리 마음쓰는가?’
‘아이를 안 맡길 게 아니라면 이런 생각은 불필요해!’
‘설혹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 건강과 내 체력으로 풀타임 육아가 감당 가능한가?’

온갖 생각으로 현재의 상황에 대해 나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애 써도 혼자만의 노력으로 머리는 정리가 되어도 마음은 여전히 싱숭생숭하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남편이다. 

결국 틴틴에게 전화하여 나의 힘든 마음을 토로한다.

그리고 틴틴은 언제나 그렇듯 덤덤하게 나의 편을 들어준다.  그리고, 괜찮다고, 잘 하고 있는 거라고, 마음 쓰지 말라고 위로해준다.  고마운 사람..

그렇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지 넉달.

이제 다음달이면 집 근처 차일드마인더인 베키네로 잭을 옮기게 된다.

우리가 아이 어린이집을 옮기기로 한 이유는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