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일기] 자책하지 않으려 하는데도 자꾸만 자책하게 되는..

옥포동 몽실언니 2019. 7. 29. 06:55
올 1월말부터 아이가 몇달째 감기를 달고 살고 있다. 

이제 20개월을 앞두고 있는 우리 아이.  이 연령의 아이들은 대개들 이렇게 감기를 달고 산다고 주변에서들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정말 그런지, 이게 혹시 내가 뭘 잘못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인지 자꾸만 자책을 하게 된다.

이달 내내 우리 아이가 콧물을 흘리지 않고 있던 때는 딱 하루.  약 3일전이던가.  콧물 없이 깨끗한 아이 코를 보면서 이제야 감기에서 벗어나나 싶어서 한시름 놓기가 무섭게 다음 날부터 콧물이 다시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이틀 후인 어제는 아이가 아파서 하루종일 울고 불고 떼를 쓰며 작은 악동으로 변신했다.  

아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니고, 내가 아이가 아프도록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닌데, 아픈 아이로 인해 하루종일 진을 빼고 나서 잠자리에 누우면 그제야 한숨을 돌리면서 지나간 하루에 대해 잠시나마 반추하게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내 생각이 종착하는 곳은 바로,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거지..?’ 하는 의문이고, 그 의문은 결국 나의 마음을 아주 괴롭게 만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특별히 뭔가를 잘못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내 눈에는 우리 아이만 유독 아픈 것 같다. 나는 아이가 아프지 않도록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아프니,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생각은 결국 또 ‘그렇다면,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의심과 괴롭힘이다. 

병원에 가면 수많은 아픈 아이들이 있다.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이 작은 도시에서만 해도 아이 어린이집에서나 놀이모임에서 콧줄로 달고 밥을 먹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고, 어릴 때 많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한 주변 지인과 친구들도 적지 않게 있다.  내 바로 옆의 틴틴만 해도 어린 시절 별명이 ‘감기맨’이었을 정도로 감기를 달고 살았다고 하니, 그렇게 아프지 않고 자란 내가 행운아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 아이 만큼은 아프지 않을 거라는, 건강할 거라는, 내가 잘만 하면 아이가 아프지 않고 쑥쑥 클거라는 기대와 욕심이 있다.  이건 어쩌면 잘못된 허상이다.  그런 아이는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아니, 있긴 있겠지만 아주 드물게 있을지도.. 

아이가 아픈 것은 부모탓도 아니고, 그 누구의 탓도 아닐 것이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 아이가 아픈 것은 꼭 내 탓인 것만 같은 이 생각의 오류.  이 반복되는 오류로 나는 저녁마다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 괴로움은 이내 ‘내 잘못이 아니야.’,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지’, ‘건강한 아이가 있으면 아픈 아이도 있고, 튼튼한 아이가 있으면 몸이 약한 아이도 있는 거지..’ 하고 나의 생각을 고쳐먹으려 하지만, 그 생각은 늘 자책감에 괴로워한 후에나 그 괴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여 일구어내는 생각이다. 

아이가 아프면 나도 힘들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고, 정신적으로 지친다.  내가 힘드니 틴틴도 힘들다.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다.  이렇게 온 가족이 힘든 상황이 계속해서 연속되다 보니 마음의 힘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라면서 아프느라 고생일 터인데, 부모인 우리도 부모가 된다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 

아이야.  니가 이렇게 자주 아픈 것이 엄마 탓도 아니고, 아빠 탓도 아니고, 네 탓도 아니련만..  엄마는 자꾸 어리석은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구나. 

그러다가도 내 옆에서 쌔근쌔근 잠든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면 나의 이런 자책감과 괴로움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나 깨닫게 된다.  아이 온몸의 온기, 아이의 보드라운 볼살, 작고 부드러운 손, 보드라운 머리결..  잠든 아이가 잠에서 깰세라 조심하며 아이의 볼에 내 볼을 부비고, 아이의 손을 조심스레 잡고, 아이의 머리결을 쓰다듬으며 아이 옆에 몸을 뉘이면, 나의 이 모든 걱정과 괴로움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인지 후회가 밀려온다.  

내 바로 옆에서 살아 숨쉬는 이 귀여운 생명체가 이렇게 있는데.  이 아이의 이 보드라운 살결과 머리결이 있는데, 이 아이의 환한 웃음과 귀여운 목소리가 있는데.  엄마 아빠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온기 넘치는 이 아이가 있는데.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을 더 바란 것인가.  왜 이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인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벅찬 존재에게 말이다.  

엄마 아빠가 너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너의 존재로 인해 엄마 아빠도 함께 성장하는구나.  아이야, 사랑하고 항상 고맙다.  우리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