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친정부모님과의 동거 4일차] 즐거움과 불편함 사이.. (2) '불편함'편

옥포동 몽실언니 2019. 7. 20. 07:42
친정부모님과의 동거 4일차.. 즐거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시간.. 

그러나 즐거움과 편안함이 93% 이고 불편함은 7% 정도인 것 같다.  

그리 많은 불편함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불편함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 글에 적어볼까 한다.

불편함을 너무 자세히 적는 건 서로 너무 불편하니까..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는 짧고 간단하게 적어봐야지.. 

나의 부모님이긴 하지만 우린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았다 보니 (자그마치 20년!!! - 나의 나이가 드러나는 순간!) 함께 지내는 시간이 참 소중하면서도 어색하다.  우리는 서로 익숙해지고 적응할 시간과 기회가 많이 부족했다. 

사실 이 불편함들은 나의 부모님이라서 불편한 점들인 것은 아니다.  타인과의 동거가 주는 일반적 불편함인데, 부모님은 나의 부모님이다 보니 타인들이 넘지 않을 선을 쉽게 넘으시고, 나 또한 절대 남에게는 하지 않을 응석을 부모님께 부리기도 하니.. 가족이라 남이 해주지 못할 것들을 기꺼이 해주는 굉장한 관계이면서도 가족이라 남이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 그런 관계가 내가 느끼는 관계이다.  그래서 늘 좀 더 조심하고 세심하게 신경쓰려고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고, 늘 마음처럼 되는 것도 아니다.  

부모님이 오신 후 겪고 있는 불편함:

부엌 살림이 제 멋대로 정리된다:  엄마가 부엌일을 도와주시면서 당연히 나에게 일일이 이건 어디 두냐, 저건 어디 두냐, 물어볼 수도 없으니 엄마가 알아서 엄마만의 방식대로 엄마의 관점에서는 나를 위해, 또 효율적인 부엌일을 위해 이리 저리 정리하시는 건데, 나로서는 내 살림들이 내가 늘 두던 곳에 있지 않다 보니 사사로운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때마다 신경에 거슬린다. 

그러나 그건 엄마의 살림 도움을 받고 싶다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므로 작년 엄마 방문 중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단 한번도 그걸로 엄마에게 불평불만한 적은 없다.  또 하지 않을 것이고.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엄마손을 빌리려면 엄마의 방식을 존중해야하니까. 

흠.. 뭔가 많을 줄 알고 불편함에 대한 글을 별도의 글로 적어보려고 이 글을 굳이 두 편으로 나눈 것인데, 막상 적으려 보니 엄마로 인해 겪고 있는 불편함은 저게 전부이다. --;;;;; 나 스스로 민망해지는 순간. 

그 외.. 아버지로 인해 겪고 있는 불편함도 딱 한가지이다.  이건 사실 마음이 불편한 것이라서 위의 불편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리고 나와 아버지의 관계에서 오는 오래된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여기서부터 긴 글 주의... 

아버지의 가부장적 태도로 인한 불편함:  이건 최근 한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기도 한데, 그간 내가 외국에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가, 아니면 세상과 동떨어진 학교 환경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가.. 한국을 갈 때마다, 한국에 오랫동안 살아온 일반적인 한국 남성들의 가정 내에서의 가부장적 역할을 볼 때마다 상당한 불편함을 느낀다. 

결혼 후 상견례 (우리는 다소 이상한 순서이지만 결혼식을 하고 나서 상견례를 했다.)를 하러 한국에 가서 틴틴의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가 그랬고, 지난 겨울 한국에 가서 가족모임을 하던 중에도 느꼈고, 또 이번 아버지 방문에서도 유사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가족들이 식사를 할 때 준비하느라 부산한 사람들은 여자 뿐이고, 남자들은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 상을 받아 먹는 것..  한국에서 명절때마다 뉴스를 장식하는 남녀간 혹은 시댁식구/며느리간 갈등의 소재가 되는 바로 그런 불편함을 한국에 갈 때마다 몸소 보고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모임을 가질 때 남자들의 움직임이 적고, 여자들이 가사일을 도맡는 것이 당연스레 느껴지는 그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게 그리 불편할 수가 없다. 

사실 이건 이런 자리에 우리 아버지께서 포함되어 있을 때 더더욱 극단적으로 느껴지고,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불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는 어쩌면 누워서 침뱉기 일 수도 있어서 더더욱 조심스럽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는 이런 단점 외에 훌륭한 장점도 많이 갖고 있으시므로 이런 부분들을 여지껏 감수하고 지낼 수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일은 정말 열심히 하셨으나 집안일, 그 중에서 특히 부엌일에 있어서만큼은 손도 대지 않으시는 편이셨다.  어릴 때는 그게 불만이기는 하였지만 사회분위기가 그것을 그리 문제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그게 불합리해보이기는 하지만 나도 그러려니 하고 순응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컸고, 세상도 달라졌고,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더더욱 다르다 보니 아버지의 이런 태도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게 아주 불편해 견딜 수가 없다. ㅠㅠ  

식구들이 다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는 그나마 덜하다.  잭 밥 먹이는 일을 나나 틴틴이 하면 되므로, 아버지께서 밥상자리에서 무언가 필요하신 것을 요청하실 때 나나 틴틴이 움직이면 된다.  그러나 틴틴이 없는 자리에서는 내가 잭 밥먹이는 것에 매여있는 게 대부분이고, 아버지께서 무언가를 요청하시게 되면 그걸 해결하는 것은 밥상 차리느라 온종일 분주했던 엄마 몫이 된다.  

어제는 식사 중 아버지께서 엄마에게 작은 앞접시를 요청하셨는데, 그런 자잘한 일들이 식사자리에서 여러번 반복되자 참다 못한 내가 결국 한마디 하고야 말았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직접 갖고 오세요.”

엄마는 어느새 부엌에 가서 아버지께 드릴 접시를 갖고 오시며, 

“됐다.”

하며 나를 진정시키셨다.  

나는 목소리 톤이 높거나 흥분하거나 그런 상태는 아니었다.  그냥 아버지께 아버지께서 직접 갖고 오시라고 말씀을 드렸을 뿐이다.  그래도 엄마는 평소에도 갈등이 잦은 나와 아버지 사이에 혹시라도 또 뭔가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셨는지 나를 진정시키려 하셨다. 

매번 아버지께서 뭔가 필요해 보이시면 그걸 갖다드릴까요 하고 먼저 제안하고, 서로 먼저 나서서 아버지를 모시며 살아온 우리 가족이다.  대부분 늘 그러했던 것 같다.  사실 그것이 가정교육 중 하나라고 생각도 한다.  어른, 혹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을 우리에게 가르치셨으니 우리도 늘 그렇게 해 왔으리라. 

그런데 밥상 차리느라 몇 시간을 고생한 엄마와, 아이 밥 먹이느라 내 밥은 먹지도 못하고 있는 나.  그리고 제멋대로 밥을 흩뿌리며 먹어대는 예측불가인 우리 아이 잭.  이렇게 넷이서 식탁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아버지께서 누군가에서 무언가를 부탁하시는 게 너무 배려없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중에 그 불편함을 엄마에게 토로했다.

“엄마, 예전에는 이런 게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렇지 않은 환경에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가, 이제는 그런 게 너무 견디기 힘들어.”

그리고 저녁.. 바로 오늘 저녁이다. 

지금 글을 쓰며 오늘 하루 아버지와의 일과를 돌이켜보니 나 또한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그 생각이 들다니.. 아니, 지금이라도 그 생각이 든 게 다행인 것인가?  이래서 사람이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는 게 중요한가보다.

오늘 저녁, 잭이 자그마치 2L짜리 유리병을 깨뜨리는 사고를 냈다.  마늘쫑과 마늘 장아찌가 들어있던 병인데, 엄마가 담그신 무말랭이를 냉장고에 넣으면서 냉장고 속 내용물을 재배치하던 중에 잭이 바닥에 놓인 마늘장아찌 병을 들고 움직이려다가 그걸 손에서 놓치면서 와창장!!!  사고가 난 것! 

엄마는 재빨리 잭을 들어 안았고, 나는 엄마에게 실내화를 던져달라 한 후 내가 처리를 할테니 엄마는 애를 붙잡아주시라고 하였다.  엄마는 내가 혹여라도 다칠까봐 걱정이 되시니 나에게 잭을 잡으라고, 유리조각은 엄마가 치우겠다 하셨고, 나는 눈이 침침하신 엄마가 혹시라도 유리에 베이실까 걱정이 되어 유리조각 치우는 일은 내가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때, 저녁 낮잠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께서 부엌으로 내려오셨고, 우리의 상황을 뻔히 보시고도 아버지는 가든으로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계셨다.  

나는 아버지께서 잭을 봐주시고 엄마가 나를 도와주거나, 아니면 아버지께서 잭을 돌보는 엄마를 도와주기라도 하시길 바랬는데, 아버지 혼자 유유자적 여유를 부리시는 모습을 보니 또 화가 났다. 

가든에서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보며 결국은 또 한마디를 하고 말았다.

“아버지, 저희가 이 난리통인데 아버지는 혼자 거기서 여유나 부리시고! 좀 도와주시지 않고..”

“뭘?  나한테 하라고 하지!  나한테 시키지 그랬어?”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아버지도 억울하셨겠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아무도 본인에게 무언가를 부탁하지 않았고 엄마랑 내가 알아서 그 상황을 잘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므로 본인의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셨을 수 있었겠다.  그리고 아버지 말씀이 맞다.  내가 원했다면 아버지께 부탁을 했으면 되었을 일이다.  

'그러게.. 아버지께 내가 부탁을 드려볼껄.. 나는 왜 당연히 아버지께서 내 마음을 다 읽고 내가 원하는대로 해주실거라 생각한거지?  틴틴이었더라면 내가 당연히 부탁을 했을텐데..' 

'아버지는 어려우니까?  어른이시니까?  내가 아버지께 뭔가를 부탁한다는 건 참 어색한 일이니까?'

그런데 그런 세가지 이유가 있으면서도 아버지께 할 말, 하고 싶은 말을 따박따박하는 걸 보면.. 나도 참 못 말린다.  남들에게는 절대 그러지 못하면서.. 가족에게만 내가 그런 것 같다.  가족이라 편해서 그렇겠지만, 가족이라 하더라도 나도 좀 더 노력하고 배려하는 의사소통방법을 구사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버지께! 

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은 늘상 어려웠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셨으리라고는 생각하고 있다.  네 명의 자식들 중에 나는 유독 어릴 때부터 그 무서운 아버지께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정말 무서운 분이셨다) 제 할 말 다 하고 따지고 지지 않으려 했으니 말이다. 

나는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성격을 헤아리는 데 언니들보다, 심지어 일곱살이나 어린 내 동생보다 많이 미숙한 것 같다.  아직도 잘 모르겠고 많이 어렵다.  

사실 이번 부모님의 방문에 걱정과 기대가 모두 된다고 했는데, 그 걱정과 기대 두 부분 모두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 많았다. 엄마와의 동거는 이미 영국에서 몇번 경험한 터라 성인이 된 이후 엄마의 성격과 스타일에 대해 알게 될 기회는 몇번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기는 처음인데다가, 나는 어릴 때부터 형제들 중에서도 유독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 갈등이 많았고, 그로 인한 고민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번 ‘부'모님 방문을 계기로 ‘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성립하고 아픈 관계를 회복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현재 쓰고 있는 부모님과의 동거기간에 대한 일기도 실은 아버지와의 관계 증진을 희망하는 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내일은 아버지께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이해해드려야겠다.  목표는 작고 구체적인 것으로 세우는 게 좋을텐데, 앞으로 어떤 실천방안을 마련할 것인지는 잠자리에 누워서 (과연?!)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어찌됐든 부모님 덕분에 이렇게 블로그를 할 수 있는 짬을 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남은 기간에도 계속해서 기록을 남길 수 있기를 바라며.. 기침쟁이 몽실언니는 이만 잠자리에 듭니다. (기침아, 제발 멎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