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친정부모님과의 동거 2일차] 식빵이 욕실로 간 사연

옥포동 몽실언니 2019. 7. 18. 14:38
어제는 제가 처음으로 Kanex 무선 접이식키보드를 이용해 핸드폰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한 날입니다. 

저는 눈이 좋지 않다 보니 작은 화면에 난 오타를 잘 확인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제는 특히나 처음으로 핸드폰을 이용해 블로그 포스팅을 쓰다 보니 처음 올린 글에 오타가 상당히 많았나봐요. 

어제 오전 틴틴과 잠시 통화를 하는데 전화를 끊기 전 틴틴이 다급한 목소리로, “몽실, 블로그 포스팅에 오타 엄청 많아!!” 하며 제 오타 한두가지를 이야기해주는 거예요.  바쁜 와중에 제 블로그 오타까지 챙기다니..  세심한 틴틴. ㅋㅋ 

다른 때 같으면 시간이 있을 때까지 오타 수정을 미룰텐데, 어제는 부모님도 계시니 이럴 때 부모님 찬스를 쓰는거라 생각하며 “잭, 엄마 잠깐 올라가서 일 좀 보고 올게!”하고 저는 방으로 잽싸게 올라가 랩탑을 바로 켰습니다. 

아이는 일하러 방으로 올라간 저를.. 그냥 둘리가 없죠.  저를 뒤따라 “엄마~ 엄마~” 외치며 계단을 올라왔고, 저희엄마는 아이가 혹시라고 계단에서 미끄러질까 싶어 계단에서 지켜보시다가 아이가 2층으로 무사히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신 후 부엌으로 내려가셨나봐요.  

저는 방문을 닫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제가 제 방에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하고 아빠방, 화장실, 침실을 오가며 ‘엄마~ 엄마~’를 외치며 혼자 놀고 있었어요.

아이의 ‘엄마~’ 부름은 점점 다급해져만 갔고, 저는 재빨리 눈에 보이는 오타 몇개만 수정한 후 방문을 열고 “엄마, 여기!!!” 하고 소리쳤더니 아이가 방긋 웃으며 저에게 안겨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게 왠걸.. 계단에 식빵이 흩뿌려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에고.. 이러고 노느라고 혼자 신나게 “엄마~, 엄마~” 외치며 놀고 있었구나..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혼자 잘 논다고 생각하고 오타를 수정하고 있었다니.. 

계단에 널부러져있는 식빵들을 보신 친정엄마도 “아이고, 이게 뭐야!” 하며 소리를 치셨습니다.

그렇게 흩뿌려져 있던 식빵들을 대충 치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와 아버지는 아이를 재우러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돌아오자 마자 엄마 왈,

“몽실아, 2층 화장실에 한번 올라가봐라.  내가 정말 너무 웃겨서.  거기 있는 식빵들 내가 다 치워버리려다가 어쩜 그리 귀엽게 해 놓았나 싶어서 차마 니가 볼 때까지 치울 수가 없어서 그대로 놔뒀다.” 

하셨어요.  

"응?  어떻길래?"  하고 욕실로 올라가봤습니다.  

욕실 문을 열자.. 욕실에 이렇게 식빵들이 똭!!!

ㅋㅋㅋㅋ
아주.. 곳곳마다 귀엽게 식빵을 가지런히 눕혀놨더라구요. 

저는 혹시라도 욕실 전체가 식빵 부스러기로 가득차 있으면 어쩌나, 욕조 안이 식빵 범버기면 어쩌나 걱정하며 올라갔는데, 깨끗한 식빵 4장을 가지런히 둔 덕에 빵들만 휙휙 치워 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 

어제 산 신선한 빵인데 저렇게 버리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더 난리 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어린 아이와 살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이런 기상천외한 일들에 웃을 일도 있고.. 엄마 아버지도 오랫만에 손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이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