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법]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대로 하게 해 줘!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10. 00:0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작은언니가 저에게 해 준 육아팁을 시리즈로 올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말걸기 육아법'과 관련하여 작은언니가 나에게 해 준 육아 조언 (지적?ㅋ)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의 글은 편의상 평어체로 작성하였습니다.

*****

언니가 해 준 중요한 두가지 육아 조언. 그 첫번째는,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잠시’라도 하게 해 줄 것!

언니와 통화 중에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졌다. 우두두두두.. 소리와 함께 하얀 얼음 알맹이가 하늘에서 떨어지니 잭의 관심은 당연히 바깥을 향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이때, 나의 이야기:

“잭, 밖에 엄청 추워.  밖에 우박도 내려서 나갈 수가 없어. 나중에 날씨 좋아지면 나가자.”

그러자, 작은 언니가 말했다. 

“지금 잠시 안고 나갔다 와.  나가서 우박 맞게 해줘.  ‘이게 우박이야’ 하고 알게 해줘.”
“응?  지금?  추운데?”
“한참 나가 있을 것 없이 나가서 잠시만 있다 와.  잠깐만 맞고 들어오면 되지.”
“으응..? 알았어. 그렇게 할게.”

아이를 안고 밖에 나가 잠시 우박을 맞고 돌아왔다. 

“엄청 춥지?  우박 엄청 차갑지?  이게 우박이야.”

그리고 아이를 부엌 가든 문 앞에 내려놓으니 좀 전까지만 해도 밖에 나가자고 징징대던 아이가 더이상 조르지 않고 유리 문 밖으로 내리는 우박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 때 언니가 말했다.

“거봐, 잠시 나갔다 오니까 더는 나가자고 하지 않잖아.  그렇게 잠시라도 나가줘.  당장 잭의 우의부터 당장 사야겠다.  비 오는 날 많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비오면 우비 입혀서 집 가든이라도 잠시라도 나가줘.  그래서 비 오는 게 어떤건지, 비 맞으면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줘.  그렇게라도 잠시 나갔다 오면 비 오는 날 집에만 있더라도 훨씬 잘 놀거야."

영국은 아직 기온도 많이 찬데다가, 그런 날씨에 밖에서 우박을 맞게 해 줄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는데, 언니 말대로 잠시 나가서 우박을 맞게 해 주니 아이의 눈도 휘둥그레지고, 얼굴에는 미소마저 띄었었다.  그리고 그 잠깐 밖에 나갔다 왔다고 더 이상은 나가자고 조르지도 않고..   내가 귀찮고 번거롭고 아이 감기들까 걱정된다는 이유로 너무 아이와 내 몸을 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해봤다. 

아이가 이끄는대로 따라줄 것

"너는 왜 애 하고 싶은대로 해주지 않고 너 하고 싶은대로 하더라?”

이것은 언니가 이번에 한 지적은 아니고, 지난 겨울 한국 휴가 중 언니집에 머물 때 언니가 날 보더니 했던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나는 애 하고싶은대로 해주고 싶지 내 맘대로 할 생각이 없는데, 언니 보기에는 내가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니..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중에 아이가 원하는 것을 무시하고 내 맘대로 애를 휘두르고 있나..  자주 고민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도모르게 언니에게 자꾸만 변명을 늘어놨다. “애가 원하는 걸 다 해줄 수는 없잖아?”, "잭이 하고 싶은대로 나도 해 주고 있는데?”, “애가 위험한 것을 자꾸 만지고 싶어하잖아” 등의 변명들. 

그러다가 이번 우박 사건을 계기로, 그 이후에는 너무 위험한 것만 아니면 아이에게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가령, 날카로운 가위는 이전에는 절대 손에도 못대게 했는데, 이제는 손잡이에 손이라도 잠시 끼워볼 수 있게 해 준 다음 다시 가위통에 집어넣어줬다.  그러나 정말정말 위험하고, 사고는 한순간이므로 가슴 졸이면서 진짜 아주 짧은 순간 손가락에만 끼워준 후 가위를뺏었다.  그렇게 하면 '가위는 (무조건) 안돼!' 하면서 가위를 못 갖게 할 때와는 달리 아이가 화를 내지도 않고 순순히 가위를 우리에게 넘겨줬다.  아니면 잠시 짜증을 부리더라도 아주 짧게만 하고 스스로 멈췄다. 

그 외에, 탁상시계나 베이비모니터 등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기구의 베터리를 항상 빼고 싶어했는데, 혹시라도 아이가 베터리를 입에 물고 베터리의 중금속이 빠져나오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절대 베터리는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었다.  그러다 이제는 베터리를 빼고 싶어하면 틴틴이 베터리를 빼주고, 다시 베터리를 끼우는 것도 보여주고 하니 베터리에 대해 이전처럼 집착하지도 않는다. 

화장실에 감춰뒀던 청소기를 봉인해제한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청소기를 숨겨놓은 건 딱 3일 정도였나.. 아이가 이내 찾아버렸고, 그 뒤로는 청소기를 아예 꺼내놓고 살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아이가 청소기를 갖고 놀고 싶은 만큼 갖고 놀면 더이상은 청소기를 해달라고 조르지도 않았다.  그러다 다른 놀이를 하다 다시 청소기가 생각나면 청소기를 돌리는 정도?  유선청소기의 가운데 봉이 무거워서 그 봉 때문에 아이가 다칠까봐 늘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아이가 그 가운데 봉 연결부위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이제는 봉 연결도 불가능해서 다칠 위험마저 줄어들어버렸다.  

이렇게 아이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해 주니 아이가 화를 내고 짜증을 내던 것이 엄청 줄었다.  아이가 주도하는대로, 아이가 ‘원한다’고 표현하는 것을 충분히 따라주고 그것을 할 수 잏게 해주니 아이가 이전보다 훨씬 착한(?) 아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나와 틴틴이 최근 며칠간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반성했다.  그간 우리가 아이가 원하는대로, 아이가 하고자 하는대로 해주지 않고 너무 많이 제재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아이가 놀게끔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우리 딴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었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말걸기 육아법’과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샐리 워드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강요하는 것이 ‘아이에게 강요나 지시, 질문을 하지 말 것’과 ‘아이가 주도하는대로 무조건 따라갈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아이에게 말을 걸고, 아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대신 표현해주고, 아이와 상호작용하며 대화를 나눠줄 때 아이의 언어발달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예전 텔레비전에서 방영했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몇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 프로그램은 제목을 “우리 부모가 달라졌어요”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전문가가 들어와서 개입하는 것은 항상 아이가 아니라, 아이 행동을 바꾸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였고, 부모가 바뀌자 아이의 행동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도 이번에 그 같은 경험을 똑같이 했다.  언니의 조언들과, 그 조언들 덕분에 내가 가진 유일한 육아서인 “베이비 토크”도 다시 읽고, 그리고 나서 잭이 주도하는 놀이를 따라 해주고, 아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며 아이와 상호작용하니,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분노와 불만을 물건을 던지거나 벽이나 바닥에 자기 머리를 박으면서 과격하게 표현하던 것이 꽤 줄었다. 

사실 아이는 여전히 무언가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고, 여전히 강한 불만을 때때로 표현하기는 한다. 특히, ‘대성통곡’을 하는 포즈가 있는데, 누울 자리를 먼저 확인한 후 양 팔을 바닥에 ‘팍’ 치며 엎으려서 발도 동동 구르며 우는 것이다.  이때는 반드시 엄마나 아빠 앞까지 와서 ‘대성통곡’ 동작을 취한다.  그리고, 우리도 사람인지라 하루종일 아이가 원하는대로, 아이가 이끄는대로, 아이를 따라다니며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도 없다.  실제로 아이가 원하는대로 '제대로 (집중해서) 해 주는' 시간은 하루 중 아주 짧은 시간인 것 같다.  그런데도 그 정도라도 온전히 아이가 원하는대로 아이에게 맞춰주니 아이가 이전보다 더 즐겁게 놀고, 그러자 자연스레 우리도 아이를 돌보는 일이 조금은 더 수월해졌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읽어내고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몸은 조금 더 힘들어도 심리적으로 조금 더 편해졌다고나 할까.. 심적으로 ‘힘든’ 상황 (=아이가 매우 짜증 혹은 화를 내는 상황) 들이 연출되는 빈도가 조금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처럼 아이가 불만이 자주 표현하고 짜증을 많이 부려서 힘든 경우, 혹시라도 우리 부부처럼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충분히 읽어주지 못해서 그런건 아닌가 하고 돌아볼 것을 권한다.  그게 아닐 수도 있지만, 만약 그게 맞다면 개선의 여지가 충분히 있으니까! 

아이에게 온통 신경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몸도 힘들고 정신도 금방 지친다.  그렇긴 하지만 '베이비토크'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하루에 30분이라도, 그게 힘들다면 10분이라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은데... 과연.. 나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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