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경어체를 쓰다가 다시 평어체로 돌아온 것은 시간이 없다 보니 빠른 글쓰기를 하기 위함이다. ㅠㅠ 얼마 안 되는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빠르게, 또 많은 양의 글을 쓰고 싶으니 ㅠㅠ 이해바랍니다~**
요즘은 내가 태어나서 (?) 작은언니와 사이가 가장 좋은 때이다.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작은언니와는 어릴 때 이런 저런 일로 투닥거리 할 일이 많았고, 언니는 고등학교때부터 음악을 하면서 바빠지고 나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집을 떠나 독립하면서 언니와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친하게 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도 어릴 때 서로에게 쌓였던 앙금(?)들을 풀 기회도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서로 좋아는 하지만, 또 더 가까워지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발생하는 충돌에 서로 적당한 거리의 자매간으로 지내고 있었다고나 할까.. 짧게 말하자면 그렇고, 길게 쓰자면 블로그 포스팅 스무개로도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작은 언니와 사이가 이렇게나 좋아지게 된 것은 모두 우리 이쁜이 잭 덕분이다. 언니가 잭을 너무나 이뻐라 해주고, 잭에게 집중해주고, 잭을 위해 여러가지를 해 주는 모습 속에서 언니에 대해 쌓여있던 마음속 응어리가 다 풀어져버렸다. 언니는 내가 아닌 나의 아들에게 잘 해 주는 것인데, 희안하게 그것이 언니의 나에 대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느껴지면서 언니에 대해 갖고 있었던 서운한 마음은 모두 녹아버렸고, 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제야 우리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나 혼자서 언니와의 관계에 있어서 ‘대화해’를 했다고나 할까. ^^;
“화상육아지원”은 내가 붙인 말인데, 말그대로 언니로부터 ‘화상’으로 육아 도움을 받는 것이다.
집에서 아이와 하루종일 놀며 심심하던 나는 아이와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이따금 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때마다 언니는 잭을 너무 이뻐하며 아이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잭에게 “까꿍~” 등을 하며 놀아주던 것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잘 가고, 잭은 잭대로 전화에서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사람이 나와 자기에게 말 걸어주니 재미있어 하고, 나는 나대로 언니가 잭을 이뻐해주는 모습에서 마음이 벅찼다. 내가 영국에 산지 십년이 다 되어가는 기간동안 잭이 태어나기 전에는 언니와 따로 화상통화 한 것이 두세번도 채 안 될 것인데, 아이 낳고 나서야 언니와 이렇게 자주 통화하게 되었다.
언니는 눈썰미가 워낙 좋고 눈치도 빨라서 화상통화로 나와 잭과 이야기하며 내가 하고 있는 잘못된 것들, 혹은 개선하면 좋을 것들을 아주 잘 짚어낸다. 잭과 이모가 통화를 하는 시간인데, 언니가 자꾸만 나에게 ‘그건 그러면 안되고, 이렇게 해야지’, ‘몽실아, 그럴 땐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줘~’등등 자꾸만 지적하다 보니 통화 당시에는 나도 모르게 위축되어 ‘아니, 그건 그게 아니라...’, ‘아니, 하다 보면 나도 자꾸만 그렇게 되서..’, ‘20대 중반 체력 짱짱할 때 애를 키운 언니랑 40살이 되어 체력이 딸리는 와중에 애 키우는 거랑 같나’, 등등 나도 모르게 방어적 자세를 취하며 온갖 말로 자신을 변명하고 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을때면 다섯번에 한두번은 내가 얼마나 힘든지는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언니의 조언들과 지적에 마음이 위축되기는 하지만, 아이 키운지 15년이 다 되어가는 우리언니가 아직 그 모든 디테일을 기억하며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그때마다 나는,
“언니는 어떻게 그걸 다 그렇게 기억해? 그리고, 언니는 어떻게 그걸 다 그렇게 실천했어? 정말 대단해. 나는 그렇게 못 해. ㅠㅠ 난 언니처럼 좋은 엄마가 못 되려나봐.”
하면 언니는 그때마다,
“내가 준 책 안 읽었어? 그 책 한권만 읽으면 돼. 그 책에서 다 그렇게 하라고 나오잖아. 나는 그책대로 했을 뿐이야.”
“나도 읽었지~ 믿지 못하겠지만, 나도 그 책을 읽고서 나름대로 한다는 게 이 정도야. ㅋㅋㅋ 똑같이 수업에 한시간 앉아있어도 애들마다 이해한 정도가 다 다른 것처럼, 그 책을 똑같이 읽었어도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수준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는 거잖아~ 나는 언니처럼 그렇게 잘 안 되네.ㅠㅠ”
변명이라면 변명일 수 있지만, 그게 내 솔직한 상황이다. 나름 언니가 준 책을 읽고 애를 키우고 있기는 한데, 언니처럼 잘 안 된다. 웃긴 건, 언니가 내게 준 책은 사실 언니가 조카를 가졌을 때 언니가 육아책을 사서 봐야한다고 부담을 갖길래 내가 서점에 가서 언니를 위해 사서 준 책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한권의 책이 우리 언니에게는 바이블이 되었다.
어쨌든, 언니의 화상육아지원을 받고 나면 전화 당시 언니가 지적하던 것에는 나름 변명을 하긴 해도 전화를 끊고나면 언제나 언니가 이야기한 것을 되새긴다 (나는 아무래도 반복학습이 필요한 사람인가보다). 그리고, 저녁에 틴틴이 퇴근하면 틴틴에게도 언니가 해 준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괜히 한마디를 덧붙인다.
“우리 언니 진짜 대단하지? 그리고 어떻게 정말로 그렇게 하나 싶지? 그런데, 우리 언니는 정말로 수경이 (조카이름)한테 그렇게 했어. 믿기 힘들겠지만 항상 그렇게 했어 (당시 나는 언니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게 내가 언니에 대해 정말로 높게 사는 점이야. 어떻게 그렇게 하나 싶은데 그걸 언니는 그렇게 다 하더라고.”
하며 언니에 대해 우쭐한다. 언니는 언니일뿐인데 괜히 언니 자랑을 하는 걸 보면 나도 참 정신연령이 아직 어리다.
이 글에 언급된 '그 책'은 우리 작은언니가 2005년 1월 4일에 태어난 우리 수경이 (조카)를 가졌을 때 내가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사줬던 책이다. 나는 그 책이 언니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고, 큰언니도 돌려보고, 결국 15년 뒤 나와 함께 영국까지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책은 바로바로 “샐리 워드” 지음의 “베이비 토크”라는 책이다. 책표지가 꼬질꼬질하게 때도 타고 나달나달하게 낡은데서 우리집에서의 이 책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얼마전 ‘화상육아’시간을 통해 언니에게 얻은 조언들을 기록하고, 또 관심있을 분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언니와 며칠전의 통화 후 여러 내용을 지적받고, 그날 밤 나는 이 책을 꺼내 우리 잭 연령 (1년 4개월에서 8개월) 부분을 다시 읽었다. 그 앞부분도 다시 또 읽고. 그리고 그에 따라 아이 장난감도 정리하고, 읽은 내용을 틴틴에게도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여러 억하고싶은 부분들은 핸드폰으로 캡쳐해뒀다. 블로그에 기록하고, 앞으로도 잊지 않기 위해.
내가 언니에게 선물한 당시 이 책이 신간이었는데, 아직까지도 책이 절판되지 않고 나오는 것을 보면 나름 스테디셀러인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 언어치료사로, 영국 아마존 리뷰를 보면 호불호가 좀 갈리기는 책이긴 하다. 그러나 나름 유용하고 중요한 팁이 가득한 책으로, 아이의 언어발들을 돕고 싶은 부모라면, 또 아이와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해 나가고 어떻게 아이와 놀아줘야 하는지 알고 싶은 부모라면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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