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2017-20

[육아일기] 음식을 먹는 건지, 음식을 갖고 노는 것인지..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7. 00:0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저희에게는 작은, 그러나 결코 사소하지 않은 고충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 먹은 뒷자리 정리인데요. ㅠ 아이가 음식을 먹는건지, 갖고 노는 건지 정말 알 수 없어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하루에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느정도길래 그러냐구요?  이런 정도입니다.  오늘 점심 식사 후... 아이를 하이체어에서 내리고 나니 의자상태가 이렇습니다.  뭐 이 정도면 양호하다구요?  아래 이어지는 사진들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아이가 내려온 바닥... 점심 식사와 함께 먹은 옥수수 알맹이와, 간식으로 준 말린딸기들이.. 온 부엌 바닥을 뒹굴고 있습니다.  


아이가 하이체어에 앉아서 아래로 집어던진 것들이죠.  한알 한알 집어던진 것도 있고, 음식 그릇 째 바닥으로 던져버린 것도 있구요.  아래 사진의 잭 왼쪽에 놓여있는 연두색 이케아 그릇 보이시죠?  그게 바로..애가 바닥으로 냅다 던져버린 그릇입니다.  


애들이 가끔 그럴 수도 있지 않냐구요?  노노~ ㅠㅠ 너무 자주... 하루에 세번의 식사와 두세번의 간식이 있다면 그 중 한두번만 빼고 항상 이런 식입니다.ㅠㅠ

아래 사진은 주말 간식... 아이를 체어에 앉혔다 뺐다 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아주 가끔은 간식을 바닥 테이블에서 줄 때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가 시리얼에 우유를 말아먹는 재미에 빠져서 자꾸만 시리얼과 우유를 함께 달라고 해요.  우유도 자기가 직접 부어대려고까지 합니다.  시리얼도 여러 종류를 꺼내길 원하구요. 


아이가 한참 먹으며/장난치며 하다 말고 제 옆으로 걸어왔는데, 왠걸... 꽉 힘주어선 발가락 사이에도 오트튀밥 시리얼이 하나씩 하나씩 낀 채로 이동을 해서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어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실컷 먹고, 놀더니 아이는 다른데로 가버리고.. 엉망진창이 된 부엌만 남았습니다.ㅠ


아이가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시작하면 애가 먹을만큼 다 먹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아이를 하이체어에서 내립니다.  그러면 내려주기 무섭게 식탁아래로 들어가서 자기가 떨어뜨린 음식을 다시 주워먹어요. ㅠㅠ 아래 사진처럼.. 자리를 떡하니 잡고서 먹을 때도 있습니다.


주말에도 틴틴과 제가 간식으로 무즐리 (살짝 찐 후 볶은 오트 - rolled oats- 가 들어있는 시리얼종류)를 먹는데, 그것도 달라고~~달라고~~ 해서 아이에게도 조금 줬지요.  아이는 무즐리를 바닥에도 뿌리고, 자기 다리 위에도 뿌리고.. 이건..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아서 정말 너무 아까워요.ㅠ

이렇게 엉망이 되면 저나 틴틴, 혹은 둘이 함께 그 뒷정리를 하기에 바쁩니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치우는 틴틴... 


아이는 좋아라 하며 기분좋게 자기 배꼽을 쑤시며 웃고 있네요.  아래 사진의 하이체어 우측에 짙은회색 상의의 틴틴의 등이 보이죠? 네... 저희가 이러고 살아요. 

아이에게 ‘먹는 걸로 이러는 거 아니야~ 이건 밥이야, 선우 먹는 밥~’, ‘먹는 걸 이렇게 다 던져버리면 먹을 음식이 없어지잖아~’ 별에별 말을 다 해봤지만.. ㅠ 애가 안 들어요. ㅠ 

왓포드에 사는 육아동지 Y는 

"언니네는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게 둘 수가 있어요? 대단해요!"

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저는 답답해하며, 

"우리 절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한 순간에 손 쓸 새 없이 이렇게 되고 마는 거라구 ㅠㅠ이렇게 되는 거 정말.. ㅠㅠ 나도 싫어. 힘들어~"

네.. 정말 말 그대로예요.  절대 저희가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한 순간에 그냥 이렇게 상황이 되어버려요.ㅠ 

사실 예전에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데, 동네에서 하는 Messy Play 클래스에 다녀왔다구요.  말그대로 ‘지저분하게 노는 놀이'를 하는 수업이라 아이들 촉감발달 도우면서 손으로 맘껏 갖고 놀수 있게 해주는 유료 클래스 (시간당 5파운드 - 7500원) 였지요.  잭은 원래도 이렇게 손으로 맘껏 만지며 식사/간식을 하는 편이었는데, Messy Play를 다녀오고 나니 그런 지저분한 데서 뭘로 만든지 알기 힘든 것을 입에 물고 손에 만지고 하며 노느니, 집에서 안전한 먹거리로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애가 이렇게 엉망진창을 만들어도 그냥 내버려뒀는데.. 이제는 매번 이러니.. 정말..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이 고충을 저희 언니들에게 이야기하면 

"애들이 원래 다 그래~.  우리 애도 장난 아니었지! 좀만 더 지나면 안 그러니 좀만 더 참아~"


라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밖에 나가서는 집에서처럼 난장판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도 저희는 항상 외출시 작은 비닐봉투 (아이 기저귀버릴 때 싸는 봉토)를 갖고 다니므로 아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휴지나 물티슈로 대충이라도 닦아서 봉투에 담아서 들고 나오는 편이에요.   아예 외식 자체를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기도 하구요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구요 ^^;;;;).  

그런데도 그 와중에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 뭐라고 말려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저녁은 심한 난장판은 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고, 버리는 것보다는 먹는 게 훨씬 많은 한끼였기도 했어요.  한끼라도 그렇게 먹어주면 그것에 감사합니다.   뭐든 그렇지만 육아일상도 이렇게나 참 상대적이에요.  저희 아이가 만드는 이 난장판을 보면, 얌전한 식사를 하는 아이들의 엄마들 눈에는  ‘잭네는 어떻게 저렇게 하면서 살지?’ 라고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이게 일상인 저희 집에서는 아이가 한번이라도 이러지 않으면 그게 너무 고맙고 편한 날이 되지요. 

저희처럼 아이가 먹는 걸로 너무 심하게 장난쳐서 힘든 분들, 힘내세요.  저희도 힘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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