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16개월 성장일기] 멸치볶음과 김치를 먹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4. 08:05
[2019년 4월 3일-생후 15개월25일]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정말 많은 놀라운 일이 있었던 하루예요.  하나는, 저희 잭이 3시간 15분이라는 기록적 낮잠을 잔 것이구요!! 둘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멸치볶음과 김치 (물에 씻은 것)를 먹었다는 것입니다. 

3시간 낮잠이라... 잭은 신생아때도 낮에 3시간씩 잔 적이 없는 아이예요.  생후 10-13주 사이 갑자기 아이가 엄청 낮잠을 많이 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두어번 정도 3시간에 육박하는 낮잠을 잔 적이 있고, 그 뒤로는 지금껏 3시간.. 이라는 낮잠은 잭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아주 간혹.. 아마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2시간 정도 되는 낮잠을 잔 적이 있을 것이고, 왠만해서는 45분에서 길어야 1시간 반에서 1시간 50분 정도 되는 낮잠을 잘 뿐이었습니다.  그런 저희 잭이 오늘은 정말 3시간을 넘게 자서 너무너무 놀랐어요.  간혹 기침을 심하게 하기도 하고, 저도 잭 옆에 누워서 쉬면서 여러번 심한 기침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쥐죽은 듯이 잤어요.  

며칠전부터 아이 침실을 저희 부부 침실로 옮겼는데, 자는 환경이 좋아져서 그런건지, 어젯밤새 아이가 기침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낮잠을 그리 잔 것인지.. 그건 아직 불확실합니다.  밤에 기침을 하건 뭘 하건 잘 못 잔 일은 자주 있는데, 그렇다고 그 다음날 이런 식으로 긴 낮잠을 잔 적은 없었던터라 어젯밤의 수면과 큰 연관이 있어보이지는 않아요.  어쨌거나.. 그런 놀라운 일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두번째이자 이번 포스팅의 주제, 저희 아이의 반찬 업그레이드!! ㅋㅋ 오늘 처음으로 멸치볶음 반찬과 김치에 밥을 먹었어요. 

멸치볶음을 먹일 생각을 한 이유는, 주먹밥 재료에 들어있는 잔멸치를 아이가 문제없이 삼키는 것을 보고 이제 멸치반찬을 해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예전 저희 잭이 태어났을 때 저희를 보러 왔던 S의 딸 유라가 당시 18개월이었는데 잭을 만나러 저희집에서 와서 멸치볶음을 엄청 잘 먹고 갔거든요.  그래서 우리 잭도 한번 시도해볼까 싶어 아침에 서둘러 멸치볶음을 만들어봤어요.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유라만큼 엄청 좋아하며 잘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잘 먹었어요!!  

언니에게 물려받은 15년된 이유식 책에서 생후 16개월 이후부터는 간만 약하다면 어른이 먹는 음식 대부분을 함께 먹을 수 있다고 나와 있어서 용기를 내어 해본 반찬입니다.  ‘간은 약하게’라고 되어 있어서, 간은 간장 조금, 설탕 조금만 뿌리고, 올리고당도 아주 조금 뿌려줬어요. 

자세한 레서피를 공유하자면,

재료: 멸치 (위의 작은 컨테이너에 담긴 멸치보다 조금 더 많은 양.  아마도.. 어른 손으로 두 줌 정도?), 간장, 설탕, 올리고당

  1. 냉동실에 있던 귀한 잔멸치를 꺼내 마른 후라이팬에 약불에 볶아 볶아 바삭하게 만들어준 후, 체에 받쳐 가루를 빼주고 멸치만 골라줍니다.
  2. 후라이팬에 멸치가루가 잔뜩 묻어있을텐데, 키친타올에 물을 살짝 묻혀 후라이팬을 살짝 닦아주면 굳이 씻지 않고도 후라이팬이 깨끗해져요.  후라이팬이 뜨거우니 손을 데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3. 여전히 뜨거운 후라이팬을 약불에 올려, 식용유 반스푼을 팬에 두르고, 간장 1/2티스푼 (찻잔 티스푼), 설탕 1/2티스푼을 넣고, 체에 받친 멸치를 후라이팬에 재빨리 넣어줍니다 (빨리 넣지 않으면 간장과 설탕이 다 타버려요!). 
  4. 휘휘 잘 섞어주다가 집에 있던 유기농쌀로 만든 올리고당을 아주 살짝 둘러줬습니다. 


시식평: 

바삭하면서도 조금 단맛과 멸치 특유의 짠맛이 느껴지되, 간장향 덕분에 비린맛은 강하지 않은, 맛난 어린이용 반찬 완성!  생각보다 괜찮아서 아이 먹이기에도 좋고, 제 입에도 맛있었어요!  담백, 바삭, 달달, 짭짤~

그리고 이번에는 김치!!! 

아니, 이렇게 어린 애한테 왜 김치를 먹였냐구요?  먹이고 싶어서 먹인 게 아닙니다.  애가 자꾸만 달라고 해서 줘 봤는데, 잘 먹더라구요. ㅋ

아이가 김치에 관심을 보인 것은 한참 된 일이에요.  저희가 밥 먹을 때마다 김치를 먹으니 자기도 늘 그걸 먹고 싶어했는데, 항상 그때마다 ‘이건 엄청 매워!  매워서 잭이 먹으면 배 아파~ 좀 더 크면 먹자!’ 라고 말리곤 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너무 강하게 김치를 원하다 못해 팔을 쭉 뻗어 김치그릇에 아예 손을 댈 정도였어요.  그래서 안되겠다, 매운 맛이 뭔지 알려줘야 먹을 생각을 않겠다 싶어 아이에게 김치를 살짝 입에 대어줬어요.  

몽실: “자, 봐, 엄청 맵지?  이 빨간 김치는 매워!  아~ 매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으앙!!”하며 얼굴이 벌개져 입 안이 아프니 입에 손을 갖다댔어요.  그래서 저희는 얼른 맨밥을 잔뜩 먹이며, 

몽실: “자, 얼른 밥 한숟갈 먹어~ 그럼 매운 게 좀 괜찮아질거야~” 

하며 아이에게 밥을 두어숟갈 먹였습니다.

그 뒤로는 김치에 손을 대려고 할 때마다 “아~ 매워 할 건데, 괜찮아?  또 줄까?” 하면 아이가 그때마다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어요. 

그래서 이제는 김치에 미련을 버렸겠지 싶었는데, 오늘도 또 여러번 김치를 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제 밥에 고춧가루를 다 닦아낸 작은 김치조작을 아이에게 줬더니 왠걸... 오물오물.. 하며 잘 먹는거예요! ㅋㅋㅋ 그리고는 더 달라고 손을 내밉니다!  

그래서 아예 틴틴이 그릇 하나에 물을 담아왔고, 저는 그 물에 김치를 씻어 잘게 잘라줬습니다.  다행히도 김치가 다 떨어져가던 상황이라 배추 잎쪽은 저희가 다 먹고 배추 밑둥 쪽의 김치만 조금 남아있어서 매운 맛이 가장 적게 배어있던 부분이라 아이가 먹을 수 있었나봐요.  아무튼, 남아있던 배추밑둥 부위 김치를 물에 헹군 후 잘라줬더니 아이가 조금 매워하면서도 좋아하면서 잘 먹었어요.  처음에 접시에 아래 사진만큼이나 김치가 있었는데, 

계속 집어먹더니 결국은 다 먹은 거 있죠!

표정을 보면.. 뭔가 자극적이고 매운 것 같기도 한데, 좋아하면서 뱉지않고 잘 먹었어요.  중간에 한두번은 매워하며 얼굴이 붉어지긴 했으나, 그때도 울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밥을 찾으며 밥을 주면 밥도 먹고, 또 김치 먹고, 또 밥 먹고, 김치먹고 ㅋㅋ 하면서 말그대로 김치에 밥 한그릇을 뚝딱했어요. 

사실, 저 저녁은 두번째 먹은 저녁이었어요.  아이가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느라 점심을 건너뛰어서 오후 4시경 오트밀에 파인애플을 간식으로 먹고, 5시에 배 고파해서 콩, 된장국에 밥을 한끼 먹었는데, 저와 틴틴이 뒤늦게 저녁을 먹으려하자 자기도 껴서는 김치를 먹겠다 하더니 얼떨결에 밥을 한그릇 다먹은거죠.  막판에는 아이가 김치 헹군 물에 밥까지 담궈서 ‘밥을 물에 말아 김치와 먹는’ 기염을 토했답니다. ㅋㅋㅋ 

김치를 헹군 물이긴 하지만, 실제로 헹구기는 제가 갖고 있는 그릇에 헹궜고, 아이가 갖고 있던 헹군물은 형식적으로 한번 더 헹구는 물이어서 매운 맛이 더 있거나 고춧가루가 남아있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김치를 헹구자, 아이가 자기가 헹구겠다고 나서는 통에, 제가 한번 헹군 후 아이에게도 물그릇을 줘서 김치를 헹구는 시늉은 하게 해준 거거든요. 

아무튼, 오늘은 이렇게 엄청난 식생활에 변화가 일어난 날이라 이렇게 기록을 남겨봅니다. 

덧붙이는 글: 오늘 하루를 겪으며 든 육아단상

생후 16개월을 며칠 앞두고.. 아이가 이렇게 멸치볶음에 김치까지 먹게 될 줄이야!!! 정말 몰랐어요.  생각도 못 한 것이, 아이가 씹어먹는 훈련이 덜 되어서 뭐든 자꾸만 꿀꺽꿀꺽 삼키려 하고, 식감이 좀 강하다 싶으면 뭐든 그냥 뱉어내버려서 멸치볶음을 이렇게 일찍 먹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김치야 당연히 맵고 짜니.. 못 먹을 거라, 또 아직은 먹이기에 이르다고 생각했었구요. 

이렇게 저희 잭이 또 한단계 성장을 하네요.  이제는 정말 ‘어린이’다워지려 하나봐요!! 놀라운 변화입니다.  태어나서 겨우 엄마 우유만 쪽쪽 빨던 아이가 1년 반도 되기 전에 멸치볶음에 김치까지 먹다니!! 

오늘 이 일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소소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런 일들을 겪으며 내내 블로그에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왜 그런 생각이 들까..하고 보니 제가 하고 있는 이 새로운 '육아세상'에서의 경험들이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면서 겪는 일들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새로운 곳에 여행가면 여행지에서 보는 모든 것들, 느끼는 것들, 새롭게 만나게 된 사람들, 그곳에서의 느낌, 그곳의 공기, 그곳의 전경, 먹거리.. 그 모든 것을 하나 하나 기억하고, 기록하고, 또 새겨보고 싶은 것처럼, 현재 육아생활이 힘들고 벅찰 때가 많기는 하지만, 이 경험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특별하고, 새롭고, 신기하고, 놀랍고, 그래서 잊고 싶지 않고, 잊어버릴까봐 두렵고, 기억하고 싶고, 기록하고 싶고, 나중에 또 그 기록을 들춰보고 싶잖아요.  제 마음도 바로 그런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육아월드를 여행 중인 여행자인 거죠!!!  신생아, 영아, 유아, 소아, 청소년기를 거쳐가며 여행의 단계와 경험, 내용과 강도들이 달라지겠죠.  그것 또한 한 단계, 한 단계, 늘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마치 여행 중에 이 나라, 저 나라, 혹은 이 도시, 저 도시로 옮겨가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틴틴과 말다툼을 하며 힘들다고 울어댔던 이 잭 엄마가, 오늘 잭이 낮잠을 세시간 자면서 총 육아시간이 줄어들어서 그런걸까요.. 갑자기 엄청 긍정적으로 돌변한걸요?! ㅋㅋㅋ 사람이 이렇게 간사해요.  ㅋ 사실 좋은 점도 많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그저 좋기만 하고,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니까, 이렇게 기분과 관점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너무 당연한 거겠지요.  등산 할 때 오르막을 오를 때와 구릉을 걸을 때, 내리막을 걸을 때 기분과 컨디션이 다 다른 것처럼요~  전반적으로는 항상 산이 아름답고, 등산하며 기분이 좋다고는 하겠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훨씬 다양한 감정과 경험이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이런 저런 소소한 일이 많았고,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하고, 또 여러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엄청 많은 날이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오늘 이 글만 쓰고 나머지는 다음으로 미룹니다.  

퇴근 후 저에게 '육아에너지'가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본 틴틴이 한마디 했어요. 

"자, 생각해봐~ 아이가 3시간 낮잠을 자니 이렇게나 낫잖아?  그럼 아이가 4시간을 차일드마인더 (소규모 가정어린이집)한테 간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좋겠어?!"

하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 달라지게 될 우리 부부의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네요.

쑥쑥 자라주는 잭 고맙고, 늘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열심히 하는 틴틴도 고맙고, 저의 블로그에 오셔서 제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여러 분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몀, 오늘 글을 여기서 마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몽실언니의 영국일기]를 빠르고 쉽게 받아보시려면

카카오스토리 채널 구독하기를 클릭해주세요!

#몽실언니영국일기, #옥포동몽실언니, #영국살이 를 검색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