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육아일기] 21개월 아이 어린이집 도시락싸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9. 9. 13. 19:22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요즘 제 최고 고민은 바로 바로 우리 아이 도시락싸기 입니다. 

8월까지 다니던 기관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집에서 가까운 가정어린이집 차일드마인더로 옮기게 된 후 저희는 교통지옥 (?)에서는 벗어났지만 도시락 지옥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저희 아이는 9월부터 월, 화, 목, 금 주 4회 어린이집을 가고 있는데, 바로 그 4일간 내내 저는 오전간식, 점심, 오후간식, 이렇게 세 통의 도시락을 준비해서 보내야 해요.  물통도 매일 씻어서 새 물통에 깨끗한 물을 담아서 보내야 하구요.

저나 틴틴의 도시락을 싼다면이야 전날 남은 음식 대충 싸 가서 데워먹으면 되는데, 아이는 하루종일 집이 아닌 곳에서 머물러야 하니 아이 입맛과 영양을 고려하여 이것 저것 싸주느라 몸도 힘들지만 아이디어가 없어서 머리도 아파 죽을 지경이에요. 

우리 엄마는 어떻게 언니 두명 아침, 점심 도시락에 제 점심 도시락까지, 몇년을 그렇게 도시락을 싸셨는지, 엄마가 아침마다 왜그리 부엌에서 정신없이 요리를 하고 도시락을 만드셨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한 아이 도시락도 이렇게 힘든데, 세 명의 도시락을 한번에 싸셔야 하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엄마의 고충이 더더욱 이해가 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집에서 저희 잭은 보통 밥에 야채볶은 반찬을 곁들여 먹거나, 여러 야채와 고기를 넣어 끓인 국에 밥을 말아먹거나 하는 식이었어요.  정히 요리하기가 힘들거나 귀찮을 때는 참기름 간장 비빔밥도 자주 먹고, 주먹밥도 가끔 먹고, 김에 밥만 싸서 먹을 때도 있고, 장조림 버터 비빔밥을 먹을 때도 있구요.  불고기덮밥?  같은 식으로 해 먹을 때도 많았구요. 

간식은 그때 그때 원하는대로 과일을 주거나, 쌀과자나 간단한 빵을 주거나 하는 식이었지요. 

그런데 도시락을 싸려다 보니 도시락으로 싸기 편하면서도, 아이가 혼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간식을 한정된 도시락 통 안에 넣어서 준비하려니 이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엄마랑 있고싶지만 어린이집에 가야하는 만큼, 어린이집에서 먹는 것만이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즐겁게 먹으며 마음에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보니 도시락 싸기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아요. 

아래는 지난주 언젠가의 도시락이에요.  

오전간식은 껍질 까서 자른 자두에, 오트밀바나나로 구운 쿠키, 

점심은 당근감자볶음밥에 푹 삶아 부드럽게 만든 닭가슴살 섞은 것, 

오후 간식은 미니 또르띠아에 호머스, 채썬 당근과 잣과 건포도.  이날은 오후 간식은 많이 남겨 왔어요.  아이가 호머스를 싫어하더라구요.  어린이집에서 또르띠아에 당근, 호머스 넣은 것을 잘 먹길래 똑같이 만들어준 건데, 제가 넣어준 호머스는 뭔가 다른지 ㅠ 애가 별로 안 먹고 많이 남겨왔습니다.  대신 오전간식과 점심은 올 클리어~

도시락은 한국에서 언니가 보내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도시락이에요.  용량은 좀 작지만 아이가 먹기에는 딱 맞고, 다른 것보다 용기 바닥에 실리콘인지 고무인지가 달려있어서 식탁에서 용기가 미끄러지지 않아서 숟가락질이 서툰 아이들이 혼자 먹기에도 안성마춤이에요.  용기가 이뻐서 그런지 아이가 도시락통만 봐도 눈이 돌아갑니다. ㅋ

그리고, 아래는 어제의 도시락입니다.  

아침 간식은 사과에 오이 두조각, pitta 빵 조금.  생야채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야채를 조금이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아서 이제 야채도 조금씩 넣어보낼 생각이에요.  그리고, 너무 과일간식만 좋아하는 것 같아 곡류도 조금씩 섞어 보낼 계획이구요. 

점심은 그저께 저녁에 만든 돼지고기 감자 당근 호박에 간장과 굴소스 조금 넣고 볶은 것에 오늘 아침 갓 지은 밥을 비벼비벼 만들었어요.  볶음밥의 모양을 한 볶은비빕밥? ㅋ 아침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하는 엄마의 요령 ㅋ 그리고, 아침에 데친 브로컬리를 조금 얹어줬습니다.  

오후 간식은 사흘전 만들어서 냉장고에 보관해둔 달콤한 호박죽이에요.  (별도사진은 생략ㅋ)

그리고, 한주의 끝, 금요일, 오늘의 도시락은 바로 아래와 같습니다~

이렇게 세통의 도시락을 도시락가방에 순서대로 담고, 옆에 물통을 세워넣으면 아이의 도시락가방이 꽉 찹니다. 

맨 왼쪽에 있는 것은 찐 고구마와 껍질깐 포도.  아이가 자꾸만 포도 껍질을 뱉어내서 포도를 일일이 껍질을 까줘야 합니다.  가운데는 점심.  짜장밥이에요.  돼지고기, 양파, 당근, 호박, 감자를 넣고 만든..  그저께 이 돼지고기 볶음을 기본으로 만들면서 하나는 간장소스, 하나는 이렇게 짜장맛으로 해서 이틀을 우려먹는 엄마의 요령.. ㅋ 그리고 가장 우측에는 오늘 오전 간식으로 먹을 넥타린 (청도복숭아) 과 사과.  어제 아이에게 과일을 적게 싸줬더니 저녁에 집에 와서 과일을 너무 먹는 바람에, 그냥 낮에 많이 먹어라 싶어서 오늘 다시 과일을 많이 싸서 보내줬어요. 

사실 아침마다 뭘 싸줘야 하나 전날 밤이면 너무 고민이 되어서 한주간의 메뉴를 다 짜뒀는데도, 웃기게도 아침이 되면 그 메뉴대로 밥을 준비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내키는대로, 제 손 닿는대로 밥과 간식을 준비하게 되네요.  메뉴는 왜 짠 것인가.. 싶지만, 그래도 메뉴판이라도 보면서 그 안에서 대충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도시락을 싸는 것보다는 덜 힘든 것 같습니다.

아침마다 도시락 싸느라 전쟁 아닌 전쟁통이지만, 아침 등원이라도 틴틴이 시켜주고 있어서 아침이 한결 수월해졌어요.  가기 싫어하며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그 모습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이 가벼운 것 같더라구요.  일하는 엄마의 현실이라는 게 쉽지가 않네요. 

그럼, 저는 다시 일의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은 추석이라 시끌벅적한 모양이던데, 모두들 따뜻한 연휴 보내시기 바래요~ (아, 송편이 정말 먹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