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24개월] 우리 아이의 식을 줄 모르는 굴삭기 사랑

옥포동 몽실언니 2019. 12. 6. 08:28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요즘 저희 집은.. 아주 난장판입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치우기 무섭게 다시 어지럽혀지는 상태라고나 할까요?  아이 있는 집들은 대부분 마찬가지려나요?  저나 남편이나 오랫동안 혼자서만 살아오다가 이렇게 아이로 인해 급격히 변한 환경에서 살아가려니, 정신줄을 잘 잡고 있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요즘은 아이가 Digger라 부르는, 굴삭기와 중장비 사랑에 푹 빠지는 통에 집이 더더욱 난장판이에요.  오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거실에 돌아와보니, 이건 뭐.. 아이가 집 거실을 커다란 공사판으로 만들어뒀습니다.  거실 바닥에 굴삭기만 몇대에, 덤퍼트럭은 몇대인지..  자세히 보면 시멘트 믹서 (한국에서 '레미콘'이라 불리는) 도 있고, 덤퍼트럭 두대, 불도저 한대, 몬스터트럭도 보이네요. 

요즘 아이가 굴삭기 사랑에 푹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 제 친구들이 다음주면 두돌 생일을 맞는 저희 아이에게 중장비 장난감을 선물해주면서 아이는 더더욱 신이 났어요.  팔이 제멋대로 움직이던 고장난 굴삭기 하나로 놀던 애가 이제는 굴삭기 뿐만 아니라 여러 중장비가 여러대로 늘어났기 때문이죠. 

며칠전 캐임브리지에 사는 J으로부터 대형 디거를 선물받고 아주 신이 났어요.  팔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데다가 저 큰 버킷에는 못 담을 게 없을 정도니까요!

그전까지는 동네 지인이 물려준 굴삭기 하나에, 아빠가 사준 굴삭기 하나, 이렇게 딱 두개 뿐이던 아이가 이제는 굴삭기 부자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어쩜 이렇게 기계와 장비에 관심이 많은지, 두달전쯤인가 별 기대없이 찾아갔던 옥스퍼드 버스회사의 버스박물관에서 아이가 아주 좋아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저희 부부가 되려 놀라기도 했지요.  아이가 대형 차량과 기계 장비를 이렇게까지나 좋아할 줄은 몰랐거든요. 

버스박물관에서 직접 운전석에도 앉아보고 신기해하는 잭. 

동네 마트에서 작은 공사 (아스팔트 새로 깔기) 를 하고 있던 날에는 이 공사장 앞에서만 30분을 서서 보더라구요.  특히 아래 사진에서 아저씨가 쓰고 있는 도구, 저 도구를 가드닝에 대한 책에서 그림으로만 보고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처음 본지라 아이가 더욱 푹 빠져서 구경했어요.

몇주전 한국의 키즈카페 같은 영국의 soft play 하는 곳에 가서는 실내 놀이기구는 근처에도 가지 않고 실외에 있던 장난감 벽돌로 벽돌쌓기만 하고 돌아오기도 했지요.  아무래도 아이가 공사장 체질인가봅니다. 이 때는 며칠전 어린이집에서 마치고 나오는 길에 근처 어느 집에서 한 인부가 벽돌을 쌓아올리고 있어서 그 모습을 잠시 서서 구경하고 왔는데, 그 때의 그 모습을 기억하고는 벽돌을 나란히 나란히, 사이사이 빈틈없이 잘 쌓아올리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어요. 

집에서 보는 책이라고는 온통 굴삭기나 트럭에 대한 책입니다.  아래 책들이 저희 아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책들이에요.

몇달만에 찾아간 옥스퍼드 아쉬몰리언 박물관.  박물관에서도 계단 오르내리기만 하다가 아이들을 위한 그림 그리는 공간에서 아빠에게 굴삭기를 그리라고 요구한 잭.

집에서도 아빠의 레고로 굴삭기를 만들어주면 가장 좋아합니다. 

이제는 옷도 굴삭기가 그려진 옷만 기꺼이 입으려 하지, 그렇지 않은 옷을 입히려면 전쟁입니다.

목욕할 때도 장난감 굴삭기와 함께~ 어제는 어제 새로 선물받은 중장비 장난감 세 대를 저 작은 두 손에 다 들고 욕실까지 가더라구요.  평소에는 목욕하자고 사정을 해도 안 하려고 하던 목욕을 요즘은 굴삭기와 함께라면 목욕을 삼십분씩 하기도 한답니다.  놀라운 굴삭기의 힘!!

어린이집에 가서도 굴삭기만 있으면 그렇게 잘 논다고 하네요. ㅋㅋ  아래는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사진이에요.  아이의 놀이 기록이 "굴삭기 책 보다가, 굴삭기 갖고 놀고, 길 가다 소방차를 보고 매우 좋아했다" 이런 식이랍니다. 

저희 아이의 굴삭기 사랑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사진 기록을 보니 이미 두달은 족히 넘은 굴삭기 사랑인데, 이제껏 한 종류의 장난감을 이렇게나 오랫동안 좋아한 게 처음이라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지 저희도 정말 궁금합니다.

아빙던의 굴삭기 콜렉터가 되어 버린 저희 잭, 어른이 되면 굴삭기 운전사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뭐가 되든 건강하고 제 밥 벌이만 잘 하면 되겠죠? ^^ 

다음주면 아이 생일인데, 아직도 선물을 구입하지 못한 게으른 부모인 저희 부부는 아이에게 또 한대의 굴삭기를 사줄지, 다른 선물을 해 줄지 아직 고민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