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어린이집 등원 7개월, 아직도 우는 아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9. 11. 26. 18:44
바로 우리 아이이다.  

주 5일을 매일 간 적은 없지만, 그래도 울지 않고 집을 떠난 날이 지난 7개월간 두세번쯤 되었을까.  아직도 아이가 집을 나설 때면  안 가겠다고 울음을 터뜨리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나와 남편에게서 도망간다. 

9월부터는 차일드마인더 (가정어린이집)로 주 4일을 가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법도 한데, 매일 아침이 전쟁이기는 마찬가지.  그래도 이제는 자주 가서 그런지 자신의 현실, 즉 어찌됐건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날은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울고 불고 하다가도 잘 달래주고 나면 결국 아빠 품에 안겨 차에 타기는 타는데, 아직까지 집을 떠나면서 나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눈 적은 단 한번도 없다.

10월부터는 남편이 아이를 데려다주고 있는데, 항상 아이를 차 문 앞에서 배웅하다가 지난주부터는 현관에서 배웅하기 시작했다.  차 앞에서 배웅할 때나, 현관에서 배웅할 때나 아이는 여전히 내가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할 때 내 눈을 피한다.  남편에게 안겨 내가 서 있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려버리고서.  

오늘은 혹시나 하여 남편에게 반대로 돌아보라고 했다.  그럼 아이의 얼굴이 나와 마주칠테니까.  남편이 몸을 돌리자 아이는 자신의 고개도 다시 휙 돌렸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자신의 마음을 거스르고서 자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야 마는 엄마에게 이렇게라도 벌을 내려야겠다는 것처럼, 절대 나와 눈 한번 맟추지 않고 나를 모른척한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나면 드디어 내 근무시간의 시작인데도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고 힘이 빠진다.

아이는 보통 7시에 일어난다.  약 한달 전부터 다시 시작한 수면교육 덕분에 아이의 취침시간으 이제 9시 전후로 당겨졌다.  그 전에는 10시 반, 11시, 11시 반..  그렇게 늦은 시간에 잠 자던 아이였다.  어떻게든 8시 30분을 전후하여 침실로 데려가서 어떻게든 재웠더니 이제는 9시 전후로 잠이 든다.  그리고 6시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난다.  가끔 열흘에 한번쯤은 7시가 훌쩍 넘어 일어나기도 한다.  대신 밤새 몇번이나 낑낑대거나 우는 소리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마른 기침을 심하게 해서 아이 옆에서 자는 내가 통잠을 자는 일은 불가능하다. 

어쨌든, 그렇게 7시에 일어나면 다같이 거실에서 좀 놀다가 나는 아이와 남편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남편은 아이 아침밥도 먹이고 아이와 함께 논다.  8시 반쯤, 도시락이 다 준비되고 나면 남편은 출근준비를 시작하고 그때부터는 내가 아이와 놀면서 아이 옷도 입히고, 손발도 좀 닦여주며 준비를 시킨다. 

그리고 아이는 보통 9시에 집을 나선다. 

아침부터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를 돌보며 아이와 놀아주느라, 나는 나대로 후다닥 점심을 준비하고 간식을 챙기고, 아이 옷 채비에 어린이집 가기 싫어하는 아이 비위를 맞추고 아이를 달래주고 나면 하루를 시작한지 겨우 2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한나절은 지난 것처럼 지쳐버린다.

언제쯤 아이가 울지 않고 어린이집을 갈 수 있을까… 아이가 방긋방긋 웃으며 집을 나서는 건 기대조차 하지 않고, 부디 울지만 않고 집을 나서주면 마음이 좀 더 가벼울텐데.. 언제나 내 마음을 한껏 짓누르고 집을 나서는 아이.  아이 마음이야 이해는 하지만 그 모습에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다.

내년 1월, 출산 일주일 전부터는 아이를 매일 보내기로 했는데, 차라리 매일 가면 아이가 덜 반항할까.. 실날같은 희망을 가질 때가 있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다지 의미없는 희망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릴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조카들은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학교 가기 싫다고 울었다고 하는 언니의 이야기를 생각해봐도 그렇고, 어느 엄마는 자기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는 일년 내내 아침마다 울었다고 하기도 하니..  지금보다 딱 하루 더 어린이집에 간다고 우리 아이가 갑자기 확 변하리라는 법이 없다.  게다가 그때면 엄마가 집에서 다른 애기를 안고 있으면서 자기만 어린이집에 보낼텐데, 그 상황을 아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잘 논다고 한다.  집에서처럼 한껏 웃으며 자기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하면서 놀지는 못할 것이다.  환경은 제한적이고, 선생님이 자기에게 주는 관심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엄마 아빠가 아닌 타인과 함께 있으니 당연히 자기도 눈치를 보며 적당히 행동을 할 것이다.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도 하지 않고 적절히 자제를 해야 하니, 어린 나이에 그게 뭐가 편하겠는가.  

그래도 이제는 좀 더 편해졌는지, 어제는 음악에 맞춰 아이가 신나게 춤을 췄다고 하기도 하고, 이제는 차일드마인더의 집 거실에서도 우다다닥 뛰기도 하고, 차일드마인더와 장난도 좀 치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과도 좀 더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해서 아이에게 그곳이 집보다 더 낫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엄마도 남에 집보다 우리 집이 편한데, 아이라고 뭐가 다를꼬.

어린이집에서 보내 준 아이 사진.  차일드마인더가 매주 금요일마다 한주간 있었던 사진 서너장을 보내준다. 



어제는 출산 준비를 좀 해보자고 남편 휴가를 내고 아기방을 준비해보자고 남편 휴가를 내고 하루종일 함께 있었다.  아이를 보내고 한 성인과, 그것도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고 나를 가장 많이 배려해주는 성인과 하루종일 함께 있으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어제도 내 눈을 외면하고 집을 나섰지만 옆에서 나를 위로해줄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함께 하루 시간을 보내며 아이 생각도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 아이를 픽업하고, 픽업한 후에도 남편과 함께 아이를 돌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매일 이렇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현대 사회는 대부분의 가족에게 그런 상황을 허락하지 않는다.  먹고 살려면 나든 남편이든 누구라도 나가서 일을 해야 하고, 아침에 가서 저녁에 퇴근하는 수밖에 없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것에라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한달반만 지나면 첫 아이를 지금과 같이 돌보는 와중에 갓난애기까지 돌보아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아이가 오기 전까지.. 오늘은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을까.  오늘은 내 일도 해야 하고, 어제 덜 한 아기 옷 정리도 해야 한다.  그리고 산책도 해야 한다.  요즘 날씨 탓에, 임신 탓에, 빠듯한 일 탓에 집에만 처박혀 있었더니 임신 막달에 때 아닌 변비로 고생 중인터라.. 이제는 변비 때문에라도 산책을 해야 한다.  무!조!건!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할 것! 산책을 하고 나면 아침에 나를 외면하던 아이의 모습도 좀 잊을 수 있겠지?

글을 다 적고 보니, 아이가 보름 후에나 두 돌인데, 그 어린 나이에 집에서 부모와 떨어지기 싫다고 우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야.. 어린이집 가기 싫어하는 너를 어떻게든 보내야 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도 살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구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