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30개월] 배변훈련을 위한 중요한 마음가짐

옥포동 몽실언니 2020. 7. 5. 07:33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희 아이 배변훈련을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작용했던 "배변훈련을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직 현재 진행 중이지만 자평해보자면 배변훈련은 순항 중.  저희 아이는 기특하게도 잘 해내고 있습니다. 

6월 18일에 시작한 배변훈련.  이제 2주 반 정도가 지났는데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 지난 과정이 그저 웃음으로만 가득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첫 3-4일은 하루 두세번, 많아야 네번 정도밖에 소변 가리기를 성공하지 못했고, 대변은 매번 팬티에 싸기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항 중"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첫째로, 배변훈련에 필요한 기간을 "최소 한달"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 아이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이런 변화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인데, 아이가 그 힘든 일을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변훈련은 최소 한달간

주변에서 한 일주일만 아랫도리를 벗겨놓고 생활하면 결국 대소변을 가리게 된다고 말들을 하길래 저는 그 말만 철썩같이 믿고 틴틴의 휴가 일주일이면 배변훈련이 끝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육아의 신"이라 부르는 분께 여쭤보니 그 분께서는 배변훈련은 "최소 한달"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 정도 시간은 걸린다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고.  그리고 나서도 실수하는 일은 생길 거라고. 

막상 배변훈련을 시작하자 배변훈련 시작 전에 그 분의 말씀을 듣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사람 마음이, 배변훈련을 일주일 안에 완성하리라 생각하면 조바심이 나는데, 최소 한달은 걸리는 일이라 생각하니 한달 안에만 잘 되어도 기특한 일이고, 한달 안에 안 되더라도 그럴 수 있는 일이 되더라구요.  부모인 저희가 마음을 더 느긋하게 먹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중요한 말이었습니다. 

아이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나아지고 있다는 점 

두 번째로는 아이가 노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캐임브릿지에 사는 친구 J의 추천으로 구입한 잭의 책이 있는데, 그 책 중 한권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If you keep trying, you will get better."  아이에게 잘 못 하더라도 계속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는 대목이지요.  아이 책을 읽다보면 저희도 배우게 되는 게 있는데, 이런 대목이 바로 그런 대목이에요.  당연하지만 잊고 있던 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계속 노력하면, 잘 하게 될거야!"  

잭은 노력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잘 하게 될 거라 믿고 있어요.  당연히 잘 하게 되겠지요.  대소변은 언젠가 가려도 다 가리게 되는 거니까요. ^^ 그래서 저희는 실수할 때마다 아이에게 말 해줍니다.  노력하고 있으니 잘 하게 될 거라구요. 

힘든 일을 하는 것이고, 누구든 실수할 수 있어

아이가 아무데나 오줌을 싸고 똥을 싸면 부모라고 해도 짜증이 납니다. 아무리 자식이어도 남에 대소변을 맨손으로 받아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도 하지만, 아이가 실수를 하는 게 실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 이유는 매번 실수를 하는 게 아니라 한 두번은 제대로 하다 보니 이 아이가 대소변 가리기를 "할 줄 아는" 아이인데, 일부러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놀다가 쉬를 싸면, 변기에 오줌을 쌀 줄 아는 아이가 놀고 싶어서 일부러 오줌을 아무데나 싼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며칠 전, 아이가 밀가루를 갖고 신나게 놀다가 한번 싸고, 두번 싸고, 세번 싸고. 그리고 얼마 후 또 싸는데.. 인내심이 제법 괜찮은 편인 저도 마음 속에서 뭔가가 훅 하고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가 실수할 때마다 저희는 매번 "실수 할 수 있어.  괜찮아.  잭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잘 하게 될거야.  그 책에서 봤지?  네가 계속 노력하면 잘 하게 될 거라고.  괜찮아." 라고 다독여주는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매번 그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내가 왜 이런 느낌을 가지는 것인지.  아이 오줌 받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든 일인지.  내가 나중에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되어 누군가가.. 만약 틴틴이 내 소변을 받아줘야 할 때 틴틴이 이런 기분으로 내 소변을 받아줄 지, 우리 부모님의 소변을 받아야 할 때 내가 이런 마음으로 받을지..  그렇게 생각하니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왜 나는 아이의 소변 실수에 화가 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가 소변 가리기를 할 줄 알면서 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나의 의심이 깔려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를 잘 관찰해봤어요.  소변 실수를 하면 깔끔쟁이 저희 잭은 자기 발에 소변 묻히기가 싫어 다리를 최대한 벌리거나, 실수하자 마자 젖은 바지와 속옷을 재빨리 자기 혼자 벗어버려요.  뿐만 아니라, 소변 실수를 하고 나면 얼마지나지 않아 이내 또 소변을 누고 싶어하는데, 가만 보니 실수할 때 맘편히 다 싸는 게 아니라 시원하게 다 싸지 않고 소변을 남기더라구요.  그걸 본 저는 아이도 소변 실수하는 게 당황스럽고 마음이 편치 않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잭, 소변 실수하는 거 마음에 안 들어?  싫어?"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응." 이라고 대답을 하더라구요. 

"실수하는 게 싫구나.  누구나 실수는 하는거야.  네가 지금 힘든 일 하는 거야.  포티에 쉬 하고 응가 하는 거, 엄마 아빠는 많이 해봐서 잘 하지만 그거 원래 쉬운 일 아니야.  잭이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까 잘 하게 될거야.  그러니까 실수해도 괜찮아.  누구나 실수 하는 거니까.  알았지?"

라고 하며 아이를 다독여줬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어요.  아이가 변기에 대소변을 보면 그렇게 칭찬을 해주는데, 아이라고 칭찬받고 싶지 실수해도 괜찮다는 위로의 말이 듣고 싶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렇게 접근하기 시작하니 아이가 실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아이가 실수하지 않고 변기에 대소변을 누는 것이 더더욱 기특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대소변가리기에 능숙해지고 있어요. 

저희 아이의 대소변가리기 진행과정은 다음 글에서 적어볼게요. 

아이 배변훈련 주인 부모님들 모두 힘내세요.  결국은 모두들 하게 될 것이니 조바심 갖지 말고 응원하고, 격려하고, 칭찬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