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오늘의 육아일기: 매일 자라는 형아, 노란병아리 동생

옥포동 몽실언니 2020. 9. 14. 10:15
오늘은 첫째 33개월 4일, 둘째 7개월 29일 되는 날이다. 

동생의 하루 

오전에 날이 제법 쌀쌀해서 둘째 뚱이에게 작은언니가 겨울에 사다줬던 뚱이 노란 내복을 입혔다. 

역시 어린 아이들은 밝은 색 옷을 입히는 게 이쁜 것 같다. 노란 샛병아리가 따로 없다. 


그런데 우리 이 7개월 29일 된 병아리는 도대체 머리카락이 언제 자라려는지.

최근 잔디 올라오듯 머리카락이 쑤욱 자라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개월 수에 비해 참 머리카락이 짧다.  

어느새 혼자서 한 손만 잡고도 잘 서고, 어제는 1-2초 가량 두 손 모두 놓은 채 서기까지 했는데, 

머리카락은 아직도 신생아 수준이다.

이런 언발란스함이 이 아이의 매력이다. 

잭은 어린 시절 거실에 있던 큰 소파를 잡고 서서 왔다 갔다 많이 했는데, 조금이라도 거실 공간을 더 마련하겠다고 그 소파를 처분했더니 뚱이는 책장과 사이드 테이블을 주로 잡고 선다. 특히,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지 말라고 붙여둔 코너 프로텍터를 그렇게 물어뜯으려 한다.


형아의 하루

잭은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높은 미끄럼틀에 자기 혼자 올라갔다. 

오전에 애들은 틴틴에게 맡기고 나는 일을 하다가, 뚱이가 낮잠에 들자 틴틴 좀 쉬라고 잭을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잭이 공원으로 가고 싶다고 공원까지 왔는데, 놀이터도 가고 싶다 하여 공원 안에 있는 놀이터까지 왔다. 

날씨가 좋았던 탓인지, 덕분인지, 놀이터는 인산인해. ㅠ 마스크를 쓴 사람은 아이 딱 한명 뿐. 

오랫만에 나온 놀이터에 잭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발했다. 

아이와 함께 다닌 놀이터라고는 늘 이 곳인지라 나는 이 곳이 어느새 지겨운데, 아이는 그렇지 않은가 보구나 생각하며 아이 얼굴을 힐끗 봤다. 

아무 것도 하는 것도 없는데도 주변에 뛰어 노는 아이들이 있는 것만으로, 그들과 섞여 있는 느낌만으로도 신이 난 모양이었다. 

놀이터에 오면 늘 신나하면서도 내 손을 꼭 잡고 놓을 줄 몰랐던 아이였는데.  주변에 호기심은 많지만 겁도 많아서 긴장하곤 하던 아이였는데. 

그 아이 얼굴에 웃음이 만발한 것을 보니 놀이터는 그대로인데 아이가 계속 자람에 따라 그 놀이터가 아이에게는 항상 같은 그 놀이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는 계속해서 이 공간이 새로운 공간이구나. 공간을 보는 아이 눈도 자라고, 공간을 채우고 있는 다른 아이들도 늘 바뀌고. 
 
코로나가 터진 이후 올해 우리가 놀이터를 이용한 것은 오늘로 딱 세번째. 

잭은 탈 것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지라 우린 이리 저리 사람을 피해다니며 놀이터 내 언덕만 오르락 내리락 하였는데, 잭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높은 미끄럼틀을 타겠다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흐음..  예전에 잭이 올라가고 싶다 해서 아이와 함께 올라갔다가 무서워 죽는 줄 알았는데, 저길 자기 혼자 올라가겠다고..?

걱정 반, 놀라움 반, 미끄럼 옆에서 아이를 응원해주며 기다리는데,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그제서야 무서웠는지 다시 내려오겠다고 했다.

저 미끄럼은 높이가 족히 3미터는 되는데, 두 살 갓 넘은 아이들 중에서도 겁 없이 잘 타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우리 잭에게는 아직 무리다.  사실 나도 무섭기 때문에 잭이 저기까지 올라간 것만으로도 대단하게 여겨졌다.

아이가 용기 낸 것을 칭찬해주고 또 칭찬해줬다. 아이의 무용담을 집에 와서 틴틴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사진도 보여줬다.

자기 전에도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너 오늘 진짜 대단했다고.  그리고 위에 올라가니 느낌이 어땠냐고 물어봤다. 

무서웠어.

무서웠구나. 그런데도 용기내서 거기까지 올라가고. 정말 대단하다고 또 칭찬해줬다. 그리고, 계속 물어봤다. 무서운 느낌 말고는 또 다른 느낌은 없었냐고.

떨어질 것 같았어. 높이(있다가) 떨어질 것 같았어! 으흐흐!

아이가 말이 트였는데, 그냥 말만 트인 게 아니라 이젠 왠만한 것은 다 표현하는 정도로 말이 트였다. 놀라운 언어발달. 그리고, 아이가 자기 느낌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우리 잭 정말 많이 컸구나 싶어 대견했다. 

미끄럼에서 내려온 우리는 손세정제로 손을 깨끗이 닦고, 공원 안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잡고 앉아 집에서 급히 싸서 나온 주먹밥을 먹었다. 

오랫만에 엄마와의 둘만의 시간에 아이가 신이 난 건지, 오랫만에 놀이터 나들이에 신이 난 건지, 아이가 즐거워 보이고, 아이의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아이에게 허락을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는 나를 쏙 빼닮은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눈 아래 바보보조개가 쏙 들어가는 바보웃음을. 

우리 이쁜이. 사랑한다.

형아때매, 또 엄마 일때매, 깍두기처럼 알아서 꿋꿋이 잘 커주고 있는 우리 둘째 뚱이도. 정말 사랑한다. 

고맙다, 우리 아가들. 고마워요, 틴틴. 

엄마 아버지 감사합니다. 어머님, 아버님도 감사합니다! 

(갑자기 감사의 시간! ㅋ).

언니들도 고맙고, 동생도 고맙고, 형부들도 고맙고, 리나도 고맙고, 형님, 아주버님도 감사하고, 시누도 고맙고,

우리 조카들도 고맙고, 타지에서 동생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을 재홍이와 왓슨도 고맙고..
친구들도 고맙고..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제 블로그에 와 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