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34개월] 언어가 발달하자 자기 표현이 정확해졌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0. 10. 28. 08:40
아이의 말이 부쩍 늘면서 말로써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놀라게 하고, 웃게 하고, 말문이 막히게 할 때가 생겨나고 있다. 

저녁에 자자고 조명을 낮추거나 불을 끄려 하면,
“깜깜한 건 무서워.”
“깜깜하니까 무서워.”
하며 불을 끄는 게 싫다고 한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물건 던지기, 다른 사람 아프게 하기, 음식으로 장난치기) 을 해서 아이를 혼내려고 하면 그 즉시,
“배 아파. 배 아파.”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꾀병을 부리는 거다.  그래도 우리가 반응하지 않으면, 
“배 고파. 배 고파.”
아이가 못된 행동을 할 때는 대부분 졸리거나 배고플 때인 경우가 많았다 보니,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우리 부부가 자주 “얘가 배가 고파서 그래.  얼른 밥 먹이자.”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의 말을 듣고서 이런 꾀병을 부리는 것 같다.  배가 아파서 그랬다, 배가 고파서 그랬다고 하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하고. 

“예뻐? 귀여워?”
자기가 만든 어떤 물건이나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저렇게 먼저 물을 때가 있다. 

“엄마, 저거 얘기.”
뭐든 궁금한 게 보일 때마다, “엄마, 저거 얘기” 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에게는 “엄마, 저거 뭐야?”라는 말이 “엄마, 저거 얘기.” 인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덜 피곤할 때는 그냥 얘기해주는데, 피곤할 때 저 말을 들으면 나도 짜증이 난다.  마치 명령하는 것 같이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그게 뭔지 바로 이야기를 해 주지만, 저 명령조의 말이 듣기 거슬릴 때는 “부탁할 때는 얘기 해 주세요, 라고 해야 이야기 해 주지.  그냥 얘기, 얘기 그러면 얘기 안 해줘요.”라는 대답을 먼저 한다. 

아이가 물은 것이 차 타고 가던 중 창밖으로 지나치면서 보인 것일 때면 “엄마, 저거 얘기”라고 물은 후에 항상 이어지는 말이 있다.
“엄마, 봤어?”
운전하느라 잘 못 본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본 척 한다.  안 봤어도 본 척. 
“응, 엄마도 봤어.  잭도 봤어?"
그러면 신이 나서,
“응, 봤어.”
라고 대답하는 아이.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가면 아이에게, 
“잭, 저기 비행기 간다!  비행기 가는 거 봤어?”
라고 내가 묻곤 했더니, 나의 그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듯.  특히 차로 다닐 때 창 밖으로 보여서 잠시 보이고 스쳐지나가버리는 것들에만 유독 “엄마, 봤어?”라고 묻는 것으로 봐서는 딱 그런 맥락에서만 나에게 되묻는 듯하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서 동생을 본 잭.  둥이가 잠옷 위에 수면조끼까지 입고 있는 것을 보고는,
“뚱이 저거 입고 있으니까 귀엽네~”
라고 말해서 웃음이 지어졌다.

그저께 오후 설사를 세 번이나 하고 (전날 저녁에 냉동만두를 넣고 떡만두국을 끓여먹었는데, 만두에 들어있는 어떤 첨가물들 때문인지 설사를 한 것 같다.  만두 먹고 나면 항상 설사하는 잭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대변이 안 나오고 오늘 저녁 겨우 대변을 본 잭.  단단하고 짧은 똥이 나왔길래, 그걸 치우려고 아이 대변통을 들어올리며,
“우리 잭, 달팽이 집에서 껍질 벗어놓고 나온 달팽이 (슬러그) 같은 똥을 눴네~”했더니, 
“예뻐?”
하고 묻는다. 
“푸핫.  응, 예뻐~ 이쁘게 잘 쌌어~.”
아이 배변훈련을 하면서 항상 똥 이쁘게 잘 쌌다고 칭찬해줬더니, 이젠 자기가 먼저 자기 똥 예쁘냐고 묻기까지 하는 것이다.

식사 도중에 자꾸만 식사 자리를 떠서,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면 밥 다 먹었다고 생각하고 치운다고 했더니 아이가 식사 도중 자리 뜨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오늘은 오후에 간식을 먹다가 또 자리를 뜨길래, 
“잭, 그럼 이거 잭이 다 먹은 거니까 엄마가 치울게~”
라고 말했더니 다시 냉큼 달려와 앉으며,
“간식은 다 안 먹어도 괜찮으니까 남겨도 돼.” 
한다. 아이에게 밥은 꼭 다 먹어야만 간식을 먹을 수 있지만, 간식은 꼭 다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그걸 제 입으로 저렇게 말하는 것이다. 

"뭐뭐 한지 한~참 됐다"는 말을 또 했는데, 뭘로 그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ㅜ

요즘 아이가 시간을 언급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간식을 달라고 해서 밥을 다 먹어야만 먹을 수 있는 거라고, “잭 밥 먹었어?”라고 물었더니 먹었다고 한다. 아이가 밥을 안 먹었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먹었다고 대답하길래, “언제 먹었어?”라고 물었더니,
“여섯시 반에 먹었어.”
라고 하는 것.
틴틴에게 다시 물었다. 
“잭 밥 먹었어?”
“아니, 안 먹었어.”
아이의 거짓말이 곧바로 들통났다. 

오늘 오후, 뚱이가 똥을 싸서 엉덩이를 씻기느라 욕조에서 아이를 세워놓고 씻기다가 엉겁결에 다 같이 목욕을 하고 나왔다.  혹시라도 뚱이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 어쩌나 싶어 계단 입구를 막고 앉아있던 나.  잭이 계단으로 내려가려 하길래, 계단은 돈 내야만 내려갈 수 있다고 통행료를 요구한 나. 
“돈 내야만 내려갈 수 있어요. 잭 돈 있어요?”
“돈 있어요.”
라는 잭. 
“어디 있어요?”
“여기 있어요.” 
하고 내 손바닥에 돈을 내는 시늉을 한다. 
“이거 얼마예요?”
라고 물었더니,
“육십파운드”
라고 대답해서 깜짝 놀랐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아이가 시간 말하는 법도 알고, 돈 말하는 법도 알고 있었구나. 
"엄청 많이 줬네~ 엄마 돈 많이 줘서 고마워요!"
하고 대답해줬다.

모르는 사이에 쑥쑥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  아이가 말이 되기 시작하니, 아이가 더 잘 보인다.  
어설픈 부모 아래에서도 잘 자라 주고 있어서 언제나 감사. 
고마워, 잭. 

엄마 이제 그만하고 네 옆에 자러 갈게.

오늘도 잘 자자.  잘 부탁해! 

그리고 우리 9개월 뚱이.  네 이야기도 쓰고 싶은데 형아 얘기 먼저 쓰고 나면 너무 졸려서 네 얘기는 하지도 못 하는구나.  미안해.  

오늘 티비 켜면 안 된다고 하자마자 네가 리모컨 던진 거, 엄마 아빠를 모두 놀래키는 행동이었어.  다 알아듣고 있고, 마음에 안 든다고 던지는 행동을 벌써부터 시작하다니.  졸릴 때마다 엄마 아빠 다리에 와서 뒤로 벌러덩 누우며 기대는 거 너무 귀여워.  오늘도 목욕하며 울지도 않고 잘 한 것 많이 기특하고, 대충 해 주는 이유식인데도 늘 잘 먹어줘서 고마워.  깨지 않고 푹 자주는 건 정말 많이 고맙고.  내일도 형아랑 즐거운 하루 보내자!  잘 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