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9개월] 형아바라기 동생의 숙명

옥포동 몽실언니 2020. 10. 29. 06:48
오랫만에 적어보는 우리 둘째 뚱이 이야기. 

뚱이는 형아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뚱이가 잭을 쳐다보기만 해도 잭 듣기 좋으라고 뚱이가 잭을 좋아한다고 입 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렇게 하면 잭이 뚱이에 대한 시기심과 적대감을 좀 낮추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실제로 뚱이가 잭을 많이 좋아한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혼자만 있을 때는 틴틴이나 내 다리만 붙잡고 늘어지는 아이가, 잭이 나타나면 이내 우리에게서 떨어져 잭 근처만 맴돈다.  

그렇게 맴돌면서 잭의 놀이를 방해하기도 하고 (레고로 뭔가를 만들면 모두 부숴버린다든지), 잭의 놀잇감을 빼앗아버리기도 하고 (드럼 장난감을 샀는데, 드럼을 치는 스틱을 잭에게서 뺏어버리는 능력을 지녔다), 잭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한다 (둘이 한 장난감에 달려들다가 뚱이가 잭의 머리카락을 양손에 꽉 잡아당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잭이 울지 않고 뚱이 스스로 손에 힘을 빼도록 가만히 2-3초간을 버텼다). 

어찌보면 잭이 참으로 마음 넓은 형아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뚱이가 혼자 잘 놀고 있는데 잭이 갑자기 아이 위로 덮쳐 아이를 짓눌러버릴 때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고 (바로 이것이 내가 아이들로부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이다), 아이가 잘 갖고 놀고 있는 장난감을 이유없이 확 뺏어버릴 때도 많고, 피곤하고 졸릴 때 엄마 아빠에게 떼를 쓸 수는 없으니 괜히 뚱이를 향해 발길질을 하다가 우리에게 혼날 때도 많다. 

그렇게 자기를 힘들게 하는데도 뚱이는 형아가 늘 재미있다.  가끔은 잭이 자기 위에 올라타서 괴롭히는데도 뭐가 좋은지 히죽거리며 웃고 (그러면 잭도 좋아한다), 어디가 간지러운지 깔깔 거리고 웃을 때도 있다.  형아가 거실에서 다른 공간으로 사라지면 그게 부엌이든, 현관이든, 계단이든, 화장실이든, 곧바로 몸을 틀어 형아가 간 방향으로 빠르게 기어간다.  이제는 계단도 혼자 오를 줄 알게 되어서 스스럼없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더더욱 감시의 눈초리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뚱이가 벌써 체중이 11-12킬로 사이로, 17킬로인 잭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즉, 잭이 동생 뚱이를 그렇게까지 자기 마음대로 마구 주무를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아귀힘은 잭보다 뚱이가 더 센 것 같기도 해서 가끔 뚱이가 잭의 장난감을 뺏어가면 잭이 그걸 자기 힘으로 되찾으려 애쓰다가 결국은 실패하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학습의 동물!  형이 어떤 자세로 자기에게 달려들 때는 무조건 자기를 덮쳐 누를 거라는 것을 이미 파악했는지, 잭이 달려들면 잭이 누르기 전에 자기가 먼저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잭이 자기를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해 버린다.  그럼 잭은 바닥에 눌러붙은 듯이 붙어있는 뚱이를 들어올려보려고 애 쓰지만 11킬로가 넘는 체중의 아이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데, 아무리 두 살 많은 형아여도 아직 잭도 어린 아이인지라 그런 상태의 뚱이를 들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뚱이는 나름의 방식대로 형아의 공격에 스스로의 대처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형아바라기 뚱이.  형아가 재밌는 아이.  형아의 사랑과 괴롭힘을 동시에 받는 아이.  그래도 형아가 좋은 아이.  잭에게 뚱이가 있어서, 뚱이에게 잭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사랑스런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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