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 주말 일상] 아이와 함께 찾은 동네 농장

옥포동 몽실언니 2020. 10. 30. 07:49
지난 토요일.  남편이 둘째 뚱이 오전 낮잠을 재우러 들어간 사이, 심심해서 지겨워하는 큰 아이는 나에게 “밖에 나가자”고 했다.  요즘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언제나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큰 아이.  둘째 뚱이도 밖에 나가는 걸 너무 좋아해서 10월 한달은 거의 매일 밖으로 나가다시피 한 우리들이다. 

아이가 나가자고 하는데 밖을 보니 벌써 부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아이는 비옷 입기도 싫어하고 모자를 쓰기는 더더욱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비 오는 날 아이가 밖으로 나가자고 하면 참으로 곤란해진다.  코로나로 인해 요즘은 일반적인 감기 증상만 있어도 밖에 나가기가 불편해지다 보니 혹시라도 아이가 비를 맞고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비오는 날의 외출이 더욱 조심스럽다. 

걸어서 나가자는 아이를 겨우 어루고 달래서 일단 비가 오니 아빙던 시내까지만이라도 차로 가자고 아이를 달래 차에 태웠다.  차에 올라타니 아이는 마음을 바뀌었다.  고속도로로 나가자고 한다.  도로 위를 고속으로 쌩쌩 달리며 도로에 달리는 다른 승용차들, 화물 운송차들, 가끔은 자동차를 운반하는 대형차량까지, 다양한 차들이 달리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잭.  그런데 고속도로 운전을 겁내는 엄마.  

이를 어쩌나, 고속도로로 나가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던 사이 아이는 요즘 아이의 최애곡, Journey의 Don’t stop believing을 틀어달라고 요청했고, 곡을 찾기 위해 차를 잠시 멈춰야 했던 나는 아빙던 외곽도로를 달리다가 다시 시내쪽 도로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김에 방향을 바꿔 아이와 아빙던 외곽에 있는 Millets Farm 을 가기로 했다. 

Millets Farm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방문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우리 가족도 주말에 제법 자주 가던 곳이었다.  농장 안에 한국식 키즈카페와 같은 소프트 플레이 공간도 있고, 야외에는 무료로 볼 수 있는 농장 동물들도 있고, 실내에는 식당도 있고, 농장 샵고 있고, 가든에 필요한 여러 물품들을 파는 가든 센터도 있다.  야외 공간에는 작지만 놀이터도 있고, 돈을 내고 탈 수 있는 트람폴린과 회전목마도 있다.  돈을 내면 올빼미와 부엉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완화된 이후 밀렛츠 농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한번도 가 본적 없었던 우리 가족.  몇 번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가 본 적이 있어서 외곽길을 운전하기에 아직 조금 긴장이 되기는 하지만 못 갈 길은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과감하게 계획에도 없이 그곳으로 출발했다. 

아이는 오랫만에 새로운 곳을 찾아 아주 즐거워했다.  몇번이나 봤던 회전목마인데도 볼 때마다 새로운지 회전목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래, 이 아이에게는 같은 회전목마가 너무나 새로울 것이다.  볼 때마다 아이는 쑥쑥 자라 있고, 아이의 인지와 감각은 이전과 너무나 다른 상태로 성장해 있으니.  지금 눈 앞에서 보는 그 회전목마는 이전에 보았던 그 회전목마와는 완전히 다른 것일 터.  기구가 돌아가는 것이 더 잘 보일 것이고, 기구에 앉아있는 아이들도 달리 보일 것이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 역동 뒤에 있는 원리가 더 궁금할 것이고, 돈을 받는 아저씨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렇게 회전목마를 한참동안 바라보며 집에서 간식으로 싸 온 바나나를 하나 먹고, 그 뒤로 뻗어있는 산책로를 따라서 있는 동물 우리 속 동물들을 구경했다.  염소가 다가오자 염소와 눈을 마주치고 즐거워했고, 당나귀가 아이를 따라 걸어가자 당나귀 곁을 함께 걸으며 몹시도 즐거워했다.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참 무거웠다.  이리도 즐거워할 아이.  다양한 활동과 여러 자극에 목말랐던 아이.  이 아이가 락다운으로 집에만 머물고, 동네에서 놀이터만 매일 오갔으니.  그나마 우리 동네 놀이터는 넓은 공원 안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회전목마는 무서워서 절대 타지 않겠다는 아이.  그런데 왠일인지 트람폴린을 타보겠다고 했다.  동네에서 지나다니며 동네 gym에서 아이들이 트람폴린을 타는 것을 늘 목이 빠져라 구경하던 아이.  옆집의 두 여자아이들이 락다운 기간 중에 매일같이 가든에 있는 트람폴린을 타며 노는 것을 재미있게 구경하던 아이.  그렇게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 타는 것을 구경해서 그런지, 혹은 최근 자신의 신체능력이 부쩍 향상된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인지 트람폴린은 혼자서 타겠다고 선뜻 나서는 바람에 내 귀를 의심했다.

“정말로 혼자 탈 수 있겠어?  엄마는 밖에 서 있어야 하는데?”
“응.  있겠어.”

아이의 야무진 대답.  두 번이나 물었는데 두 번이나 같은 대답. 

트람폴린 앞에 가니 1.50 파운드에 4분이다.  2000원에 4분.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아이 신발을 벗겨주는데, 결국 혼자 들어가기는 무섭단다.  돈을 내고, 그 앞에 비치된 손세정제를 쓴 후 아이 입장.  아이가 내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을 본 청년 (트람폴린에서 돈을 받는 청년)은 나도 신발을 벗으면 같이 들어가서 서 있어도 된단다.  그래서 나도 계획에 없이 신발을 벗고 아이 옆에 서서 어정쩡한 자세로 아이 손을 잡아주며 아이가 폴짝 폴짝 뛰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허락된 시간은 4분이지만, 아이는 1분은 채웠으려나.  몇번 뛰며 재미있어 하더니 이내 내려가겠다고 했다.  돈은 좀 아깝지만, 그래도 시도한 게 어딘가 싶어 기특했다.  

우리 아이가 이곳에서 한 것이라고는 동물구경, 트람폴린 타기, 그리고 등받이 넚는 높은 의자에 혼자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기. 

이처럼 야외에 나가면 대부분 우리 아이가 하고자 하는 활동들은 다른 사람들이 별로 하지 않는 것들이라서 자연스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편이다.  그래서 야외에서도 사람이 너무 많다 싶을 때는 나만 마스크를 쓰고 아이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이 너무 많을 때는 아이에게도 마스크를 권하고, 아이도 기꺼이 착용하는 편이다. 

이날은 예정에 없이 급하게 나오느라 집에서 준비한 간식이라고는 바나나와 쥬스 뿐이었다.  바나나는 이미 먹었으니 아이에게 쥬스를 마시겠냐고 했더니 아이가 차에서 마시겠다고 한다.  피곤했던 모양이다.  자기가 먼저 차에서 앉아서 쥬스를 마시겠다고 하다니.  별 일이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 들러 버거와 아이스크림을 사서.  아이는 이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맥플러리 아이스크림을 먹고 “햐안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에 푹 빠졌다.  

“하얀 아이스크림 더 주세요.”

한통 사서 틴틴, 나, 잭, 셋이 나눠 먹었으니 성에 찼을리가 없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그 한통을 혼자 다 먹어도 아쉬울 나이건만, 아이가 먹겠다고 덤빌 생각에 내 것을 잭 너와 틴틴에게 양보한 것을.  아이스크림이 더 없다는 것에 아쉬워했다.  

오랫만에 새로운 곳에 가서 실컷 달리고, 동물들도 보고, 회전목마도 구경하고, 트람폴린도 탔는데, 집에 와서는 “하얀 아이스크림”까지 먹어 더더욱 신이 났던 아이.  이 날 아이가 가장 많이 썼던 단어, 계속해서 활용하려고 애 쓴 단어는 “한참”이었다.

“하아아안~참만에 밀렛츠 팜 가니까 재미있었어!”

이 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한참만에 밀렛츠 팜을 가서 그렇게 좋았다니.  다음에는 엄마랑 아빠랑 선재까지 다 같이 가자고 약속했다.  

그 와중에 그 많은 인파 중 마스크 쓴 사람이 많이 없어서 당황.  그래도 아빙던 시내보다는 더 많이 쓴 것 같아서 그나마 안도.  곳곳에 손세정제가 비치되어 있어서 그것도 그나마 다행.

코로나 상황 속에서 아이와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다시한번 고민하게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