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한국 정착기 2020.11-2021.02

[한국정착기] 한국에 가서 아이가 놀란 것

옥포동 몽실언니 2021. 4. 22. 18:54

큰 도로

영국 소도시에 왠만한 도로는 모두 편도 1차로로 이루어진 곳에 살던 저희 잭은 한국에 도착하여 인천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던 중 넓은 도로를 보고는 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여기 고속도로야?"

저희 아이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을 좋아해요.  다양한 종류의 차들을 구경할 수 있고, 탁 트인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것이 좋은 가보더라구요.  고속도로는 좋아하지만 차 안에서 30-40분 이상은 견디기 힘들어하는 탓에 저희는 아이를 데리고 멀리 여행가 본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랬던 저희에게 지난 겨울의 한국행은 굉장한 여행이었지요.  장시간 비행도 비행이지만, 공항에 내려서도 몇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던 할머니댁까지 가야했기 때문입니다. 

"엄마, 여기 고속도로 같은데?"

아이는 그 넓은 도로가, 이렇게 많은 차들이 달리는 도로가 고속도로가 아니라는 엄마의 말이 믿기 힘든 모양이었습니다. 

아파트

그 많은 차량의 불빛에 놀라워하며 아이가 다음으로 물어본 것은.. 바로 아파트.

"엄마, 저거 뭐야?"

층층이 불이 켜져 있는 커다란 아파트를 보고 놀란 아이. 

"응, 저건 아파트야."

"아파트 뭐야?"

한국에 가던 당시, 만 3세가 조금 덜 된 저희 아이는 뭐든 "뭐야?"하고 물어대던 아이였습니다.  약 5개월이 지난 현재는 뭐든 "왜?"라고 묻는 아이로 변해있지요. 

그렇게 신기해하며 바라보던 '아파트'에서 2주간 격리생활을 하며 아이는 참으로 힘들어했습니다.  

"밖에 나가고 싶어. 베란다 말고 진짜 밖에. 밖에 나가면 안 돼?"

저희 아이가 2주간 가장 많이 한 말이 바로 저 말입니다. 

집 앞 편의점

슈퍼라고는 걸어서는 10분 이상, 차를 타고서도 최소 5분, 멀면 10분 이상은 가야 동네 마트가 있는데, 아파트에서 내려와서 조금만 걸어가면 편의점이 있다는 것에 아이는 아주 즐거워했습니다. 

저희가 머물던 부모님댁 앞에는 CU라는 편의점이 있었는데, 맨날 씨유, 씨유하고 그 편의점을 가더니 영국에 와서 "ACTIVIA" 라는 브랜드의 요거트를 먹던 아이가 갑자기 "엄마, 이거 씨유야?" 하고 묻더군요. ACTICIA에 "C"가 CU의 C와 똑같이 생겨서 그걸 알아봤나봐요.  자기가 가장 좋아하던 편의점 이름이 나와서 반가워하던 아이. 편의점인데도 돈을 깎아주기도 하고, 과자를 하나 더 주기도 했던 인심 좋은 주인아저씨가 생각났습니다.  영국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일.  저도 집앞 씨유는 꽤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