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한국 정착기 2020.11-2021.02

[한국일기] 책상 구입을 둘러싼 아버지와의 갈등

옥포동 몽실언니 2020. 11. 26. 11:19
내년에 남편이 우리 부모님댁으로 오게 되면 남편과 내가 함께 작업실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현재 작업실에 책상 하나가 더 필요하다.  아버지께서는 짐이 늘어난다고 지금 상태에 가구를 더 사는 것은 절대 반대하시는 입장이시다.  그러나 남편과 내가 약 두달 반의 시간을 함께 작업해야 하는데, 책상 하나를 함께 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쓰는 아버지의 책상은 1600*80 으로 상당히 큰 책상인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든 이 책상을 함께 쓰려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상의 구조 상 책상을 받치고 있는 다리가 책상의 바깥쪽이 아닌 책상 3분의 1지점에 두 개의 받침이 놓여져있기 때문에 책상 가운데에 한 사람의 다리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의 책상이다.  구조적으로 1인용 책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책상을 벽에서 떼어내어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책상을 이용하라고 하시는데, 우리 둘 모두 각자의 모니터 하나, 키보드 하나, 랩탑 하나에 각종 자료물까지 책상에 올려놓고 써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을 두개씩 이 책상에 올려두고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거실에 있는 식탁은 책상보다 더 크니까 식탁을 작업실로 옮겨서 그 식탁을 둘이서 쓰라고 하신다.  그럼 밥은 어디서 먹을거냐고 하니, 책상을 거실로 꺼내서 그 책상에서 다 같이 밥을 먹자고 하신다.  아니 아버지, 이건 말입니까 방구입니까. ㅠㅠ 그게 말이 되냐고 말씀을 드리니, 그럼 거실에 있는 소파 테이블이 널찍하고 좋으니, 저 테이블에 책상과 같은 발을 연결해줄테니 그것을 책상 대용으로 쓰라고 하신다.  아아아아아아아…. ㅠㅠ 정말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어린 애가 둘이나 있는 상황에서 그 일들을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하시냐고.  책상 하나 몇만원 하지도 않는데, 하나 사서 쓰면 다 해결될 일을 왜 자꾸 그러시냐고.  책상 하나 사서 우리가 잘 쓰고, 우리가 알아서 처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그 일은 더 이상 논하지 않고 있다.  

책상 하나를 더 들여놓을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단지 짐이 늘어나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반대하시는 것은 나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편이 오면 책상을 살 것이다.  짐이 늘어서 싫다고 하신다면 그 책상은 우리가 떠날 때 중고로 팔든지, 찜 쪄먹든지 하면 된다. 내 눈에는 배란다에 우리 책상보다 더 불필요해보이는 짐이 한가득인 것 같은데, 딸과 사위의 생업을 위한 책상 마련에 반대하시는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부모님댁밖에 머물 곳이 없으니 부모님과, 아니 정확히는 아버지와 적당히 타협을 하는 수밖에.  

내가 타협가능한 최대한의 선은 책상을 사되, 남편이 온 후에 구입하는 것이다. 결국은 내 뜻대로 책상을 하나 더 들이는 것이므로 그게 타협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당장 제대로 된 세팅을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남편이 오도록 기다리는 것이므로 내 입장에서는 “타협”이 성립한다.  지금은 책상구입을 결사반대하시는 아버지이지만, 막상 남편이 오면 아버지께서 책상 구입을 지금처럼 반대하시지는 못할 것이다.  직업이 있는 사람이고, 제대로 일을 해야 하는데, 그를 위한 적당한 작업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나이가 마흔이나 되어도 아버지와 이런 일로 갈등을 겪다니.  내 의견을 존중해주지 않는 아버지의 상황에 속이 상한다.  결국 남편이 와야, 즉 직계 가족이 아닌 타인이 개입해야만 해결되는 상황이라는 것도 참 속상하다.  딸이 원하는 것, 딸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한번 해 주실 수는 없나.  뭐 그리 거창한 일을 벌이겠다는 것도 아닌데,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하시는 것일까.  왜 아버지와 나의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와 열정을 이런 일에 써야 하는가.  그것은 아마 아버지께는 이것이 그거 그런 일이 아니기 때문인가?  이것도 세대차이인가?  어떤 환경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의 “의지”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 세대의 관점에서 나는 세상물정 모르고 물자를 낭비하는 철부지인 것일까. 

한국에 온지 3주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책상을 제대로 활용해보는 오늘, 이 책상 하나를 남편과 공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러므로 나는 남편이 오고 나면 책상을 하나 더 장만하여 제대로 된 작업환경을 꾸미겠다는 나의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  나는 제대로 된 작업환경에서야 온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예민한 성격의 보유자이다 보니 책상 하나에도 이렇게 신경이 쓰인다.  내 인생이지만, 참으로 피곤한 인생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책상은 깊이가 80cm인 책상으로 현재 영국 집에서 틴틴이 사용 중인 책상과 같은 사이즈면 된다.  120cm * 80cm 책상이면 충분.  아래와 같은 책상이면 되는데, 이 책상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 16만원이나 하다니!  같은 사이즈의 책상으로 좀 더 저렴이 버전을 찾아서 구입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