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한국 정착기 2020.11-2021.02

[한국일기] 2년 만의 한국 방문

옥포동 몽실언니 2020. 11. 26. 10:31
약 2년만에 한국에 왔다.  원래 빠르면 여름쯤, 늦으면 올 겨울 한국을 한번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버렸다.  그 바람에 모든 상황이 좀 안정되면 한국을 가기로 하고 한국에 대한 마음은 비운 상태였다.  그러다 이런 저런 상황으로 한국을 서둘러 가기로 결정하면서 11월 중순으로 비행기 표를 예약해뒀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잉글랜드 지역의 락다운 (봉쇄령) 발표.  해외여행이 금지된다는 소식에, 봉쇄령이 실시되기 바로 전날 떠나는 비행기로 변경하여 급하게 짐을 싸서 한국으로 왔다.  락다운 발표가 10월 31일 토요일 오후였고, 아이들을 재우며 잠들었던 나는 11월 1일 새벽에야 해외여행 금지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날 바로 대한항공으로 전화를 걸어 비행 일정을 변경하여 그 주 수요일에 떠나는 비행기를 탄 것이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길에는 이 시간만 잘 버티면 걱정없다는 마음으로 버티며 왔는데, 막상 왔더니 시차적응과 격리생활이 복병이었다.  격리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시차적응은 예상보다 더 더뎠다.  격리하는 2주 내내 아침이면 잠들고 한밤이면 밤도깨비처럼 일어나서 노는 생활이 이어졌다.  매일 하루 2-3시간씩 밖을 돌아다니던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카펫바닥이 아니다 보니 바닥에서 잘 미끄러질 뿐만 아니라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온 집안은 울음바다.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창문을 열면 맑은 공기는 고사하고 매케한 도시의 냄새에 목이 따가운 것 같은 것은 기분탓이었을까. 

엄마는 우리로 인한 생활의 제약으로 힘들어 하셨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생활에 즐거워하셨지만, 혹시라도 동네에서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볼까 싶어 집안에 있으면서도 눈치를 보시는 듯한 모습.  집에만 계시다보니 엄마도 힘들고, 나는 나대로 힘들어서 엄마랑 격한 말싸움도 두번이나 했다.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 한번 낸 적 없던 내가 한국에 와서 되려 큰 소리를 내고 울음을 터뜨리다니.  기가 막히게도 그런 일들이 있고 난 며칠 후 나는 생리를 시작했다.  나의 생리전증후군으로 인해 예민해진 몸과 마음이 엄마의 투정을 받아주지 못하고 그 때마다 나도 발끈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격리가 해제되던 날. 전날부터 얼마나 설레이던지.  11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벌써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12시가 되자 마자 주민센터 방문을 위해 모두 나섰다.  그 좋던 날씨가 격리해제되는 그 날 마침 비가 오는 게 뭐람.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격리 해제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와 함께 우산으로 유모차 비를 막으며 주민센터를 가서 부모님 댁으로 전입신고를 마쳤다.   그렇게 나와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댁에 정식 거주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