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영국생활] 주유소 기름 대란 중에 인기몰이 중인 BBC 리포터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28. 08:00

영국의 기름대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1. 영국 주유소 기름대란이 일어난 이유

브렉시트에 코비드 상황까지 겹치며 영국의 대형트럭 운전수 부족은 지속적인 물류 문제를 일으켜왔는데, 급기야 운전수가 11만명이 부족한 상황에 도달했고, 지역 주유소에 기름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며 영국에서는 기름 사재기가 기승을 부르고 있다.

영국 정부에서는 이제야 EU에서 영국으로 오는 대형트럭 운전사들의 비자조건을 완화하겠다고 하고, 기름탱크 차량 운전수 부족이 계속되면 군인들을 활용하여 기름 탱크 차량을 운행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도입한다고 한들, 실제로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텐데 영국은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자조건을 완화한다고 유럽연합국가의 운전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영국으로의 비자를 신청할 것도 아니고, 군인들을 활용한다고 한들 당장 군인 인력을 탱크 운전수로 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닐테니까. 

이런 상황인데도 놀랍게도 동네 지역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조용하고, 우리 골목 사람들의 단톡방도 조용하다.  마치 코비드 상황으로 락다운이 지속되고, 마트에 휴지가 없고 파스타가 없는 사태가 지속될 때도 단톡방이 조용했던 것처럼. 

2. 기름 대란 중 주유를 시도하다

우리는 남편 회사가 코앞이기도 하지만, 코비드 사태가 터진 후 계속해서 재택근무 중인터라 출퇴근용으로는 차량이 필요하지 않은데 엉뚱하게도 아이들 어린이집이 멀어서 어린이집 등하원에 차량이 늘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 차는 기름 용량이 40리터밖에 되지 않아서 기름이 금방 소진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이나 열흘에 한번은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마침 기름이 딱 떨어진 시기에 기름대란이 터져서 지난주 토요일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주유행렬에 줄을 서서 기름을 넣어야했다.  의도치않게 우리도 기름사재기 행렬에 동참하는 꼴이 된 것이다. 

동네 주유소

처음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찾았는데 주유 실패.  여긴 입구를 모두 막아뒀다.  기름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우린 다음으로 가까운 주유소를 찾았다.  거기는 주유소가 2 곳이 모여 있는데, 그 중 좀 더 가까운 곳은 기름값이 비싸서 한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는 곳이다.  아무리 그래도 거긴 다른 곳보다 10% 가량 비싸니 기름이 남아있겠지 했는데 왠걸.  거기도 기름 고갈로 주유 불가.  입구를 막아뒀다.  

세번째 찾은 테스코 주유소.  다행히 여기는 주유가 가능한지 주유소 입구로 가는 길에 차가 이미 막혀있다.  반대방향으로 차가 나오는 걸 보니 기름이 있고, 그래서 줄을 서면 우리도 기름을 넣을 수 있는 거 같았다. 

아이 둘은 차에서만 대기하는 게 힘들다고 칭얼거렸지만 지금이라도 기름을 넣지 않으면 아이들 등하원이 어렵게 된다는 생각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대기행렬에 줄을 섰다.  

그리고 자그마치 1시간이나 대기한 끝에 주유에 성공했다.  영국에서는 모두 셀프주유를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시로 직원들을 동원하여 주유소 밖에서 디젤 연료가 필요한지, 일반 가솔린(영국에서는 패트롤) 연료가 필요한지 물어본 후 각각의 레인으로 안내했다.  

원래는 각 주유구마다 디젤, 일반 패트롤(가솔린), 고급 패트롤 이렇게 세 종류의 호스가 달려있어서 필요에 맞게 주유하면 되는데 이제 그걸 아예 차단한 것이다.  우리가 줄을 선 곳은 패트롤.  디젤 차량은 대기 줄이 좀 더 짧았다. 

총 8개 기중마다 양쪽으로 주유구가 있어서 한번에 총 16대 차량이 주유가 가능한 곳인데, 8곳은 아예 막아두고 현재 8곳만 운영 중이었다.  

한 시간이나 대기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으나, 우리가 주유하고 나오는 길에 도로에 늘어선 길고 긴 차량 행렬을 보고 나니 한 시간만에 기름 넣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3. 기름 대란 중에 인기몰이 중인 BBC 리포터

영국에 살다 살다 사람들의 기름 사재기로 주유소 기름을 걱정해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이 와중에 이런 기름 사태로 인기몰이 중인 BBC 리포터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바로 Phil McCann 이다. 바로 아래의 리포터.  그 이유는 그의 이름 Phil McCann이 영어로 발음하면 "Fill my can(기름통)"으로, '내 기름통을 채워'라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웃는 모습을 보니 훈훈한 인상이시구나!  이 Phil McCann은 Cheshire 지역 정치전문기자(Political Reporter)인데, 이번에 BBC에서 이 사건을 이 기자에게 취재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 기자의 이름이 현재 모두들 기름 통을 못채워 난리인 상황과 맞아떨어짐에 따라 이 기자에게 이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하도록 한 것이다.  

영국이 이런 대혼란의 상황 속에서도 이런 유머를 띄울 여유가 있는 것으로 봐야하는지, 이 와중에 지금 이런 걸로 말장난이나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할지.  영국은 정말 알 수가 없는 나라이다.

4. 주유소 기름 대란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응책

영국 정부에서는 연료와 물류 공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고 한다. 

관련 정책은 다음과 같다(자료출처 링크 클릭).

4000명의 신규 운전자에 대한 운전 훈련을 실시하고(그래서인지 운전하다 보면 도로에서 대령 트럭에 L (운전연습중) 이라는 푯말을 붙인 차량을 곧잘 보게 된다), HGV (Heavy Goods Vehicle 의 약자.  컨테이너 트럭) 운전면서증 소지자 백만명에게 연락해서 다시 산업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장려하는 한편, 해외 컨테이너 트럭 운전자들의 영국 유입을 위해 12월 24일까지 5,000 여명의 운전자에게 관련 비자를 발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영국에서는 펍에서도 맥주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에, 4.5파운드하던 맥주 1파인트가 이제 7파운드 하는 상황이 되어간다고 한다.  영국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즌이 쇼핑이 가장 활발하고, 도매업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때이다.  많은 세일이 이루어지는 시즌일 뿐만 아니라, 영국 최대의 명절로 모든 사람들이 가족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물류난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선물들은 커녕 필수품들의 물류에도 어려움이 있으니.  이 겨울, 영국이 어떻게 버텨낼지 지켜볼 일이다.  우리 가족은 어떻게 생존해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