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가족 일상

코로나19 감염 경험담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1. 1. 20:31

2021.09.24 - [영국에서 먹고 살기/영국 생활정보] - [영국생활] 영국 주유소 기름 대란!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니요!

조용했던 한 달, 저희 가족은 코로나에 걸려 고생을 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사진출처:https://news.mit.edu/2021/deep-learning-helps-predict-new-drug-combinations-fight-covid-19-0924)

 

영국에서는 코로나를 코로나라고 하지않고 코비드라고 부르는데요. 일상생활에서는 대부분 코비드(Covid) 라고 부르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대체로 코비드 나인틴(Covid-19)이라 하거나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라고 부릅니다.

 

바로 그 코비드에 결국 저희 가족도 걸리고 말았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오늘 해볼까 합니다.

 

코비드인듯, 코비드아닌, 코비드같은 너~

 

사실, 저희가 코비드에 걸린 게 맞는지 저희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코비드에 걸린 것 같은데 달리 증명할 방법이 없거든요.

 

그 이유는 저희가 아이들 감기로 인해 PCR 검사를 10월 12일에 처음으로 실시했는데, 이 때는 온 가족 4인이 모두 음성이었어요.

 

그리고 나서 아이들 감기는 그 주말에 거의 다 나았고, 저와 남편이 몸이 좋지 않았어요. 갑자기 후각까지 상실했음을 알게 되었는데, 코가 너무 심하게 막혀있던지라 이게 코비드로 인한 후각상실인지 단순 코막힘으로 인한 반응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저희 감기가 좀 나아지던 무렵, 저희는 1차 PCR 이후 9일 후 2차 PCR 검사를 또 실시했습니다. 주말에 아이 신발을 사러 쇼핑몰을 가볼까 싶은데 혹시 모르니 아이들 감기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검사를 받았어요.

 

그런데 이런! 온 식구 중 큰 아이만 양성이 나왔네요?

 

그리하여 저희는 갑작스럽게 큰 아이를 격리시켜야 했고, 동시에 저희 온 가족은 다시 한번 PCR을 하라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다 같이 drive-thru로 가서 PCR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나머지 가족은 모두 음성.

 

결국, 남편과 저, 뚱이 셋은 세 번에 걸친 검사 모두 음성으로만 나와서 코비드 양성 판정은 받지 않았지만, 큰 아이가 양성이 나왔다는 점, 저와 틴틴이 약 일주일간 후각을 상실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도 모두 코비드였던 게 아닌가 짐작하고 있습니다.

 

알기 힘든 코로나 감염 경로

 

이게 문제입니다. 알 수가 없어요. 저희는 그간 정말 제한적인 사회생활을 해 왔습니다. 영국에서 코비드가 발발한 이후 작년부터 지난주까지 저희는 실내공간을 정말 가지 않았어요.

 

영국에서는 실내에서 아이들에 대한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라서 아이들을 데리고 공공이 이용하는 실내장소를 이용하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틴틴이 어려서 천식을 앓았고, 잭도 기관지가 약해서 감기에 잘 걸리고 돌 이후 중이염도 자주 앓았던지라 저희는 최대한 코비드를 피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코비드 발발 이후 영국에서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서 앉아본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잭이 3세 예방접종을 맞은 평일 오후 저와 잭만 백화점 나들이를 잠시 한 적이 있고(백화점에 머문 시간은 30분 내외), 잭은 아빠와 가든센터에 흙과 돌, 화분사러 딱 한번 들어가본 적이 있고, 잭과 뚱이는 동네 마트에 딱 두번 정도 잠시 들어갔다 나온 게 전부일 정도입니다.

 

그리하여 저희의 외식은 맥도날드 드라이브 뚜루로 사서 먹는 게 전부였고, 주말에 카페에 가도 테이크어웨이로 사서 공원에 들고 가서 먹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 저희가 코비드라니요?

 

네. 그렇습니다. 영국에서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죠. 9월부터는 마스크 규제도 풀려서 실내에서 성인들도 마스크를 쓰는 게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저희는 지난 2년간의 시간 동안 만났던 사람들도 정말 제한적이었어요. 이래도 삶이 지속되나 싶을 정도로 제한적이었습니다. 지난 한달간의 일을 적어보자면 주말이면 동네 공원과 놀이터를 가는 것이 전부였고, 만나는 친구나 가족이라고는 동네 사는 후배네 가족과 서너달에 한번쯤 성당언니네 가족을 만나는 게 전부였어요. 그러다 동네 사는 후배네 가족은 최근 바빠서 만나지도 못했고, 저희는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서 저희도 피곤해졌고(애들때매 잠을 잘 못자서) 혹시 모를 코로나 감염 가능성을 생각해서 그나마 놀이터를 가던 것도 자제하고 지냈어요.

 

그랬던 저희가 코비드라니요.

 

네. 그래요. 저희가 사는 곳은 영국이에요. 하루 확진자가 5만명이 넘고, 잉글랜드 지역에만 750만명 이상이 확진된 곳. 확진자만 그 정도인데, 저희처럼 코비드가 확실해보이지만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 이들, 혹은 검사를 받지 않은 이들을 생각하면 영국은 엄청난 사람들이 이미 코비드에 걸렸었을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저희가 조심한다 한들 피할 수 없는 게 바로 이 전염력 높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녀석! 결국 올 게 왔어요. 코비드가 저희 차례까지 온 거죠.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어린이집을 다니는 상황에서 영국에서는 코비드를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잖아도 최근들어 뉴스에서 연일 전체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이 학교에서 나오는 학생 확진자들이라고 했는데, 어린이집이라고 크게 다를 게 없겠지요.

 

어떤 분들은 자녀 반의 아이 중 14명 이상이 이미 확진됐다고 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이런 영국에서라면 코비드에 걸리지 않는 게 오히려 굉장한 천운이 있어야 하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2년이 다 되도록 철저한 마스크 방역으로 확진자 규모를 2천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한국인의 국민성과 투지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렸다고 의심하는 이유

 

일단 뉴스를 통해 잘 알려져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무서운 전염력을 생각하면, 큰 아이가 양성을 받은 마당에 온 가족끼리 부대끼며 사는 저희 가족들이 바이러스를 공유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후각상실! 잭도 후각을 상실했다 되찾은 것 같고, 저는 평소만큼 후각이 돌아온 것 같지는 않지만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올해 초여름 이후로 내내 알러지로 코가 많이 막힌채로 생활한지라 후각 운운하기가 민망하긴 한데, 원래 제가 정말 개코 후각을 가졌거든요. 2미터 거리에서도 뚱이가 기저귀에 똥을 쌌나 안 쌌나를 알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런 제가 뚱이 똥기저귀를 코 앞에 갖다대도 냄새를 못 맡더군요. 틴틴은 어려서 비염 수술을 하면서 후각이 약해져서 평소 냄새를 잘 못 맡긴 했지만, 그런 틴틴 역시 후각을 완전히 상실해서 뚱이 똥냄새도 못 맡고 음식 냄새도 못 맡았어요.

 

또 하나는 기침의 양상. 전 정말 6-7년만에 제대로 된 기침 감기를 앓아봤는데, 그간 앓아본 기침 감기와는 기침의 양상이 너무 달랐어요. 일단 터졌다 하면 제어가 안 되는 기침. 목이 찢어질 것 같고, 기침하면서 온 몸이 너무 날뛰어서 기침 자체보다 기침하면서 허리와 배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 아이의 기침도 천식 환자처럼 콜록콜록콜록. 저는 티비에서 보던, 피를 토할 듯이 기침하던 연기자들의 모습에 흡사한 기침을 해댔어요.

 

코로나에 걸려보니

 

아이들은 확실히 보통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요. 둘째 뚱이가 가장 가볍게 앓고 제일 먼저 회복했고, 잭은 기침을 며칠 좀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낮에는 멀쩡하고 밤에만 콜록콜록 하는 정도. 평소 감기에 걸렸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어요.

 

저와 틴틴은 처음 며칠 열도 났고, 오한도 있었고, 근육통도 있었어요. 감기 증상으로는 심한 코막힘으로 시작하더니, 기침이 정말 심해졌어요. 저는 가족 중 기침이 가장 오래갔고, 틴틴은 기침은 저보다 빨리 잦아들었으나 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콧물이 길게 지속됐어요. 저는 아스트라제네카를 7월에 2차 접종을 마쳤고, 틴틴은 화이자 백신으로 7월에 2차 접종을 마쳤는데, 서로 다른 백신의 효과로 증상이 다른지 어떤지 비교할 수 없게 둘 다 비등하게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틴틴은 평소에도 자주 감기에 걸렸는데 이번 것은 더 독하긴 하다고 인정. 저는 정~~~말 오랫만에 감기에 걸려서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병원 처치

 

영국에서는 이 정도 증상에 아무 것도 해주지 않습니다. 진통제 먹으면서 집에서 버티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심각하게 호흡곤란이 오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게 되면 병원에 갈 수 있는데, 그 정도 수준이 아니면 병원에 갈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저와 틴틴이 제일 상태가 안 좋은데 저희는 PCR을 세 번이나 하도록 음성이 나왔고, 집에서 실시하는 신속항원검사도 계속 음성반응이라 코비드에 걸렸음은 저희 추측이지 증명할 방법도 없습니다.

 

지금 글은 이렇게 쓰지만 정말 정말 힘들었어요. 먹는 것도 어떻게 먹으며 지나갔나 모르겠어요. 틴틴은 2주 반에 걸쳐 약 4킬로 체중이 빠졌어요. 수년만에 이 정도 체중감량이 일어났습니다. 저도 1-2킬로 살이 빠졌는지 드디어 첫째 잭을 임신하기 전에 입던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됐습니다. 틴틴이 이건 신종코비드다이어트라고.. 줄여서 "코비다"라 부릅니다.

 

살다가 이렇게 입맛이 없어보기는 박사 과정 중에 많이 아팠을 때 이후 처음이었어요. 큰 배 하나, 수박 반통 정도도 혼자서 먹어치울 만큼의 과일 먹성을 자랑하는 제가 박사 과정 중에 많이 아팠을 때는 사과 한쪽 먹기가 힘들고, 배도 한쪽만 먹어도 힘들어서 냉장고에 두고두고 먹었던 일이 잊혀지질 않는데, 이번이 딱 그 때 같았어요. 입맛도 없고, 먹을 힘도 없고, 소화시킬 힘도 없고, 차려 먹을 기운도 없고.

 

아이들은 미역국 한솥 끓여 미역국으로 며칠 연명하고, 곰국 한솥 끓여 곰국으로 며칠 연명. 지난 주말은 암죽 한솥 끓여 암죽으로 식사. 그 와중에 동네 후배의 어머님이 음식을 좀 해주셔서 그 음식으로 요긴하게 버텼습니다.

 

현재 상태

 

아이들은 아주 건강합니다. 며칠은 저희 잭이 입맛이 없던 날들이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뚱이도 하루 이틀쯤 잘 먹지 않은 날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아이들은 몸이 안 좋을 때는 알아서 좀 덜 먹기도 하고, 또 식욕이 돌아오면 엄청난 식사량을 자랑하다 보니 아이들이 먹는대로 두면 알아서 조절하고 알아서 잘 회복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어른이 문제예요. 틴틴과 저는 감기 증상 자체는 많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에너지 레벨이 매우 저조합니다. 최절전모드만 가능한 상태예요. 힘이 없어요. 틴틴은 편도가 심하게 부어 편도에서 피가 났고, 저는 목에 임파선염으로 주말 내내 열이 나고 아팠습니다. 진통제와 쵸코렛 투혼으로 아이들과의 시간을 버텼습니다.

 

그래도 이제 3주쯤 지나니 많이 좋아지긴 하는데, 확 좋아지질 않아요. 며칠 좋아지나 싶으면 다시 나빠지고, 그래서 며칠 다시 앓고나면 또 좋아지나 싶은데, 그러다 또 나빠지고. 이 과정을 몇주째 반복하고 있어요. 기침이 사라졌나 싶었는데 다시 밤에 기침이 나고, 코는 다 뚫렸다 싶었는데 다시 코가 꽉 막히고. 열도 사라졌나 싶은데 또 갑자기 열이 나고.

 

게다가 틴틴과 저는 온몸에 근육이 모두 빠져나간 느낌이에요. 힘도 없고, 근육도 없는데, 운동할 힘은 더더욱 없고.

 

그 와중에 둘째 뚱이는 또 새 감기에 걸렸네요? 틈을 주지 않는 육아. 이것은 No틈육아!!!

 

우리는 정말 코비드인가?

 

저희가 걸린 것은 아마 코비드가 맞겠죠? 이렇게 고생했는데 이게 코비드가 진짜 코비드가 아니고, 저희는 나중에 다시 코비드로 고생하게 된다면... 으악... 그것만큼은 제발... 그러나 코비드에 걸렸어도 또 걸릴 수 있다고 하고, 실제로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한 걸 보면 코비드에 걸렸다고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계속 조심하고, 건강 관리 잘 하며 지내야죠. 그러나 이게 만약 진짜 코비드였다면 다행히 심각하게 앓지 않고 무사함에 감사하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음에 마음을 쓸어내려봅니다.

 

애들 감기는 떨어지지 않고, 잃어버린 저희 부부의 체력은 회복되지 않고. 날은 어느새 춥고 어둡고. 길고 힘든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그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자고 다짐해봅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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