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코로나 감염 4주차: 좀 더 편안해진 외부활동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1. 5. 00:55

코로나 감염 4주차 증상


이제 많이 좋아졌다. 이따금 기침이 터지면 제어가 안 되긴 한다. 마침 날도 완연한 겨울날씨라 찬바람을 쐬면 기침이 날 것 같아 잠시 산책을 하더라도 목을 따뜻하게 감싸고 나간다.

감기 증상은 많이 좋아졌으나 체력이 아주 고갈된 상태이다. 남편은 눈에띄게 살이 빠졌고 나는 1-2킬로 빠졌는데, 몸이 좀 회복하면서 식사를 늘려가다 보니 좀 여유로워졌던 청바지들의 핏이 다시 꽉 끼려고 한다. 살이 빠지는 건 이렇게 힘들어도 다시 찌는 건 이리도 쉽다. 오전에는 쵸코 다이제스티브를, 오후에는 남편이 사다준 쵸코케잌을 먹고, 호두와 잣을 한 줌 먹었는데, 이런 기세로는 바지들이 다시 작아지는 건 오늘내일의 일이다.

남편과 나의 바램은 체력이 좋아지는 건데, 잠을 자도 자도 몸이 회복되지 않는 느낌이다. 난 주말에 무리했더니 박사시절 아프던 것처럼 근육에 통증이 오기 시작해서 깜짝 놀랐다. 예전의 아프던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르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몸이 힘들어도, 몸이 아파도, 나가서 움직이며 내 몸의 큰 근육(하체근육)에 산소를 공급하며 면역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주 들어서는 틈 날 때마다 산책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 탓인가. 오늘은 남편과 점심 산책 후 집에 돌아와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소파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남편이 나를 두고 장을 보러 다녀오는 내내 소파에서 그렇게 잠을 잤다. 집 밖에서는 옆집 공사 소리로 시끄러운데. 꽉 끼는 청바지 차림으로 잠에 들다니. 얼마나 피곤하면 이렇게 잠을 자는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오랫만에 점심밥을 많이 먹어서 너무 배가 부른 탓에 머리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서 잠이 든 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10월 한달. 나의 일상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2021년이 두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올해 7월은 남편의 차사고와 뒤처리(=보험처리와 새 중고차 구입)로, 10월은 온가족 코비드로 시간을 다 날려보냈다.

시간을 도둑맞은 것 같아 황당하면서도, 그래, 어찌 세상사는 일이 내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겠냐 생각하며 이런 게 사는 거라고 위안을 해 본다.

아프며 힘들었던 일: 부부싸움


코비드가 걸려서 힘든 일이 많았다. 일단은 몸이 많이 아팠고, 아픈 와중에 아이들 밥을 챙기고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힘이 들었다. 너무 아프고 힘들었을 때는 이대로 우리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도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해나갈 수 있을지 너무나 막막하여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들도 있었다.

남편도 나도 함께 아프고 둘다 너무 힘이 들다보니 싸운 날도 있었던 것 같다. 다른 것보다, 아이들에게 예민하게 구는 듯한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싸운 게 대부분이었다. 남편도 인간이고, 아이들이 워낙 말을 안 듣고 떼를 심하게 쓰다 보니 남편의 그런 반응을 이해하면서도, 그래도 내 남편만큼은 화를 내지 않는 아빠이기를,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자이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이리라. 남편도 나도 오은영 선생님이 아닌 것을.

현재의 몸 상태


놀랍게도 시간은 지나갔고, 우린 많이 회복했다. 80% 이상 회복한 것 같은데, 남은 20%가 회복이 덜 된 느낌이다. 아이들은 잭은 97% 회복한 느낌, 뚱이는 100% 회복했다가 새로운 감기에 걸렸는데, 이 새 감기도 혹시 코비드면 어쩌나 괜히 걱정이 들지만 나와 남편에게 다시 옮지 않는 것을 보면 지금 감기는 일반 새 감기인 듯하다.

아이들은 체력이 훨훨 나는 수준인데, 나와 틴틴만 체력이 여전히 바닥을 긴다. 우리의 체력 회복이 시급하다. 다음주부터 조금씩 아주 가벼운 달리기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남편의 이직: 아쉽게 날려버린 첫 인터뷰


남편은 이직을 준비 중이었고, 그 와중에 코비드가 와서 준비를 제대로 못 한 상태에 첫 인터뷰를 보게 됐다. 결과는 부정적.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터뷰에 응할 수 밖에 없어서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 것에 약간의 상심과 실망이 있었다. 제대로 이직 준비를 할 만한 가정적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편을 푸쉬해서 괜히 실망감만 안겨준 것 같아 내가 미안한 마음이다. 여지껏 자기 경력을 혼자서 잘 관리해왔는데, 내가 괜히 타이거맘처럼 군 건 아닌가 싶어 미안했다.

코로나로 인해 일어난 새로운 경험


코로나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안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잭은 격리기간 동안 어린이집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아주 좋아했다. 특히, 막바지 기간에는 동생 뚱이는 가는데 자기만 가지 않는다는 것에 어떤 특권의식을 느끼며 행복해했다.

형아가 특별한 방학을 즐기는 동안 뚱이는 처음으로 형아 없이 어린이집 가는 경험을 이틀간 하였는데, 그 중 첫날은 그렇게 서글피 울 수가 없었다. 집에서 나서면서부터 울기 시작해서 차에서도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형아 어디 갔어?" 하고 내내 물었다. 당연히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도 울었다. 몇 달만에 아이가 울면서 들어간 날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아이는 우리 몸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처음으로 형아로부터 분리되는 경험을 한 아이는 그 날 혼자 등원한 일이 꽤나 충격이었나보다. 내내 우리 몸에 안겨있고, 혼자서 걸어다니지조차 않았다. 그렇게 한시간, 한시간 반쯤의 시간을 보내며 우리 집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뚱이는 그제서야 평소처럼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좀 더 편안해진 외부활동


그렇게 조심하고 살고, 그렇게 생활에 제약을 두고 지냈건만 이렇게 결국 코비드에 걸리고나니 이제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다. 3주간 힘든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다행히도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다. 코비드가 우리에게 이 정도라는 것을 체험하였으니 다음에 또 오더라도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초 코비드가 발발한 이래 단 한번도 오프라인 쇼핑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코비드도 걸렸겠다 미루고 미루던 잭 신발 쇼핑을 가기로 했다. 코비드 발발 이후 첫 오프라인 쇼핑이다. 지난 겨울 한국에서 아이 운동화를 세켤레나 사왔는데, 비싼 가격을 주고 산 것에 비해 신발 내구성이 너무 떨어져서 벌써 세 켤레 모두 3센치 이상의 구멍이 생겨서 못 신게 된 상태였다.

새 신발을 온라인으로 몇 켤레 준비했으나 우리 아이의 짧으면서 두꺼운 발에는 맞지가 않아서 오프라인 쇼핑을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 쇼핑을 지난 주말에 했다. 20분 차를 타고 디드콧으로 가서 운동화 할인매장에 가서 잭의 신발을 샀다. 뚱이가 신던 신발도 너덜너덜 모두 떨어졌던 참인데, 뚱이도 맘에 드는 신발을 골라서 뚱이도 새 신을 한켤레 사 신겼다. 오전 일찍 갔더니 사람도 별로 없고, 디드콧이 붐비는 도시도 아니다 보니 조용히 가서 아이 신발을 사서 돌아오는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좋았다.

새 신 신은 아이들.  잭 신발 24 파운드, 뚱이 신발 27 파운드.  두 켤레 51파운드(약 8만원)에 득템!

코로나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실내 활동을 절대 하지 않을 요량이었는데, 결국 코로나에 걸리면서 우리는 실내 활동을 하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하여 앞으로 그간 하지 못했던 주말 일상 활동을 조금씩 재개해볼까 한다. 가든센터에 가서 크리스마스 장식도 한두가지 살 생각이다. 내 신발도 한 켤레 사야한다. 난 4년반 전 잭 임신 중에 샀던 운동화 한 켤레로 4년 반 중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 신발도 너덜너덜한 상태인데 작년부터 사야지 사야지 벼르던 것을 아직도 못 사고 있었다. 한국에 가서 그 신발을 신고 백화점에 갔더니, 신발 매장 직원이 아주 몹쓸 것을 본 듯한 눈빛으로 내 신발을 보고 손님같은 응대도 해주지 않아 우리 엄마가 많이 속상해하셨다. 화가 난 엄마는 저런 데서는 신발 사지 말자고(팔 사람도 팔 생각이 없었다) 하며 내 손을 끌고 나오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그 신발을 대체할 새 신발을 사지 못한 상태라니!!! 그 날 엄마가 새 부츠를 한켤레 사주셨는데, 발이 그다지 편하지 않아서 한국에서 신고 한국에 두고왔다. 영국에서는 워낙 걸어다니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이들 놀이터까지 왕복에 4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발 편한 신발이 필수이다.

아직 겁이 나지만 마스크 잘 쓰고 사람이 적은 시간에 조용히 쇼핑을 다녀와볼까 한다. 남들 다 하고 있는 일상을 우리도 조금씩 해보자는 생각이 든다.

2021.11.01 - [영국에서 먹고 살기] - 코로나19 감염 경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