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한 달만에 찾은 놀이터: 가을의 한가운데

옥포동 몽실언니 2021. 11. 15. 23:13

어제는 오랫만에 놀이터를 갔습니다. 아이들이 기침을 하기 시작한 10월 중순 이후부터 놀이터를 한번도 가지 못했는데, 그 사이 놀이터에는 가을이 와 있었습니다. 

낙엽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아이들은 오랫만의 놀이터 외출에 신이 났습니다.

놀이터로 가는 길에 만난 가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나온 길, 놀이터 입구 앞 낙엽더미 위에서 옆돌기를 하는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몸놀림을 보더니 저희 잭도 덩달아 되지도 않는 옆돌기를 흉내내며 놀았어요.

그러더니 또 한 아이가 낙엽을 잔뜩 집어 던지는 걸 보곤 저희 잭도 씨익 웃으며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우리 뚱이, 자기도 형아가 어찌 하는지 웃으며 지켜보다가 자기도 낙엽을 한움큼 들고 던지며 좋아하더군요.

낙엽 속에서 즐거운 아이들

요즘 저희 잭이 가장 하고 싶어하던 것은 카페에 가는 것이었어요. 코비드 때문에 가끔 카페에 들러도 항상 테이크어웨이로만 사서 공원에 가서 먹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카페에 가고 싶다고 요즘 노래를 불렀어요. 그래서 저희는 어제 드디어 첫째가 그토록 원하던 "시내 카페가기"를 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카페로 가는건데, 낙엽 던지기에 신이 났던 뚱이는 더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자 심술이 났어요. 가야 한다고, 조금만 더 늦으면 카페가 문을 닫아서 못 간다고(실제로 그 전날도 한번 시도를 했다가 카페가 문을 닫아서 못 갔어요) 서두르라고 하자 속상한 뚱이.

양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밍기적거리네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고뇌에 빠진 가을 남자

다행히 저희는 카페가 문을 닫기 전에 시내에 잘 도착했고, 시내에서 아이들은 베이비치노(따뜻한 우유에 마쉬멜로우를 얹어줘요. 가격은 보통 90p에서 1파운드 내외- 1600원 가량)를 시켜주고, 저와 틴틴은 디카프 커피를 마셨습니다.

주말이면 늘 가던 놀이터였는데 어제는 그게 어찌나 힘들던지. 생각해보니 한 달만에 간 놀이터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유모차를 밀다가, 아이가 내려달라면 내려줬다가, 안아달라면 아이를 안은채 유모차를 밀다가, 이내 아이가 다시 내려달라고 하면 아이를 내려주고, 아이 손 잡고 유모차 밀며 놀이터까지 오가기. 매 주말마다 해 오던 일상이건만 오랫만에 하려니 힘들었어요. 이걸 우리가 매 주말마다 했다는 걸 믿기 힘들었을 정도로.

이번 주말은 왜인지 몸과 정신이 고되게 느껴졌어요. 왜 그랬을까.. 아이들도 피곤해서인지 많이 싸우고, 고집 피우고, 말썽을 많이 부려서 그런 것 같아요.

어제는 아이 둘이 아침부터 티비 갖고 싸우는 통에 틴틴이 아침부터 no TV를 선언하여 하루 종일 티비 도움 하나 없이 아이들을 돌봤어요. 요즘 저희 육아에서 티비 의존도가 꽤 있었는데, 막상 어제 하루 티비를 한번도 보지 않고도 하루가 잘 가는 걸 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코로나 한번 앓고나니 가을이 확 다가와 있었어요. 이제 곧 겨울. 그 덕에 올해는 겨울이 다른 때보다 짧게 지나가는 느낌이에요. 11월 바쁘게 지나고 나면 12월이 와서 정신없이 12월도 지나면 다시 해가 길어지며 봄이 오겠죠.

그렇게 저희는 다시 우리 가족의 Post-Covid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우리의 현재 코로나 면역을 최고일 거라고 우스개소리를 하고 있습니다(백신 2회 접종에, 돌파감염까지 겪었으니).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따스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