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런던 주변으로 이사를 갈까 하며 온갖 온라인 정보를 뒤지며 알게 된 것이 영국인들의 교육열도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가 런던으로 남편 이직 반경을 넓힌 것은 어차피 이사를 한번 갈꺼라면 런던 주변도 괜찮지 않겠냐는 것이었는데, 바로 그 “어차피 이사를 한번은 갈 거”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아이들이 진학할 공립 중학교 때문이었다.
아니,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 입학도 안 한 상태에 벌써 중학교를 고민하냐 하겠지만 영국에서는 워낙 이사 자체가 큰 일이다 보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초등학교, 중학교를 고려해서 이사를 하는 편이다.
영국 가정들도 결혼 후 평균 두 번에서 세 번 이사를 한다고 하는데, 그 중 한번이 아이들 중학교 진학에 앞서서 이사를 하는 시기라고 할 정도로 영국인들도 맹모삼천지교를 행한다.
물론 모든 가정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이들 교육을 생각하는 집이라면 대부분 아이들 중학교 진학 시기를 앞두고는 진지하게 고민들을 한번씩 하는 것 같다.
영국 내 사립 중고등학교의 현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는 집들은 사립학교를 보낸다. 한국에도 사립학교들이 있고, 사립학교들 중에서도 학비가 매우 비싼 학교들이 많다. 그러나 영국의 사립학교들은 한국에 비해 훨씬 발달해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유서도 깊고 학비도 비싸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이튼스쿨 (Eton College)은 어떨까? 이튼은 영국 내 남녀공학이 아니면서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이다. 이튼의 경우 영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학교이다. 2021년 한 학기 학비만 14,698파운드로 현재 환율로 2380만원이다. 그런데 1년에 학기가 몇이냐 하니, 영국은 바로 3학기제! 즉, 연간 학비가 7천만원이다. 그걸 몇 년을 다니냐 하니, 총 5년을 다니게 된다. 학비만 총 3억 5천만원이 든다.
한 기사에 따르면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상위 1% 소득자들은 연봉이 50억 정도이고, 전체 남성이 아닌 중년 남성들 중 상위 1%는 연봉이 100억이 넘는다고 한다. 난 처음에 10억 정도의 돈을 내가 '0'을 하나 더 붙인 걸로 잘못 봤나 하고 눈을 씻고 다시 봤다. 그 정도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저 돈이 정말 큰 돈인데, 영국 부자들에게는 저 돈이 별로 크지 않으려면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Eton 은 돈만 있다고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공부도 잘 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중학교에 진학할 때 시험을 쳐서 들어갈 수 있는 학교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사립학교들과 ‘그래머스쿨’ 같은 비평준화 학교이다.
어떤 시험을 칠까? 듣자하니, 영어와 수학 시험에 사립의 경우 구술시험(인터뷰)까지 치게 된다고 하는데, 영어는 다양한 글쓰기 주제를 주고 글을 쓰게 하고, 수학의 경우 아이큐 테스트와 유사한 시험이라고 한다. 학교들마다 시험 유형과 조건이 달라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진학시킬 학교의 시험 유형에 맞춰 시험 전 약 1년간 집중적으로 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공부만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서양의 사립교육은 소위 'all rounded'라고 해서 두루두루 모든 것을 잘 하는 인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나만 뛰어난 아이들을 장학생으로 뽑기도 하지만, 지향하는 교육은 모든 것을 잘 하는 아이이다. 그런 아이에게 주는 상도 있다. 공부도 잘하면서 예체능도 뛰어난 아이들에게 주는 상.
연예인이 되려고 해도 영국에서는 사립학교 출신들이 유리하다.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져있는 셜록홈즈의 셜록 배우도 이튼과 맞먹는 수준의 유명 사립학교인 Harrow School 출신으로, 윈스터 처칠과 동문이다. 엠마왓슨도 내가 살던 학교 기숙사 바로 옆에 있던 유명 사립학교 동문으로 유명했다. 인기 작가 알랭 드 보통도 그 학교 출신이다. 캐임브릿지 대학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여러 베스트샐러를 집필해낸 유명 작가 알랭 드 보통도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부의 소유자로,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이가 글도 잘 쓰고, 열심히 쓰고 산다는 걸 칭찬해야 할 정도이다.
사립 중학교라고 해서 학비가 모두 이튼처럼 살인적이지는 않다. 옥스퍼드에서 공부 잘 하기로 유명한 여자 사립학교인 옥스퍼드 하이 스쿨의 경우, 2021-22년 한학기 학비가 초등학교는 3500-4000파운드, 중학교로 올라가면 5500파운드 수준이다.
중학교로 올라가도 한 학기 900만원에, 3학기를 다 내도 2700만원. 아니 이렇게 저렴할 데가!! 뭐든 참 상대적이다. 이튼 학비를 모르면 연간 학비 2700만원도 참 큰 돈인데, 이튼 학비를 알고 나니 이건 반값 세일처럼 느껴진다.
단, 이런 학교들은 인근에 살면서 등하교를 해야 하는 학교로, 기숙사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이튼은 기숙사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더 비쌀 수밖에 없다.
학교 캠퍼스도 어마어마하다. 아래는 구글에서 검색한 이튼 칼리지 사진. 현 영국 총리인 보리스 존슨도 이 학교 출신이다. 영국 락다운(봉쇄기간) 중에 고위 정치인들끼리 모여서 락다운 규정을 어기고 술마시고 파티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그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라는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는 현 총리가 바로 이 학교 출신.
이튼과 더불어 남학생만 받고,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전통(?)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는 학교가 전국에 7개인가? 그 쯤 된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인 라들리 칼리지도 바로 우리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바로 아래가 라들리 칼리지 캠퍼스 전경. 학교 안에 운동장이 어마어마하게 넓고, 골프 코스가 학교 안에 있을 정도이다.
아래의 라들리 칼리지 재학생 말에 따르면 학교 운동장에 헬기가 떠서 무슨 일이냐 알아보면 학생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학생을 태우러 온 전용 헬기인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또, 아이들이 대대로 집안에서 물려내려오는 넥타이를 맨다가 어쩐다나.
모든 사립학교들의 캠퍼스가 이렇지는 않다. 보딩이 없는 사립들을 '데이 스쿨'이라고 하는데, 이런 데이 스쿨들의 캠퍼스는 위와 같은 유서깊은 사립들에 비해서는 평범한 편이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데, 이런 곳들도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니 주변에서 본 한국인 부모님들 중 자녀를 사립학교로 보내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돈 값을 한다'고들 평가를 하셨다.
영국의 현 총리도 사립학교 출신이지만, 그 전 총리이자 마가렛 대처 이후 첫 여성 총리인 테레사 메이 총리는 공립학교 출신이다. 그 전전 총리 데이빗 카메런도 보리스 존슨과 마찬가지로 이튼 동문이다. 노동당 총수이자 노동당 정부에서 오랫동안 총리를 역임한 토니 블레어도 에딘버러에 있는 사립학교 출신이다.
모든 사립학교를 통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튼, 해로우 등으로 대표되는 유명 사립학교 출신들은 어릴 때부터 그들이 갖고 있을 계층의식과 엘리트의식이 얼마나 강할지 생각해보라.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회가 한번 완전히 뒤집힌 경험이 있지만, 영국은 대대손손 귀족은 이러한 특권을 이어왔을터이니. 영국에서는 "그들만의 리그"가 한국에 비해 훨씬 강하고 오래되었고 더 깊숙이 그들만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영화에서 우리 같은 평범한 이들을 "Peasant" 라고 표현하던 것이 생각난다. 가난한 소작농들 혹은 낮은 지위의 사람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동네마다 유수의 사립학교가 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지만, 이미 언급했다시피 전국에서 사립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비중은 총 학생의 6%이다. 즉,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립 중학교로 진학을 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공립을 보내더라도 좋은 공립학교를 보내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부모의 마음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우호적이고 인종에 따른 차별을 겪지 않을 곳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영국 내 상위 대학들의 사립중학교 출신 비중
내가 대학에 가던 시절부터 이미 한국에서도 서울대학교 입학생 중 절반 가량이 강남 3구 출신이라는 점이 한참 뉴스를 떠들썩하게 하곤 했다. 영국은 어떨까? 더하면 더하지 절대 덜하지 않다. 또한, 한국과의 큰 차이점은 영국에서는 이게 큰 뉴스감이 아니라 그저 그런, 어쩔 수 없는 체제의 문제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영국 내 중학생들 중 저렇게 학비가 비싼 사립 중학교 학생들의 비중은 전체의 6%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대학들의 경우 공립학교 출신들이 절반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절반이 사립학교 출신들이었다. 전체 학생 중 6%밖에 차지하지 않는데, 좋은 대학 입학 비중은 훨~씬 높은 것이다.
영국 정부에서도 각 대학들마다 학생들을 더 다양하게 받을 것을 계속해서 권장해왔고, 그러한 노력 덕분에 2008년 옥스퍼드 대학 입학생 중 46.1%를 차지하던 사립학교 출신 비중은 계속해서 감소하여 2016년에는 42%, 2017년에는 41.8%, 2018년 39.5%, 2019년 37.7%, 2020년 31.4%로 줄어들었다. 아래는 옥스퍼드 대학 입학생 중 공립학교 학생 비중으로, 100%에서 저 비중을 빼면 그게 사립학교 출신 비중이다.
자료 출처: https://www.ox.ac.uk/sites/files/oxford/AnnualAdmissionsStatisticalReport2021.pdf#page=16
그런데 오늘 이 글을 쓰면서 통계를 찾아보니 여기에 더해서 흥미로운 통계가 보인다. 영국에서 대입을 위해 치르는 시험이 A-Level 이라고 부르는 시험이다. 2018년 영국 전체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A-Level 성적을 분석하면 AAA를 받거나 그 이상을 받은 학생 비중이 공립 학생 중에서 76.7%, 사립학교 중에서 23.3%로 나타났다.
그런데 옥스퍼드에 입학생은 공립학교 출신이 68.6%, 사립은 31.4%로 고득점 성적 비율에 비해 사립학교 출신들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출처: 위와 동일
대학 지원자들 중 성적이 좋은 아이들 중에는 공립 비중이 훨씬 높은데도 실제 좋은 대학들의 대입 결과를 보면 사립 출신들의 비중이 성적 분포 비중에 비해서는 더 높은 것이다.
이런 자료를 옥스퍼드 대학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한다. 교육현실에서 사립과 공립간의 간극이 크다는 점은 참 안타깝지만, 이같은 정보 조차도 그 정보에 대한 투명성과 접근용이성 있게 제공한다는 점은 배울만한 점이다.
지난 20여년간 정부에서 옥스퍼드나 캐임브릿지를 포함하여 주요 대학들에게 공립학교 출신들을 더 많이 뽑으라고 권고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좋은 공립 중학교 진학이 어려운 이유
사립을 보내지 못하면 좋은 공립이라도 보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공립학교 근처에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지역은 모든 부모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 그러다 보니 집값이 비싸다.
시험을 쳐서 입학할 수 있는 공립 학교들이 일부 있는데, 과거에는 이들이 ‘그래머 스쿨’이라고 불렸다. 현재는 그래머스쿨 제도가 남아있는 곳은 영국 내 켄트, 에섹스, 버킹엄셔, 링컨셔라고 한다.
그 외 런던 시내 및 외곽에 일부 공립 학교들이 시험을 쳐서 학생을 선별하는 학교들이 있는데, 이들을 선별적(selective)으로 학생들을 뽑는 곳들이 있다. 또 완전히 selective가 아니더라도 partially selective라고 해서 학생의 일부 비중만 시험을 쳐서 뽑는 곳들도 있다.
이번에 이사 지역을 검색하며 알게 된 것은 사립을 보내고 싶지만 보내지 못하거나, 노력하면 보낼 수도 있지만 그 돈을 아낄 수 있다면 아끼고 싶은 부모들의 경우, 아이들을 시험을 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곳으로 이사를 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단, 모든 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곳은 시험을 쳐서 입학할 수 있는 고등학교가 주변에 있되, 그 학교 시험에 떨어졌을 경우 대안이 될 수 있는 좋은 공립학교가 있는 지역이다. 거기에 런던 접근성이 좋은 곳!
우리도 그런 곳을 찾아 헤매었다. 왓포드, 핀칠리, 써튼, 우스터파크, 서비튼, 킹스턴온탬즈 같은 지역들이 좋은 후보들이었다. 결국 집값이 너무 비싸서 일단은 포기했다.
그래도 사람들 말이(mumsnet 검색) 런던의 학교들은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다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는 말이다. 좋은 위로의 말이자, 사실이기도 하다.
나의 유일한 영국 친구도 런던 내 자기 말에 따르면 “가장 쓰레기 같은 학교”를 나왔지만, 런던정경대로 진학해서 학부를 마치고, 옥스퍼드에서 석사를 하고, 지금은 경제부처에서 한국으로 치면 팀장 지위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친구 말이 주변 동료들 중에서 사립학교 출신이 아닌 사람은 자기 밖에 없다고 한다.
공립학교 진학의 장점
사립을 보내지 못한다고 너무 좌절할 것은 없다. 이건 정신승리의 노력일까? 하하.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정신으로라도 승리하고 사는 게 뭐가 어때서.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학창 시절에 그 자연스러운 비중에 섞여 교우관계와 사회생활을 경험한다는 것도 공립학교 진학의 장점이다. 6%의 사립학교 아이들과 같은 교육은 받지 못해도, 94%의 아이들과 어울려서 평범하게 자라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경험이다.
사립학교 출신들이 좋은 자리에 포진해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립학교 출신들이 좋은 성과를 못 내는 것도 아니다. 어제 만난 틴틴의 친한 동료도 그렇게 말했다. 주변에 동료들 보면 수많은 뛰어난 동료들이 일반 공립학교 출신들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은 자녀가 한명이라 중학교는 동네 사립을 보낼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하하.
어느 조사에 따르면, 공립학교 출신들이 자기가 사립을 다녔더라면 더 좋은 교육을 받았을 거라고 대답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긴 했다. 한국에서도 과학고는 지역 내에서 뛰어난 선생님들을 배정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교육의 목적에 맞게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시키려고 애를 쓴다. 그것이 교사 자신들의 커리어에서도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물려 저렇게 학비를 받는 영국의 사립학교는 어떨까. 더하면 더하지 절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사립을 보내고자 하는 부모들의 열망을 나도 매우 공감한다.
그러나 공립학교 진학에는 또다른 큰 장점이 있지 않는가! 바로 학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 한 명을 사립 교육을 시키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지방 도시에 방 2개짜리 집을 살 수 있을 비용은 족히 될 것이고, 아이 둘을 사립교육 시킬 돈이라면 런던에 작은 플랫을 살 수도 있을 만큼의 돈이다. 그 돈이 있다면 참으로 행운이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큰 돈이 없다.
형편대로 사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산다. 그것도 중요한 삶의 미덕이다.
좋은 공립 중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
공립을 보내야 한다는 현실을 알지만, 그 와중에 그래도 좋은 공립 중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사립교육은 돈이 많이 드는데, 사립 학교는 왜 이렇게 많은지. 우리 집 주변에만 해도 좋은 사립학교가 정말 많다. 동네에 있는 아빙던 스쿨, 채들링스 스쿨, OLA 등 좋은 사립이 곳곳에 있다. 이 학교들은 런던에 살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해주고 싶어하는 경제력 있는 가정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 같다.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 중 만족감이 낮은 이를 본 적이 없다. 모두들 교육의 질에 아주 만족한다.
결정적으로 코비드가 일어나고 나서 학교들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자 공립과 사립의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공립학교들은 키워커(의사, 간호사, 병원 직원, 마트 점원 등 필수근로자 직군) 자녀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오프라인 수업을 제공함으로써 키워커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면서 동시에 대부분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온라인 학습을 지원해야 하다 보니 교사들은 이중 부담에 놓였다.
그 결과는 온라인으로 각종 수업 자료만 제공되고 제대로 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학교들이 대부분이었다. 모든 학습 부담은 부모에게 남겨졌다.
그런데 사립학교들은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자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매일 교복을 자리에 앉아 평소와 같은 수업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아침 조회부터 시작해서 체육과 같은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과 일정을 그대로 진행해나갔다.
어떤 부모들은 그 비싼 사립학비 내고 이렇게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해서 불만이라 했지만, 다른 많은 부모들은 이 비싼 학비라도 내니 코로나 시국에도 온라인으로 수업이 잘 진행되어서 사립 보내길 잘 한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일부 부모들은 사립학교 아이들이 집에서 수업하는 것을 보며, 교사의 자질과 교육 방법과 수준에 정말 놀랐다며, 아이가 이렇게 좋은 교육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학교와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고 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온라인상에서) 듣다 보니 우리도 자연스레 좋은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싶었다. 사립은 못 보내도 좋은 공립이라도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또 하나. 런던 가까이에 살고 싶었다. 이것 저것 희생하며 힘들게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는데, 런던으로 가면 지금 사는 곳보다 인종적으로도 훨씬 다양하니 인종적 불편함이 덜어지고, 런던의 다양한 문화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그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좀 자라면 아이들과 함께 런던에 놀러가면 그것도 재미있겠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능한 현실이고, 훗날 한번쯤 현실로 만들고 싶은 현실이다. 그러나 되면 좋지만, 또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이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였으니 내 할 일에 집중하다.
할 일이 많이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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