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가족 일상

[영국생활] 영국 기름 사재기, 결국 군인까지 동원!

옥포동 몽실언니 2021. 9. 29. 08:30

저는 노트북에서 기본 웹브라우저로 크롬을 사용하고 있고, 처음 크롬을 열면 영국 BBC 웹사이트가 뜨도록 설정해두고 있습니다.  BBC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날씨 정보가 상당히 정확해서 늘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BBC 홈페이지를 방문하기 번거로우니 기본 페이지로 지정을 해 둔 거죠.  오늘은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하기 위해 크롬을 시작했더니 BBC 홈페이지 첫 뉴스가 두둥!! 정말로 영국에서 주유소 기름 운반을 위해 군인들을 준비시키고 있다는 뉴스가 떠있습니다.  ㅡ리하여 오늘도 주유소 기름 대란에 대한 소식을 업데이트할까 합니다. 

영국의 주유소 기름 대란

지난 주 후반부에 시작된 영국의 주유소 기름 대란은 아직도 현재진형형입니다.  오늘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저희 집 근처 주유소를 지나는데, 기름이 다 떨어졌는지 주유소 입구가 모두 막혀있었습니다.

지금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고속도로에 설치된 교통안내 전광판은 기름이 있나 없나 알려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어느 구간에 차가 막힌다든지, 어느 구간에 공사가 있으니 우회해야 한다든지 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인데, 지금은 휴게소에 기름이 있나 없나를 알려주고 있습니다(사진출처).

인근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는 것을 안내해주고 있는 고속도로 전광판.  NO FUEL. 

 

영국 정부의 대책: 군인 탱크 운전사 150명 대기 중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영국 정부에서 정말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군인 연료탱크 트럭 운전사 최대 150명이 각 주유소로 기름운반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은 컨테이너 트럭 운전사 10만명이 부족한 상황인데, 150명으로 어느 정도로 해결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150명이 지역별로 할당된다 생각하면 인구가 제일 많은 잉글랜드에 가장 많이 할당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한 지역간 형평성 차이도 우려가 됩니다.  150명을 활용하여 어떻게 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또 저 군인들이 숨통을 겨우 열어주는 동안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나 있을지 두고볼 일입니다.

주유소 기름 대란을 보도하는 BBC에 대한 못마땅함

영국은 언론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소위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업계가 아주 발달한 나라이지요.  그 중에서도 BBC라는 이 영국의 국영방송은 훌륭한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해외 많은 국가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까지 하는 방송인데요.

가끔 BBC 를 보다 보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BBC도 언론인지라 정파성이 드러나고, 눈에 크게 띄지 않지만 미세하게 편견과 차별의 뉘앙스가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오늘 보도된 주유소 기름 대란에 군인을 등판시키게 되었다는 뉴스의 경우, 첫 문장에서 설명하는 현 사태의 원인을 "사재기(panic buying)"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Up to 150 military tanker drivers will prepare to deliver to forecourts which have run dry because of panic buying.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진  이유가 바로 사람들의 사재기라고 언급한 대목입니다. 

과연 이 사태가 단순히 사람들의 기름 사재기 때문일까요?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EU에서 들어오던 운전자가 부족해졌고, 코비드 대처가 미흡함으로써 각종 행정절차가 마비되어 그나마 들어오는 EU 운전자에 대한 행정처리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컨테이너 트럭 운전자 부족이 이렇게 장기화되도록 그 어느 대책도 만들어내지 못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 최근 들어 주유소에 기름이 없는 곳이 늘어나고 그 소식이 알려지며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는 상황.  그런데 이를 두고 사람들의 기름 사재기로 주유소 기름이 다 말라버렸다고 하다니!  

영국인들의 기름 사재기로 인해 주유소 기름이 더더욱 부족한 상황이 오기는 했지만, 그건 요 며칠의 이야기일 뿐 근본적으로 브렉시트와 코비드로 인해 이미 기름 공급에 문제가 이미 진행 중이었습니다. 

게다가 해당 기사에는 기름을 사재기 하는 사람들 사진을 올려뒀는데, 그건 또 하필이면 전형적인 영국인의 모습이 아니라 인도 등의 아시아쪽 출신의 사람으로 보이는 옷차림을 한 여성이 기름을 넣고 있는 모습입니다(사진출처).

영국 주유소 기름 사재기 상황

위 사진에서처럼 저렇게 차에만 주유하는 게 아니라 개인 기름통(바닥에 있는 초록색 통)에도 기름을 받아가는 영국인들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는 한국분들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보았는데, 하고 많은 사람들 중 하필이면 BBC는 크록스 같아 보이는 슬리퍼를 신고 트레이닝복 바지에, 아시아쪽 사람들의 옷차림 같아 보이는 행색을 한 여성의 사진을 띄웠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연일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국이라는 나라가, 또 그 중에서도 BBC 라는 언론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어제 올린 글에서 적었듯이 이 와중에도 일부러 Phil McCann 기자를 지목하여 그에게 기름 사태를 보도하도록 하는 곳이 BBC 인데, 이런 사진 한장, 기사 본문의 첫 문장은 당연히 여러번의 검토 끝에 결정내린 의도적인 결정일 것입니다.

해외에 살다보면 바로 이럴 때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옵니다.  내가 뭐가 좋다고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건가 하구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지금 당장 남편의 직장은 여기에 있고, 남편이 직장에는 최소한 만족하는 중이니 아쉬운 사람이 붙어살아야 하는, 그것이 저희의 현실입니다.

주유소 기름 대란 전망

영국인들의 기름 사재기는 언제쯤 나아질까요.  전 이 사태가 쉬이 진정되리라 생각이 들지가 않습니다.  영국 정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얼마나 큰 정책적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하기 힘들고, 노동 시장에 대한 인위적인 변화가 그렇게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저희는 기름 사재기에 동참할 의향이 전혀 없지만, 평일 아이들 등하원으로 매일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기름 사재기 현상이 매우 불편하고 불안합니다. 

내년이면 세금은 세금대로 오르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도 부족해 벌써부터 자동차 연료까지 구하기 힘든 상황이니.  올 겨울과 내년의 영국 상황은 그다지 밝지 않을 것 같아 벌써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