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부동산 및 집구하기

현재 이사 진행 과정: 우리의 이사 후보지와 각 지역별 장단점

옥포동 몽실언니 2022. 4. 7. 22:04

런던인근으로 이사가기 위해 집 팔기

이사를 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참 오래 고민했어요. 

작년 12월부터 계속해서 부동산 시장을 보고 있었고, 이사를 가자 말자 결정을 번복하다가 드디어 저희는 3월에 이사를 결정하고 부동산에 집을 내놨습니다. 

계기는 그 날이었어요.  틴틴이 출근해야 하는 날, 밤새 내린 비가 그치지 않았고, 그 바람에 틴틴은 어슴프레한 새벽 시간, 기온은 5도 이하인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빗속을 뚫고 기차역까지 가야했던 날이에요. 

옷 위에 방수잠바를 입고, 방수바지를 입고, 회사 랩탑이 든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달려달려 기차역에 도착한 후, 방수 옷들은 모두 벗어 챙기고 기차를 타고, 한번 내려서 기차를 갈아타고 런던에 도착.  그리고 런던에서도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서 회사 기차역에 도착한 후 도보 10분 가량.  

그렇게 틴틴이 고생스럽게 회사를 오가야 했던 날, 저는 결심했죠.  이사는 가야 한다.  

비록 주 1회 출근이지만, 이 일이 큰 일이 되는 게 싫다는 게 제 견해였습니다.

회사를 가야 하는 날은 그냥 회사를 가는 날이어야 하지, 그 날 날씨가 어떨지 마음 졸이고, 중간에 갈아타는 기차가 제대로 안 오면 어쩌나 마음 졸이고, 자전거로 비바람을 뚫고 가는 게 이렇게 걱정되고, 새벽부터 나가야 해서 몸살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되고.  아무리 주1회 출근이라도 그렇게 제 마음을 졸이는 게 싫었어요. 

그리하여 2월 말, 부동산 아저씨가 저희 집을 방문하여 가격 감정을 실시했고, 3월 초 집 내부 사진을 모두 찍었습니다. 

마침 집 사진을 찍기로 한 날은 온종일 비가 와서 사진사가 비가 오면 외부 사진을 못 찍는다고 비가 오지 않는 날 다시 또 한번 촬영을 해야 한다고 해서 사진 찍는 일정을 한 차례 미뤘습니다. 

3월 7일에 사진을 찍고, 이틀 뒤 3월 9일 수요일 오후 드디어 저희 집이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부동산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토요일에 뷰잉이 잡혔다구요.  총 다섯 팀.  그리고 일요일에도 두 팀이 더 잡혔습니다. 

그 중 토요일에 저희 집을 보러 온 프랑스계 이름으로 보이는 부부가 저희 집을 사겠다고 오퍼를 넣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동산에서 제시한 값보다 낮은 값을 제시해서 그 오퍼를 거절했고, 다음날 그 집에서는 부동산에서 제시한 가격을 온전히 모두 내겠다고 다시 오퍼를 넣어와서 그 오퍼를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저희 집은 일단은 팔린 상태로 바꼈습니다. 


집 찾을 조건

 

이제 저희 집을 찾을 차례입니다!

저희가 이사 지역으로 고민했던 지역은 참 많았습니다.  런던 이곳 저곳을 다 뒤졌어요.  런던 외곽도 이곳 저곳을 다 뒤졌구요. 

저희가 찾는 곳의 지역적인 조건은,

1. 우리 예산에 맞는 집이 있을 것

2. 좋은 공립 중학교가 있을 것

3. 런던 교통편이 괜찮을 것

4. 주변에 자연 녹지가 좋을 것

5. 인구구성에 있어서 다양성이 있을 것(외국인 비중이 어느정도 높은 지역 선호)

이 다섯가지 조건이었습니다.

조건이 참 많죠? 이 조건에 해당되는 곳은 과연 어디였을까요? 

여러 곳이 있었는데요.   

 

Photo by Eduard Militaru on Unsplash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어느 가게 사진이라고 하네요.  암스텔담은 꼭 한번 다시 여행가고픈 곳이에요.


후보로 고려했던 곳은

1. Watford, Hertfordshire  (런던 북서쪽)

학군 좋고, 교통 편리, 집값 편차 커.  친한 후배 가족이 있어서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게 장점. 

중학교를 시험쳐서 들어가야 하지만, 형아를 입학시키면 둘째는 형아찬스로 그냥 입학할 수 있다는 게 장점. 

런던 시내까지 급행기차로 17분 소요된다는 게 장점. 외곽으로 나가는 도로 교통도 편리. 

캠브릿지에 사는 친구와도 1시간 10분이면 왕래가능한 거리로 좁혀진다는 장점. 

Cassiobury 공원이 크고 좋아서 공원 이용하기 좋음.

기차역 가까이에는 매우 비싼 집이나 작고 덜 비싼 집 뿐이라서 우리는 기차역에서 멀리 있는 집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게 단점.

그러나 그마저도 우리 예산의 집이 잘 없거나 어중간하다는 게 문제.. ㅠ

 

2. Worcester Park, Surrey (런던 남동쪽)

초등학교 학군 좋음.

교통 편리.  런던 4존이라 기차값 저렴.

집값 편차 적고 전반적으로 중간 이상. 

근처에 작은 놀이터들이 있고, 차로 조금 움직이면 큰 공원들이 많이 있음.  이 말인 즉슨, 그 지역 내에 큰 공원이 있지는 않다는 게 단점. 

집들이 매우 밀집해있는 계획적으로 설립된 주거 지역이라 우리에게는 좀 답답한 느낌이 있었음. 

그러나 우리 예산 범위에서 나오는 집들의 상태가 좋고 집이 좋은 편.  지하철 역 가까이 괜찮은 가격대에 좋은 주택가가 밀집해있어서 좋음.

 

3. Reading, Berkshire (비런던, 런던에서 서쪽에 있는 도시)

초등학교 학군 좋지만, 중학교 학군 생각하면 기차역에서 멀어짐.

기차값 비싸고, 괜찮은 동네에서 편의시설 접근성 안 좋음. 

남편 누나가 살고 있는 동네라 누나와 가까워진다는 게 장점.

괜찮은 주택가 근처에 공원들이 작고, 시내는 전형적인 도시인지라 어린 아이들 데리고 걸어다니며 동네를 누비기에 최고의 지역은 아닌 듯.

그러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시내를 즐기고 중학생 아이들이 어울려다니며 놀만한 거리들이 많다는 건 장점. 

기차값은 비싸지만 런던까지 30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게 장점. 옥스퍼드가 가깝다는 게 장점.

 

이 세 곳이 가장 강력한 후보였고, 그 외에도 집을 찾아본 곳은

 

4. Cambridge, Cambridgeshire

사실 캠브릿지가 아니라 그냥 가깝고 익숙한 옥스퍼드로 들어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렇지만 옥스퍼드는 캠브릿지보다 집값이 좀 더 비싸고, 런던에 도착해서 내리는 역이 시내에서 서쪽이라 불편해요.  캠브릿지는 런던에 도착하는 게 킹스 크로스 역인데, 그 역에서 런던 시내 접근성이 좀 더 좋다는 장점이 있어요. 

캠브릿지의 특징은 동네 좋고, 학군도 좋음.

20년지기 친구 가족이 살고 있다는 게 장점.

한인 슈퍼도 있고, 한국식당도 있음.  

기차값 비싸고 기차 시간이 1시간 소요되어서 안 좋음.

좋은 중학교 근처는 기차역에서 멀다는 것도 단점.

좋은 집은 매우 비쌈. 

 

5. Upminster (런던 동쪽 외곽)

좋은 지역이라고 추천한 분이 계셨음.

런던 시내까지 기차로 30분. 새 기차라 아주 쾌적하다고 함. 

학군 좋음.  기차역 근처에 집들도 괜찮고,  공립 중학교 좋음.

동쪽 해안가로 여행가기 좋음.  바닷가까지 소요시간 단 30분!!!! 아주 매력적!

그러나 외국인 비중 너무 낮아서 포기. 학교 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 비중이 5% 미만이었음.  백인 일색인 곳에 우리 아이들만 외국인으로 있는 상황은 피하고 싶음. 

 

6. St Albans (런던 북쪽 외곽 도시)

역사 있는 부촌.

동네 좋고, 학군도 좋지만, 좋은 주택가는 기차역에서 멀다는 게 단점.

포쉬한 곳이라 하는데 우리는 포쉬한 곳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음.  

 

7. Surbiton (런던 남동쪽)

교통 좋고 동네도 편리하고 좋다고 함.  런던 워털루역까지 급행 열차로 20분이 안 걸린다고. 

틴틴 누이가 예전에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라 틴틴과 누나 모두 이 곳을 좋아함.  좋은 기억을 가진 곳.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이 지역도 많이 변했음.  일단, 지금은 집값이 너무 비싸서 우리 예산에 맞는 집은 찾기가 힘듬. 


그 외에도 괜찮다 싶어서 찾아본 지역은

Hanwell: 런던 서쪽 

공립학교 전반적으로 괜찮고, 집값 괜찮은 수준, Paddington Station 까지 가는 급행열차 있어서 편리. 그러나 Hanwell 로 가느니 지금 동네에 사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에 Hanwell을 더 찾아보지는 않았음. 

 

Walthamstow: 런던 동쪽

런던 동쪽에서 gentrification이 많이 일어난 지역. 초등학교 학군은 괜찮으나 중학교는 사립 보내는 분위기인 듯.  아직 좀 험한 곳들이 있다는 게 단점.  런던 동쪽이라 히드로 공항에서 먼 것도 단점.

 

Whitton: 런던 서쪽, 부쉬파크 윗쪽

오늘 발견한 곳.  공립 중학교 두 곳이 좋음. Waldergrave School 과 The Heathland School 이 좋은 중학교. 

주변 자연 녹지 좋고, 템즈강도 가까운 듯! 

워털루 역까지 31분 소요. 

직접 가본적 없는 곳이라 잘 모름.

인터넷으로 찾아본 결과, 작은 빌리지 느낌이 나서 좋고, 런던 접근성도 좋지만, 비행기 소음이 크고, 하수처리시설에서 오는 냄새 때문에 집이 어디냐에 따라서 냄새가 좀 날 수 있다고 함. 

 

Purley: 런던 남쪽

South East London 쪽에 집값이 비싸서 사람들이 외곽으로 더 나갈 경우에 목적지가 되는 곳.  집값이 뉴몰든, 킹스턴, 서비튼 이쪽보다 저렴한 편. 기차로 런던 시내까지 연결성이 좋아서 젊은 가족들이 많이 가는 듯.  시골스러운 분위기가 있어서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편. 학군이 좋다고 함.

 

Sutton: 런던 남쪽

학군이 좋고, 런던 시내쪽 접근성이 좋다고 함.  기차로 시내까지 갈아타지 않고 40분.

Sutton 지역 자체가 커서 그 지역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는 상태. 

우리 예산으로 괜찮은 동네에 괜찮은 집을 구하기는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 찾아보지 않았음. 

초등학교들이 모두 좋고, 중학교는 시험쳐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그래머 스쿨들이 포진해있음.  학군 찾아서 영국엄마, 아시안 엄마 할 것 없이 모여드는 지역인 듯.

 

Cashalton Beech: 런던 남쪽

Sutton이나 인근 지역이 비싸서 사람들이 오게 되는 곳인 듯.

전통적으로는 좀 더 험한 지역이었던 듯한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면서 여기도 gentrification이 일어나고 있는 듯.  우리 예산에 맞는 집을 찾기 좀 더 쉬울 듯하나 이 지역에 대한 정보가 잘 없어서 더 찾아보지 않음.  지역 분위기를 느끼려면 직접 가봐야 할 듯. 

 

Forest Hill: 런던 남동쪽

런던 남쪽, 혹은 남동쪽에 있는 지역.  공립학교 학군이 좋고 런던 시내로 가는 지하철 연결성이 좋아서 젊은 가족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  이미 너무 올라서 우리에게는 너무 비싸고 우리 예산에 집 공간 너무 작고, 너무 도시적이라 더 찾아보지 않음


결론

런던에는 돈만 있으면 들어가서 살만한 좋은 지역이 알고보면 참 많더라구요.  영국 돈으로 1.2밀리언 파운드, 한국돈으로 19억 정도의 예산이면 어느 지역이든 집 크기를 어느정도 타협하면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그렇게 큰 돈의 대출을 받으려면.. 부부가 얼마나 돈을 벌어야 할까요? 저희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 정도 예산이 있다면, 작은 집이라도 영국의 전통적 부촌으로 간다면 작은 집을 살 수 있고, 외곽으로 빠진다면 가든도 적당히 큰 단독 주택도 살 수 있어요.  치즈윅이나 샌 존스 우드, 햄스테드, 첼시 같은 오래된 부촌으로 가면 최소 3밀리언에서 5밀리언 파운드(48억에서 80억 사이)가 있다면 그런 곳도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려면 복권이 당첨되어야겠죠?

저희 남편도 복권에 당첨이 되긴 했어요! 1등이 아니라서 그렇지. ㅋㅋ  어제 2파운드치 복권을 샀는데 10파운드가 당첨됐대요!!! 저게 10파운드가 아니라 10억, 10 밀리언 파운드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희 평생에 일어날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다행인 것은 돈이 없으면 힘들 일이 좀 더 많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감사한 진실입니다. 

돈이 많으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돈이 많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돈으로 채우지 못하는 게 분명히 있지요. 

그것이 바로 사람, 그리고 사랑!  그리하여 저와 틴틴은 오늘도 서로에게 감사하고, 아이들이 건강히 잘 자라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이 힘들지만 지금을 잘 버티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고 오늘 하루도 잘 버텨보기로 합니다.

오후에 틴틴이 간호사 선생님께 편도선염 약을 처방받고 하루빨리 쾌차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