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가족 일상

[영국생활] 골목 이웃들과 함께 한 주빌리 스트릿 파티!

옥포동 몽실언니 2022. 6. 24. 08:00

드디어 저희가 사는 골목에서 스트릿 파티(Street Party)가 열렸습니다.  말 그대로 같은 스트릿(골목)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했습니다.

2022.06.01 - [영국에서 먹고 살기/일상생활] - [영국생활] 여왕 즉위 20주년 기념 공휴일과 골목 파티

 

[영국생활] 여왕 즉위 20주년 기념 공휴일과 골목 파티

안녕하세요. 요즘 영국은 파티 분위기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사실 요즘처럼 영국에서 먹고 살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은데요. 그런 와중에도 파티는 이어집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삶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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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골목 소개

저희 집 골목은 영국에서 Close라고 부르는 골목이에요.  차로 갈 수 있는 길이 딱 막힌 곳, 그러니까 한국말로 막다른 골목을 Close 라고 부릅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Close에 사는 걸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나 왕래하지 않고 딱 그 골목에 살고 있거나 그 골목에 볼 일이 있는 사람들만 왕래를 해서 조용하고 안전한 편이거든요.

바로 이런 저희 Close에는 한쪽으로 여섯집씩이 마주보고 있어서 총 12집이 있습니다.  모두 가라지가 옆집과 연결되어 있어서 독립된 단독주택에서 사는 12 가족이 있어요.  

이 12개의 집에는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 7집, 다 큰 아이들이 같이 살고 있는 집이 2집, 나머지는 어른들만 살고 있어요.  이 집들에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생만 15명, 중학생이 1명입니다.  저희 집에 아들 둘, 저희 오른쪽 집에는 딸 둘, 왼쪽 집에는 아들 셋 (막내가 생후 5주), 그 왼쪽 집에 딸 둘이에요.  앞쪽으로는 저희 앞집에 초등학생 아들 둘, 그 옆집이 딸 하나, 아들 하나, 그 옆옆옆집에 딸 둘, 아들 하나.  이렇게 총 16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서로 모두 알고, 자주 밖에서 놀아요.  저는 이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도 저를 좋아해요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ㅋ). 

파티 준비 

아이들이 많은 만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주빌리 파티를 고대했습니다.  날씨가 관건!  그런데 이 날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되질 않겠어요!!  

다행히 저희 앞옆옆옆집 아저씨가 옥스퍼드 엑시터 칼리지에서 이벤트를 담당하는 직원이예요.  아저씨께서 직장(칼리지)에서 천막을 빌려올 수 있다며, 비가 올 경우에 대비해 천막을 빌려와서 설치하겠다고 하셔서 비가 오든 비가 오지 않든 파티는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웃들은 여왕 취임 70주년을 맞아 주빌리 기념 번팅을 사서 달았는데, 저는 이 21세기에 "여왕"이 불편해서 굳이 돈을 써서 기념 번팅이나 깃발을 사기는 좀 아까웠어요.  그래서 마트에서 산 색지를 잘라서 영국국기에 들어가는 흰색, 빨강, 파랑 색으로 삼각형을 오려 집접 수제 번팅을 제작했습니다.  제가 이런 거 정말 귀찮아하는 사람인데,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걸 하게 되네요.  

아침부터 파티로 설레인 저희 아이들.  파티 2주 전쯤부터 계속 파티만 고대하며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어린이집에서 만들었던  왕관 중 가장 화려한 왕관을 꺼내서는 집에서 내내 쓰고 다니더니, 정작 파티 시간에는 왕관을 내팽개쳤어요. 

이 날, 다들 파티용 디저트를 갖고 오기로 했어요.  만들거나 사서 오기로 했죠.  저는 집에 남아있던 부활절 이스터 에그 쵸코렛을 이용해서 쵸코칩쿠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에 동글동글 쵸코칩 쿠키가 제가 만든 쿠키예요!  미리 한번 연습을 하고 좀 더 연구해서 만들었더니 성공적으로 쿠키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완전 화려한 케잌은?!!!! 저건 바로 파티 주최자이자, 저희 옆집 아들 셋 엄마의 작품이예요!  블루베리와 딸기를 이용해서 영국 국기 모양을 만들었어요.  아래에 케잌은 빅토리안 스폰지 케잌입니다.  스폰지 쉬트에 크림과 딸기잼을 발라주는 빅토리안 스폰지 케잌.  영국에서 스폰지 케잌은 매우 전통적인 디저트예요.  무려 그 역사가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말이죠.  특히, 프랑스의 영향으로 저녁 시간이 늦춰지면서 (촛불 켜고 저녁 먹기를 즐기게 됐는데, 그러려다 보니 저녁을 8-9시에 먹었다죠.) 저녁 시간까지 기다리기 힘들었던 부인들이 오후에 간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영국의 Afternoon Tea 의 유래예요.  빅토리아 여왕이 에프터눈 티로 항상 즐겼다고 하는 케잌이 바로 이 빅토리안 스폰지 케입입니다.  

전체 상차림... 온갖 디저트들...  뒤에 작은 테이블에는 아이들이 직접 케잌을 꾸며 먹을 수 있게 다른 엄마가 아이싱을 준비했네요. 뒤로 보이는 흰-빨-파 종이 번팅이 제가 만든 번팅이에요!

파티 시~~~작!

모두들 하나 둘씩 모여 담소를 나누다가 디저트를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워나갔습니다.  바닥에도 쵸크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판을 그려보았어요.  동그라미, 세모, X가 그려진 것은 제가 그린 거예요.  아이들에게 동그라미에서는 두 발, 세모에서는 한 발, X는 건너뛰는 거라고 알려주고 (제 맘대로 지어낸 놀이예요) 아이들에게 저 위에서 놀 수 있게 했더니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습니다. 

제가 놀이판을 그리는 동안 다른 어른들은 바닥에 영국 국기 그림을 그렸네요!  센스쟁이들.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은 보드게임도 즐겼어요.  아래 사진 왼쪽은 그래이시, 중간에는 잭, 오른쪽에는 윌리엄 입니다.  그래이시와 윌리엄은 1학년이고, 우리 잭은 가을에 0학년에 입학해요.  아이가 늘 쑥스러워서 다른 형 누나들에게 먼저 말은 걸지 못하면서 저날 굳이 가운데에 자기가 앉으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참 많죠?  이 아이들을 데리고 저는 "여유야, 여우야" 게임을 했어요.  놀이를 아는 잭이 여우를 하고, 이후에 술래를 3명으로 해서 3명의 아이들이 여우를 했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다 있는 곳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을 데리고 게임을 하는 게 좀 쑥쓰러웠는데요.  그래도 쑥쓰러움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했어요.  아이들은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다가 영국에 비슷한 게임이 있다고 미세스 뭐시기 하는 게임을 이야기했는데, 그 게임과는 다른 게임이라고(그 게임은 다른 사람들이 여우를 잡는 건데, 여우야 여우야는 여우가 사람 잡는 게임) 설명해준 후 게임을 하고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매우 재미있어했고,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이 흐뭇해해서 저도 기뻤습니다. 

나중에 틴틴에게 내가 아이들과 게임했던 게 어땠냐고 물었더니 아주 좋았다고 했어요.  이래서 단체로 하는 집단놀이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틴틴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저희 잭이나 뚱이, 혹은 다른 집의 어린 연령의 아이들은 좀 더 큰 형, 누나들과 놀고 싶어도 같이 잘 어울리지 못하고 쭈뼛거리기도 하는데, 이런 놀이를 하면 어린 애들이나 큰 애들이나, 쑥스러움이 많은 애들이나 적은 애들이나 다 같이 어울려 놀면서 놀이와 그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다 같이 어울려서 노니까 분위기도 좋고, 쑥스러움 많던 애들도 어울려서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구요. 

틴틴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파티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엄청나게 먹고, 오랫만에 이웃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장작 3시간 동안 골목에서 뛰고, 놀고, 떠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상에 지치고 피곤해서 파티 생각이 별로 없던 저조차도 이렇게 즐거웠으니.  다른 이웃들도 모두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랫만에 골목 파티는 성황리에,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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