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와!!!!!!
어제 4 킬로미터, 오늘은 5 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지난 주에는 한번도 안 뛰었어요. 그러나 그 전 주에는 한번? 두번? 정도 뛴 것 같아요.
이 정도를 가지고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고 선포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제 마음가짐은 현재 그렇습니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고, 꾸준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이유
제가 달리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남편과 연애를 하던 기간이었어요. 남편을 사귀고 몇달 되지 않아 남편이 저에게 달리기를 제안했죠. 당시 저는 극심한 근육통과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제 수면장애를 보고 틴틴이 달리기가 수면장애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달리기를 제안했어요. 이건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거라고 저를 설득하길래 그래 뭐든 도움이 된다면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달리기!
장거리 달리기 훈련 과정
처음에는 1분을 달리는 것도 힘들었는데, 1분을 5분으로 늘리고, 5분을 1킬로로 늘리고, 1킬로를 1마일(1.6킬로)로 늘리며 달리기 시간을 늘려갔고, 꾸준히 훈련을 이어가자 저는 10킬로미터 대회에 참가할 수준이 되었어요. 대회기록은 1시간 11분인가 그랬던 것 같아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10 킬로 장거리 달리기를 준비하며 달리기 뿜뿌를 받은 저는 마라톤은 몰라도 하프 마라톤 정도는 한번 달려보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고, 틴틴과 함께 열심히 훈련하며 하프 마라톤 준비를 하였으나.... 준비 당일 논문 데드라인이 겹쳐 결국 대회 참가를 포기하고 틴틴 혼자 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저는 한번에 최고 17킬로까지 뛰어보는 경험을 했고, 2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려보았던 것 같아요. 딱 한번 뿐이었지만, 그렇게 장거리 달리기를 훈련했더랬지요.
달리기가 가져온 건강 혜택
달리기를 지속한 이유는 달리기를 하면서 제 체력이 좋아지는 걸 느꼈기 때문이에요. 병증으로 인해 아픈 것을 싹 낫게 해주지는 않았지만 달리기를 계속 하자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똑같은 시간을 앉아서 공부해도 몸이 덜 지치더라구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몸에 에너지량이 늘어나자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며 더 밝아졌다, 더 활기가 있어졌다, 뭔가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제가 달리기 덕을 본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저와 함께 달리기 운동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도 생겼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관찰은 정확했어요. 제 몸에는 힘이 더 생겼고, 에너지가 늘어났어요. 단기간에 걸쳐 일어난 변화는 아니었어요. 몇 개월이 지나자 변화가 눈에 보였고, 1년, 2년이 되자 과거의 저와 이후의 저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리지만 조금씩, 그러나 계속 몸이 좋아졌어요.
달리기 예찬론자가 되다
달리기는 제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줬어요. 무엇보다 틴틴과 토요일마다 달리기를 하는 게 저희의 데이트 코스였어요. 달리기를 하며 이야기 나누고, 달리기 후에 오후를 함께 보내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몸이 좋아지자 제 공부를 해나가는 게 훨씬 수월해졌어요. 틴틴 덕에 달리기를 시작했으니, 틴틴 덕에 공부를 끝낼 수 있었던 거나 다름없지요.
과거에 제가 얼마나 몸이 아팠는지 옆에서 지켜본 이들은 제 몸의 변화에 다들 놀랐어요. 어떻게 몸이 이렇게 좋아졌냐고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다들 궁금해했어요.
그들에게 저는 틴틴 덕에 시작하게 된 달리기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몸에 에너지가 늘어난다고 말이죠.
이런 변화를 겪은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었어요. 같은 과에서 박사를 하며 저와 비슷한 시기부터 몸이 계속 아파서 고생하던 박사 동기가 한 명 있었어요. 1년에 항생제를 다섯번, 여섯번씩 먹으며 지냈던 이 친구는 온갖 검사를 해도 몸이 왜 아픈지 이유를 찾지 못 하던 중, 피검사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고, 콜레스테롤을 낮추겠다고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이 친구는 달리기를 원래 잘 하던 친구였나봐요. 달리기를 시작하자 마자 7킬로, 9킬로, 10킬로, 12킬로를 마구 달리더군요. 이렇게 달리기를 석달 이상 이어가더니 배도 쏙 들어가고 건강도 좋아졌어요.
저에게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이유 없이 기침을 달고 살았는데, 그 기침이 다 사라졌다고 말이죠. 친구 본인도 아주 놀랐어요. 콜레스테롤 낮추려고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엉뚱하게도 또 감사하게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다른 질병들이 다 사라졌다구요.
그 때 저도 더 결심이 강해졌죠. 틴틴이 내게 권하는 그 달리기, 나도 해봐야겠다구요. 어떤 이들은 몸을 낫겠다고 무당을 찾아가 굿도 한다는데, 몸을 낫게해준다는 신비한 달리기를 내가 안 할 이유가 없다고.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했고, 저도 몸이 좋아지자, 이후에는 몸이 좋지 않아서 고민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늘 달리기를 추천하는 달리기 예찬론자가 되었습니다.
(사진: 스페인 알메리아의 성. 틴틴과 함께 한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 저희는 알메리아 해변에서도 함께 달렸습니다. 달리기 한 사진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찾아서 그냥 알메리아 사진을 올렸어요. )
달리기를 중단한 시기
그렇게 달리기를 신봉하였으나 달리기를 중단해야 했던 때가 다가왔어요. 바야흐로 첫째 임신 때문이었죠.
사실 저는 임신을 알게 된 후에도 계속 달리기를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임신 초기에 몸조심하라고 하는데, 영국에서는 임신 초기에 몸에 별 문제가 없다면 기존에 하던 운동을 계속 하라고 해요. 수분 공급만 잘 하면서 운동하되, 어지럽거나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면 중단하라고 합니다. 특히, 몸이 더 무거워지기 전인 초기와 중기에 운동을 더 하라고 해요. 몸이 무거워지면 운동하기가 버거워지니까요.
그리하여 저와 틴틴은 제 임신 6개월 정도까지는 계속 달리기를 같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달리기가 몸에 부담되는 시기가 온 후에는 근력운동만 하고 헬스장에서 러닝 머쉰에서 걷고 동네를 산책하는 걸로 운동을 지속했지요.
출산에 달리기가 미친 영향
지금 돌이켜보면 첫째를 출산한 시기에 제 체력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힘이 들고 허리가 아프고 몸이 많이 힘들었지만, 그나마 그 정도로 유지하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긴 산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임신 기간까지 지속한 운동 덕분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출산 후 달리기 재개: 부상으로 인한 중단
출산 후 6개월쯤이 되었을 때 저는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어요. 출산 전에 달리기를 한 덕분에, 또 출산 후에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자주 산책을 해서 그런지 달리기를 재개하자 제법 달리기가 잘 됐어요. 3킬로에서 시작해서 5킬로, 6킬로까지 뛰었죠. 그런데 몇 번 달리기 무섭게 발목에 부상이 왔어요. 아무래도 이제 막 벌어졌던 뼈들이 아물고 몸이 아직 약한 상태인데 달리기를 하다 보니 평소보다 좀 더 쉽게 몸에 무리가 온 것 같았어요. 결국 저는 더이상 달리기를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몇 번의 실패한 시도들
이후에도 몇 번이나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첫째 돌이 되어 둘째를 임신하고, 둘째 임신 중에는 헤이피버도 심하게 생겼어요. 게다가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는 일도 조금씩 시작하다 보니 시간도 없고 체력도 안 되더군요.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려고 몇 번 시도를 했으나 결국 모두 실패했어요.
작년 여름에도 다시 큰 맘먹고 틴틴과 함께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7월 중순 뜻하지 않게 틴틴 차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 뒷수습과 중고차 구입 문제를 해결하느라 또 달리기는 뒷전이 됐고, 9월에 다시 달리기를 해보려 하는데 가족들이 코비드에 걸렸었죠.
둘째 출산 29개월, 다시 달리기 시작!!!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한두번 정도는 달리려고 시도를 했었는데, 지속적으로 하는 게 잘 안 됐어요.
제 일도 있고, 밤에 애들 때문에 잠도 잘 못 자다 보니 낮 시간에 운동할 시간까지 빼는 게 잘 안 되더라구요.
이제는 애들은 잘 자는 편인데, 제가 헤이피버가 너무 심해서 잠을 잘 못 자다 보니 꽃가루가 휘날리는 야외로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게 꺼려졌어요. 그런데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할 결심을 했을까요?!!! 그건 바로바로 육아를 위해서입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줄이면서 집에 있는 날이 늘어났는데, 가만보니 제 체력이 너무 딸리는 겁니다.
아이들은 쌩쌩한데 저는 점심 때만 되어도 에너지 고갈 상태.
전 지쳐 기진맥진한데 아이들은 힘이 넘쳐 제게 몸으로 덤벼대고, 끊임없이 제게 뭔가를 요구해요.
아... 이런 상태로 내가 어떻게 아이들을 계속 돌보지... 고민이 됐습니다.
이런 상태로 내가 주 2회 전업육아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결국 답은 제 체력을 기르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도달했어요.
그리하여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틴틴은 저보다 더 빨리 약 한달 정도 전부터 계속해서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있었어요. 틴틴이 달리기를 시작하자 처음 며칠은 힘들어하더니 틴틴도 점점 활기있어지고, 뱃살도 좀 들어가고, 좀 더 에너지도 늘어나는 것 같아 보였어요.
틴틴의 변화를 옆에서 보자 저도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나도 하자! 나도 뛰자! 나도 체력을 길러야 아이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왜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겠어요. 삼일 이상 결심을 이어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 2 주 전 달리기를 하겠노라 결심하고 이틀쯤 달리기를 해 놓고도 지난주 이런 저런 일이 바쁘니 달리기를 건너뛰게 되더군요.
그렇지만 지난 주 주 2회 전업육아를 하며 저는 다시 결심했어요. 이 에너지 넘치는 애들을 감당하려면 내 체력증진 밖에는 답이 없다고.
그래서 어제도 달리고 오늘도 달렸습니다.
아마도 내일도 달릴 예정이에요. 이틀간의 달리기로 몸이 좀 고되다 싶으면 1시간 정도 코스로 긴 산책이라도 할 요량입니다.
나이 많은 엄마라 늘 힘이 딸리는데, 이렇게 노력해서 끌어올릴 수 있는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노력 정도는 해보려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몇 주만 있으면 저희 엄마가 오십니다! 엄마 아버지 모두 함께 오셨으면 했는데, 결국 엄마만 오시기로 했어요. 엄마가 오시면 저희 엄마는 쉴새없이 저희를 먹이십니다. 전 엄마에게 "No"하는 걸 어려워하는 딸이라 엄마가 주시는 건 주시는대로 받아먹는 편이에요. 그게 뭔가 엄마가 제게 주시는 사랑에 대한 보답같이 느껴지거든요.
그러니, 엄마가 오시면 어떻게 될까요? 제 몸에 살이 더 붙겠죠? 그 때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운동을 해두려구요. 활력도 찾고, 에너지도 늘리고, 엄마가 오셔서 해주시는 음식도 더 잘 먹고, 엄마도 보필할 수 있는 에너지도 갖추기 위해!
부디 이번 달리기 결심은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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