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가족 일상

[영국생활] 고모집에 가면 앵무새가 있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2. 6. 26. 08:00

고모집 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최근 아이들의 고모집, 그러니까 틴틴의 누나 집을 자주 방문했다.  아주 자주 방문한 건 아니지만 지난 2년간 코비드 상황에 비해서는 매우 자주 방문한 편이었다.  첫째 잭은 늘 고모집 가는 걸 좋아했다.  고모집은 우리집과 다르고, 고모집에 가면 집에서 못 먹는 디저트나 간식도 많이 먹고, 고모집에서는 조금만 걸어나가도 우리 동네에 없는 큰 시내가 있기 때문이다.

고모집에서는 걸어서 5분이면 시내에 도착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시간이 좀 더 걸리는데, 그래도 10분이면 시내에 도착한다.  고모집이 바로 시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시내게 가면 항상 이렇게 회전 목마도 있다.  말만 있는 게 아니라, 자동차, 오토바이, 버스도 있어서 원하는 걸 탈 수가 있다.  잭이 타고 싶다고 해서 혼자서 버스를 탔다.  

한번 타고 내리더니 잭이 한번 더 타고 싶단다.  형이 타는 걸 보고 부러웠던 뚱이도 타고 싶다고 했다.  잭은 혼자 탔을 때 좀 무서웠는지, 뚱이가 옆에 앉으니 뚱이 안전벨트도 직접 메어주며 좋아했다.  자동차에 앉아서 핸들을 붙잡고 신이 났던 뚱이는 첨엔 신나하는 표정이었는데, 회전목마가 회전을 시작한 이후로는 표정이 좀 굳었다.  내리고 나서는 "무서웠어"라고 말을 했다.  막상 엄마 아빠 없이 회전목마에 탄 게 무서웠던 것 같다.  

고모를 만나면 부끄러워하고 낯을 가리던 둘째 뚱이도 고모집에 두어번 가더니 이제는 고모 앞에서도 말도 잘 하고, 고모의 손을 이끌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고모와 가까워진 것 같다. 아이들도 고모가 가족이라는 것을 부모와 고모의 분위기로 다 아는지, 고모집에 가면 다른 집을 방문할 때보다 아이들이 더 편하게 있는 게 참 신기하다. 

최근 고모집을 자주 갔다

최근들어 우린 고모집을 의도적으로 자주 갔다.  지난 2년 코비드로 외부와 상당히 단절된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한 고모를 세상 속으로 좀 끄집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이사가게 되면 거리가 더 멀어져서 지금처럼 쉽게 방문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자주 볼 수 있을 때 자주 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아이들의 고모는 매우 독립적인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코비드 기간, 다들 인간관계 단절과 외부활동 제약으로 고립감을 겪으며 힘들어할 때 고모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일상생활을 잘 유지해나갈 수 있는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스스로의 생활을 잘 꾸려나갔다.  

그러나 고모의 그 속은 누가 알랴.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을 알기 어렵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랫만에 고모와 통화를 하고, 우리가 고모집에 가서 시끌벅적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면 고모, 그러니까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틴틴의 누나가 더 활기있어지고 밝아지는 것 같았다.  

그걸 인지한 순간 틴틴에게 그랬다.  언니를 좀 더 자주 만나자고.  언니는 사람 안 만나고 지내도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정말 그런 거 같지는 않다고.  우리를 만나거나, 우리와 통화하고 나면 언니 목소리가 훨씬 더 활기를 띈다고.  언니가 스스로 우리에게 만나자고 제의하지 않아도 우리가 자주 가서 언니를 세상 속으로 끄집어내야 할 것 같다고. 

그래서 우리는 지난 겨울부터 별 계획 없는 주말이면(사실 우린 대부분의 주말에 별 계획이 없다) 언니에게 연락해서 언니집에 놀러갔다. 아이들은 고모집에 가자고 하면 언제나 좋아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고모집에는 새가 있기 때문이다!

고모가 키우는 앵무새들

우리 첫째 잭이 태어나고 나서 그 해 가을쯤 언니가 새 한마리를 입양했다.  그러더니 그 새가 외로워보인다고 한 마리 더 입양했다.  코뉴어 종이라 하는 앵무새들이다.  처음 입양한 첫째가 타타, 둘째는 쿠쿠. 

언니는 이들을 수컷으로 알고 입양했는데, 새들이 언니집에 몇년 살더니 갑자기 알을 낳으려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게 신기했던 언니는 새들이 알을 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다.   그랬더니 작년에 정말로 알을 낳았다!  그러나 실제로 부화한 새들은 한마리도 없었다.  언니가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새들이 처음으로 알을 낳았을 때는 무정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더니 올해, 새들이 다시 둥지를 텄고, 이번에도 알을 낳았다.  언니는 애지중지 새들을 돌보았고, 최종적으로 네 마리의 새가 부화했다.  작년 겨울부터 언니네에 자주 놀러가다가, 새들이 알을 낳기 직전 초예민 상태일 때부터 알을 부화하고 난 후 신생조(?!)이던 시기까지 우리는 언니네 방문을 금지(!)당했다.  새들이 어느정도 크고 나면 그 때 오라고.

새들이 좀 자랐고, 드디어 언니에게 초대 연락이 왔다.  아기새를 볼 수 있게 된 후에는 언니네에 두 번 같다.  그 시기에는 우리도 주말마다 틴틴이 집을 보러 다녀야 해서 더 자주 갈 수가 없었다. 

동물들은 정말 빨리 자란다.  보송보송한 아기 솜털로 덮여있던 아기새들이 어느새 청소년만큼 자라있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첫째 잭은 고모 옆에 붙어서 고모에세 새 돌보기를 배우며 새들과 함께 놀았다.  

새들이 고모 머리에 올라오고, 어깨에 올라오고, 손에 올라오는 걸 보고 부러워한 잭을 위해 고모가 잭 머리 위로도 새 한마리를 올려줬다.  신이 난 잭은 새를 머리에 올린채로 새방을 걸어다녔다. 

고모집에서 새를 자주 본 아이들은 밖에서 새를 봐도 좋아하고 친숙해한다.  어느 날은 아이들 어린이집 가든에 어린 새 한마리가 바닥에 있어서 아이들이 다가갔다.  아이들이 다가가도 새가 두어걸음 움직이기만 할 뿐 날지를 않았다.  형아에 비해 동물에 대한 겁이 많은 뚱이는 새 옆에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새를 바라봤고, 동생보다 새를 좀 더 다룰 줄 아는 첫째 잭은 고모에게 배운대로 아기새를 깃털 방향으로 몇 번 쓸어내려줬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 다가오는데도 날아서 도망가지 않고, 푸더덕 날개짓을 하는데 걷기만 하는 새를 보니 어딘가 다친 것만 같아서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아기새 한마리가 다쳐서 바닥에 걸어다닌다고 알려주고 우린 집으로 돌아왔었다. 

다시, 고모집 이야기로 돌아와서, 고모집에 가서 놀고 돌아오면 늘 생기는 또 하나의 일은 아이들의 낮잠.  일년에 낮잠 자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잭이 유일하게 낮잠에 드는 날이 고모집에서 놀고 온 날이다.  왜 그런지, 고모집에서 놀다가 시내 나가서 돌아다니고 온 날은 뚱이에 이어 잭도 늘 낮잠에 든다.  차에서 곯아떨어진 아이들을 거실 바닥에 눕혀놓으면 그 때가 잠시 틴틴과 나의 꿀같은 휴식시간이다. 

고모집에 갈 때는 물론, 고모집에 가 있는 동안, 그리고 집에 돌아온 이후까지.  늘 고모가 영국에 함께 살아서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결혼하기 전에는 언니가 나에게 공부를 끝낸 후에도 영국에 남는 게 어떠냐고 늘 제안했었다.  자신의 동생인 틴틴의 직장도 영국이 더 낫고, 자기도 동생이 결혼해서 한국에 돌아가버리면 혼자 남겨지게 되는데, 동생이 결혼해서 가족을 이뤄서 언니 가까이 살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난 당시 영국에 남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 직업과 경력을 찾아 나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늘 이야기를 했었다.

그랬던 우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결국 영국에 정착했다.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 틴틴의 누나가 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게 우리에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적어도 한 사람의 가족이 주변에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우리가 더 멀리 이사 가기 전에 언니를 더 자주 만나야 할텐데, 남은 주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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