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먹는 것에 참 무심한 사람이라 먹을 게 늘 고민이라 글을 쓴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이렇게 먹을 것에 대한 글을 올리네요. 하하.
주말에 아이들과 당근잎으로 만든 당근잎 전을 해서 먹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맛있어서 오늘 여러분께 이야기를 해드릴까 해요.
최근 몇년 봄마다 당근씨를 심어 당근을 키워 먹고 있어요. 제대로 된 당근이 되도록 자라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완전 아기 당근일 때 아이들에게 모두 수확을 당해 버리는 저희 집 당근들의 운명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이들이 자꾸만 당근을 빨리 뽑고 싶어하네요? 그런데, 뽑으면 뭐 해요. 정말 실뿌리같은 당근밖에 달려나오지 않는데... 그런데도 아이들은 좋다고 자꾸만 당근을 뽑아버립니다.
실 같이 여리고 작은 뿌리 당근 정도로밖에 자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재밌고 좋아하며 그 당근을 그렇게 또 오독오독 씹어먹고 신나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무조건 뽑지 말라고 말릴 수만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저희 잭... 사진으로 보니 당근에 흙만 씻어냈지 자기 손에 흙은 다 씻지도 않은채로 당근을 먹고 있네요. ㅠㅠ 엄마라는 사람은 아이 사진 찍느라 아이 손에 묻은 흙은 사진을 올리는 지금에야 발견하다니. 소셜미디어의 폐해입니다. 흑흑. 아이야, 미안하다.
이번에는 둘째 뚱이가 따 온 당근. 이번에는 제법 큰(??) 녀석이 수확됐네요!
저 당근이 아이 손에 있어서 저 정도로 커 보이지, 어른 손인 제 손에 놓아보면 이렇게 작은 당근이에요.
늘 저 실뿌리 같은 뿌리만 먹고 다 버리는 게 아까웠는데, 그러던 중 영국 사는 한국 아줌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저 당근을 쑥갓대신 쓰면 아쉬운대로 괜찮다는 이야기들을 여러번 접했어요.
그러나, 식욕없는 엄마인 저라는 사람은 늘 저 당근잎을 버리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저도 당근잎을 모아 전을 부쳐보았습니다.
전을 부친 이유는 당근 잎을 살짝 씹어먹어보니 상큼하면서 쌉싸름한 맛이 나는 것이, 전을 부치면 맛있을 것 같더라구요.
주말이면 항상 엄마가 부추전, 배추전을 자주 부쳐주셨어서, 저에게 전은 '엄마', '주말', '가족'을 연상시키는 나름의 소울푸드에요.
그리하여 엄마가 해주시던 각종 전을 생각하며 당근잎으로 전을 부쳐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짜잔~~
맛있는 전이 탄생했습니다!!!!!
전을 부친 이유는 사실 전으로 하면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와 더불어 주말에 있을 골목 파티에 전을 부쳐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연습 한번 해 보려고 한 것도 있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맛이 좋아서 가족들이 잘 먹고, 생각보다 당근잎 수확량이 많지 않았던 데다가, 골목 파티 당일에는 애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결국 파티에 전을 갖고 가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저희 식구들이 맛있게 먹었어요.
생야채, 녹색잎채소를 잘 먹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도 이렇게 전을 부쳐주니 잘 먹어서 좋았습니다. 듣기로, 당근 잎에 당근보다 비타민이 더 많다고 하던데 실제로 소화 흡수되는 비타민양도 많은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물에 삶지는 않으니 수용성 비타민은 듬뿍 살아있는 영양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당근잎전을 성공해서 rocket이라는 쌉싸름한 샐러드 채소로도 전을 한번 시도해봤는데요. 그건 전으로는 별로였어요. 그냥 샐러드로 먹으면 쌉싸름한 맛이 고기요리를 먹을 때 곁들이기 좋은 샐러드인데, 전으로 해서 먹으니 끝맛이 좀 텁텁하고 샐러드의 rocket만의 신선한 맛이 사라져버리더라구요.
당근잎 전을 모두 좋아해서 나중에 이사를 가게 되면 더 큰 화분에 당근을 잔~뜩 심기로 했습니다. 이젠 아이들이 당근을 일찍 따먹더라도 잎이라도 살려서 요리를 해 먹을 게 생겼으니, 당근 씨로 본전을 제대로 뽑게 생겼습니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네요. 자연이 주는 선물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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