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영어수난기] 오늘도 난 영어실수로 이불킥을 한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2. 6. 9. 08:00

원어민이 아니다 보니 영어 실수야 하게 마련인데 실컷 말로 내뱉고 나서 한참 지나서야 내가 뭘 잘못 말했는지 알게 될 때의 민망함이 있다.  제법 자주, 아니 실은 항상 겪는 일이고, 그러다 보니 영어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나도 모르게 주춤하게 될 때가 있다. 

이래서 언어는 조기교육이 중요하다는 걸까. 

꼭 그런 것만도 아닐 것이다.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성인이 된 후에 영어공부를 시작해서도 아주 훌륭하게 영어를 구사하고 영어로 소통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니 나의 문제는 어릴 때 조기교육도 부재했던 마당에 본인 노력도 부족하다 보니 생기는 참사! 

사실 참사라고 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영국에 살면서도 영어에 대한 노출이 너무 낮다 보니 겨우 유학 올 정도였던 내 영어가 더 뒷걸음치는 상황 정도라고 하자. 

이것도 실은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것이고, 객관적으로는 한국에 평균적인 대학생이나 성인들의 영어에 비하면 내 영어가 유창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영국에 살았던 그 기나긴 시간, 영국에서 내가 취득한 학위를 생각할 때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를 기대하게 마련이지만 그런 수준이 되지 못함에 대한 한탄이다.  특히 주변에 영어를 훌륭하게 하는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다 보니 나 자신에 대한 평가는 어쩔 수 없이 더 가혹하게 된다.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오늘은 영국 아저씨 두 분과 남편과 나, 이렇게 넷이서 3시간이나 되는 장시간의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었는지는 다음에 다른 글로 더 자세히 쓰도록 하겠다.  원래는 30분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한 만남이 장작 3시간으로 길어지면서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였다. 

남편은 매일 영어로 일을 하지만, 한국어로 한국사람들과 일을 하고, 한국어로 블로그를 쓰는 나에게는 간만에 집중적으로 영어에 노출된 시간이었다. 

최근 내 일을 끝내고 나서 이웃들과 만남을 가지며 영어를 할 기회가 있긴 했지만, 오늘처럼 장시간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눈 것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생각해보면 학교를 떠난 후에 한두번의 외국인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를 제외하고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어쨌거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문득 내 영어 실수들이 떠올랐다.  

"아, 틴틴, 내가 아까 그렇게 말했을 때 그 단어가 아니라 다른 단어를 썼어야 했는데, 그 단어를 쓴 거 같아.  두 단어는 엄연히 의미가 다른데 말이야."

하며 그제야 내 영어를 나 스스로 정정했다. 

나같은 실수담이 많은 틴틴은 나를 감싸주는 말로 위로를 건넸다.

"괜찮아.  대세에는 지장없어.  다들 잘 알아들었을 거야."

하고 말이다. 

둘이서 지나간 대화 내용을 곱씹으며 다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제대로 못 알아듣고 놓친 말들도 있었다. 

"아, 그 말 나 전혀 못 알아들었네.  알았더라면 내가 바로 받아쳐서 농담을 했을텐데!!" 

그래도 최근들어 영어에 대한 완벽주의 강박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좀 더 편하게 어울리고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내 영어 실수는 내 기억에만 남지, 남들은 기억도 못할 거고 안 할 거라고.  

그러니 내 영어 실력에 대해 스스로 너무 위축되지 말고 영국사회에서의 인간관계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보자고.  살고 있는 곳이 영국인데, 이젠 이 사회를 받아들이고 이 사회의 사람들 속으로 좀 더 들어가보자고. 

평생 대외활동에 소극적이었던 내가 이렇게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게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분간 노력을 좀 해보고자 한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뀌는지 한번 해보기로.  뭐,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잘 되면 내 삶도 풍요로워지고, 안 해 볼 거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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