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실내온도 낮춰서 살아가기: 인간은 적응의 동물!

옥포동 몽실언니 2022. 3. 10. 08:00

요즘 전기 가스요금 인상으로 실내 온도를 낮춰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었다.  더위도 많이 타는 사람이었다. 

한국에 살 때는 더위를 견디는 게 더 힘들었다.  여름이면 땀이 줄줄 나서 온 얼굴이며 머리까지 땀범벅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와서 살면서는 추위를 견디는 게 더 힘들어졌다. 

겨울이면 해도 나지 않고, 기온은 한국만큼 낮지 않아도 습하고 실내가 추운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라디에이터를 높게 틀면 방이 건조해져서 목과 눈이 아픈 곳이 바로 영국이다.  

집들은 오래 되어서 에너지 효율이 낮고, 대부분 2층 집이다 보니 집 전체를 가열하면 손실되는 열 투성이. 

거기에 전기 가스요금까지 두 배 가까이 치솟아 버리니 그렇잖아도 비싸던 전기가스요금이 더 올라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올해 계속해서 뉴스에 나오는 게 각 가구당 연평균 전기가스요금이 3천파운드(약 480만원) 가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데. 

영국에서 이런 식의 뉴스를 계속 흘려보낼 때는 실제로 조만간 이렇게 금액을 올라갈 것에 대비하여 계속해서 분위기를 잡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각 가정별로 전기가스요금만 한달 40만원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나 되나.

그런데 그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영국. 

주민세 30만원, 전기가스요금 40만원.  거기에 물세 9만원.  인터넷 비용 5만원. 

도대체 뭘로 어떻게 먹고 살라는건지.   

그나마 식재료가 저렴해서 다행이지만, 그것도 리들을 이용할 때나 그렇지. 

다들 리들에서 장보면서 딱 그것만 하고 살라는 건지. 

이자율까지 올라가게 되면 집집마다 집 대출금 부담도 더 커질텐데.  

렌트를 내는 입장이라면 집 주인들이 렌트비용을 올려버릴테고(그래야 자기들도 그 집에 대한 대출금을 갚을 수 있으니).

코비드가 풍토병으로 자리잡기 무섭게 러시아 전쟁까지 터지면서 그렇잖아도 고단하던 삶이 더욱 고단해졌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전쟁까지 터지고 나면 어찌될지.  향후 3-4년간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전기가스요금이 오르면서 우리가 한 일은 집 실내 온도를 21도로 낮춘 것.

그러고 나니 적응이 되어서 요즘은 아예 20도로 낮춰서 지낸다.  낮에 좀 춥다 싶으면 21도로 올리고, 그게 아니면 20도 유지. 

내 방 실내온도는 적어도 22-23도 사이였는데, 요즘은 19도를 기록하다가 오늘은 급기야 내 방 온도가 16.9도인 것을 보고 틴틴이 놀랐다.

내 작업실이 집에서 제일 추운 방인데, 추위에 가장 약한 내가(지금 손이 꽁꽁 언 수준이다) 이렇게 춥게 지내니 틴틴이 보기에 안쓰러운 거다.

"몽실, 몽실 방 너무 추워.  그러지 말고 히터 좀 틀어."

"많이 추워? 괜찮아.  틴틴은 안 추워? 틴틴 추우면 히터 틀어."

"난 아직 괜찮아."

"나도 괜찮아(방에 있으몀ㄴ서도 오리털 잠바에 목도리까지 하고 있음)."

"지금 몽실 방 16.9도야!"

"진짜??  그 정도야?  19.6도가 아니라?"

"계속 내려가고 있어! 이제 16.7도야!!"

틴틴이 놀라서 소리쳤다. 

글을 쓰며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16.5도까지 내려갔다.

하하하하하.

내가 이런 실내 온도에서 지낼 수 있다니. 

돈이 뭐길래.  돈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가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얼른 날이 따뜻해져서 난방 없이 지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나도 돈을 벌자! 산업의 일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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